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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분청사기 … ‘한국 명품도자기’ 다 모였네
고려청자·분청사기 … ‘한국 명품도자기’ 다 모였네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3.2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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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비평 _(3) 청자실·분청사기실·백자실·금속공예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 이하 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개관한 지 1년이 넘었다. 최근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보관하고 일부만을 전시하는 창고의 개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21세기형 박물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박물관의 미술관Ⅰ·Ⅱ와 아시아관의 전시실을 돌아보며 주요 작품과 전시 구성을 살펴보고, 각 실에 맞는 작품 감상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번 호에서는 미술관 전시실 비평의 마지막 순서로 청자실, 분청사기실, 백자실, 금속공예실을 살펴본다.

청자실의 모습.
한번쯤 도자의 매력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박물관의 도자실은 최고의 감상실이 될 것이다. 도자실에 전시된 작품들은 하나 걸러 하나가 한국의 국보이자 보물들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국 도자기의 발전사를 최고의 명품들로 구성된 전시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행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아깝지가 않다.

도자공예실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실, 조선초에 시작되어 16세기경에 사라진 분청사기실과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꾸준히 제작된 백자실 등 시대 순으로 한국 도자사의 변천과정과 흐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음미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시대 순으로 전시된 유물들은 다시 기법별 분류를 통해 각 도자만의 특색을 살렸다.

청자실에 전시된 유물은 총 40여점으로 국보 11점, 보물 6점이 전시돼 있다. 순청자 외에도 상감청자, 철화청자, 철유자, 흑유자 등 청자의 모든 종류를 감상할 수 있다. 이정인 학예사는 “비색청자와 상감청자를 공간별로 나눠 청자 유행의 큰 흐름을 잡아 시대순으로 전시했다”고 말한다. 

청자는 고려시대 전체에 걸쳐 제작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12세기는 바야흐로 청자의 전성기이다. 12세기 청자를 대표하는 유물인 칠보무늬 향로 한 작품만 놓고 보더라도 세부적으로 감상할 요소가 너무나 많다. 칠보무늬란 향로의 뚜껑 부분에 고리를 이은 듯한 모양의 문양을 말하는데, 이는 多男, 풍요로움 등 복을 기원하는 의미 지니고 있으며, 이 구멍을 통해 연기가 빠져나온다. 세 겹으로 중첩된 연꽃잎은 별도로 제작해 하나씩 붙인 것이다. 이러한 장식 기법을 ‘첩화기법’이라 부르는데 받침대를 연결하는 꽃잎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칠보무늬 향로의 모습.
특히 이 향로에서 주목되는 것은 향로를 받치고 있는 세 마리의 토끼들이다. 무척 단순하게 표현했으면서도 토끼의 귀엽고 앙증맞은 특징이 잘 살아있다. 이 조그만 토끼들이 큰 향로 전체를 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최소한의 흙으로 최대한의 기능을 끌어낸 장인의 기량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 학예사는 이처럼 “도자기의 유색과 형태 및 용도 등을 숙지한 뒤 세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최고의 도자 감상법”이라고 조언한다.

청자실을 지나면 분청사기실로 들어가게 된다. 권소현 학예사는 “단순히 장르별로 전시실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분청사기가 고려 말 상감청자에 기원을 두고 있는 만큼 고려청자 감상 후, 분청사기를 감상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도자사의 흐름과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분청사기의 경우 민화적인 문양에서 현대적 감각의 추상화된 문양까지 두루 표현돼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의 청자와는 다른 색다른 감상의 묘미를 제공한다.

오는 9월 10일부터 분청사기실에서는 ‘계룡산 분청사기’ 테마전이 열린다. 이는 1992· 1993년도 박물관과 호암미술관이 공동 발굴한 성과를 가시화 시킨 전시로 계룡산 학봉리 가마터의 발굴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권 학예사는 “이번 테마전을 통해 일제시대와 90년대에 발굴한 분청사기들을 소개하며 도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자의 화려함과 분청사기의 소박함을 느껴봤다면 흰빛에서 보이는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백자실로 이동해보자. 도자사에 있어 백자는 선조들의 하이테크 산업이라 불리울 정도로 가장 발달된 단계의 도자라 할 수 있다.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낼 수 있는 기술력의 뒷받침이 없다면 탄생할 수 없는 유물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여러 異說 가운데 통설을 바탕으로 상감백자부터 광주 관요 백자, 15·16세기의 청화백자 등 각 시기를 대표하는 백자들을 엄선해 전시하고 있다. 순백자, 상감백자, 청화백자 등 그 기법에 따라, 또 문화의 황금기였던 영정조 때 활발히 제작된 문방구류와 제기, 태항아리 등 그 용도에 따라 보다 자세한 분류가 되어 있어 한층 정밀한 감상이 가능하다. 청화백자에 그려진 그림은 비싼 안료 때문에 도화서 화원이나 그릴 수 있었다. 따라서 백자의 그림도 매우 높은 수준의 것이 많아 이를 찬찬히 음미하며 감상하는 것도 회화 못지않은 감흥을 줄 것이다. 강경남 학예사는 “15·16세기 청화백자의 경우, 완품이 드물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유물인데 많은 수량이 백자실에 전시되어 있어 백자에 관한 견문을 넓히기에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학계에서는 도자실에 대해 “좋은 작품들을 항상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시환경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 도자만의 담백한 맛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뚜렷한 전시 시나리오를 가지고, 메시지가 분명하게 각인되는 전시가 기획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또 나선화 문화재위원(생명과 평화 꼭두새·도자고고학)은 “세계 도자사 속에서 한국 도자사의 위치를 밝혀 주는 비교 전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애령 학예관은 “상설전시의 특성상 한국 도자사의 큰 흐름을 잡아 최상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는 것이 국립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이라며, “주제 및 테마를 가진 전시는 특별전을 통해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금속공예실의 모습.

마지막으로 금속공예실에는 불교 공예품과 일반 생활품이 서로 분리돼 전시되어 있다. 이 곳에 전시돼 있는 유물의 수는 3백80여점으로 유물의 기능에 따른 전시 분류법을 택했다. 이 가운데 불사리장엄구는 한국만의 독특한 양식을 갖고 있어 시대에 따른 사리기의 변천과정을 감상할 수 있다. 사각형과 같은 고전적 스타일의 사리기가 전각형으로 바뀌며 팔각형과 원형 등 다양한 기형이 나타나다가 고려말이 되면 원의 영향으로 다층구조를 보이게 된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다시 단순화되면서 백자와 같은 형태를 띤다. 다양한 사리기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의 배려가 돋보인다. 또 천흥사 종을 통해 고려범종의 실물을 본 뒤 패널을 통해 한·중·일 범종을 비교, 각 국 옛 종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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