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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융합·통섭 위해 오히려 전문성 필요”
“학문의 융합·통섭 위해 오히려 전문성 필요”
  • 김재호 기자
  • 승인 2007.04.0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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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학 위한 콜로키엄 … ‘융합화’ 이견도 많아

대학교육이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체 체제로 흡수되고 가운데 학문의 생존방안은 무엇일까.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화를 강조하는 ‘미래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 대학 콜로키엄’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학문 자체의 변화와 발전 흐름이 융합과 통섭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기초교육이 부실한 한국에서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이날 모인 교수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공동의 발제문에서 “지금처럼 대학의 학문분과가 너무 세분되어 횡적 교류 없이 유아독존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가치도, 현실세계에 대한 기여도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이어 “미래의 학문으로 예견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인지과학의 이름으로 학문을 하나로 묶거나, 큰 학문을 보는 이른바 통섭”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제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중심이 되어 지식을 습득하는 인식론에 큰 변화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예나 이제나 또 내일에도 삶과 지식의 습득과 인간의 완성에서 필수적인 기본요소는 상상력과 전체를 보는 혜안, 서로 다른 요소들을 묶는 관계,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심미안 등을 꼽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감안하고 신인류 등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모든 것을 이어가고 연결시키는 관계학이 큰 역할을 한다.”

 

 

 

 

 

 

 

 

 

 

최재천 석좌교수는 “미래의 고령화사회에서는 직업이 몇 번이나 바뀌기 때문에 대학에서 한쪽 방향으로 전공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대학에서 기초전공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남두 서울대 교수(철학)는 “통합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학문 자체가 통합”이라고 말했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물리학)는 “융합의 레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면서 “학문적 통합을 위해서 깊은 수준의 융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학문을 직업으로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융합의 수위를 나누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수학)는 “미래대학에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소양도 중요하다”며 “융합의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대학의 교육문제는 유연성을 가지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하지만 학문의 융합이라는 것은 자칫 학생들에게 모든 걸 배우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서울대 교수(재료공학)는 휴대폰의 디지털 컨버전스를 예로 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분야에서 특출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융합은 대학원 과정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유헌 서울대 교수(약학) 역시 “진정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상호이해하고 연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문영빈 서울여대 교수(신학)는 “전문성을 인정하며 서로 대화 하자”면서 “전문성, 노력, 창조적인 긴장관계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탠포드나 MIT의 미디어랩을 예로 들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이날 콜로키엄에는 적잖은 이견도 제시됐다. 전공이 다른 각각의 교수가 모였고 주제 또한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계의 중요성이 ‘관계학’이라는 또 다른 분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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