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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소한 개입"-교수들 "완벽한 통제"
정부 "최소한 개입"-교수들 "완벽한 통제"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3.20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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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화’ 교육부 입법예고안 분석

교육인적자원부 대학구조개혁팀은 지난 9일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부는 “국립대학이 경직성을 벗어나 자율과 책무를 담보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 결정에 의한 특수법인화를 추진한다”고 제정이유를 밝혔다.

교육부 입법예고안은 △총장추천위의 후보추천 뒤 이사회가 4년 연임 총장선임 △이사회는 대학 내외인사 15인으로 구성 △교육연구위원회, 재무경영협의회 설치 △법인회계 일원화 후 예산편성·사용 자율 △법인 수익사업 가능 △매년 출연금 지원 △기초학문 육성 △교직원 고용승계 보장 △교직원 연금은 사학연금 적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정작 입법예고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이사회에 대학내부인 참여 감소 △이사회가 목표 제시, 교육부가 평가 △성과에 따라 정부 출연금 차등지급 △수익사업에 따른 재정확충 △교직원 소속 선택 뒤 일괄 공무원 신분 박탈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류진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의장(경북대 교수회장)은 입법예고안에 대해 한 마디로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 안 되는 법안”이라고 일갈했다. 류 회장은 “이 안은 수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철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단체들은 “교육부가 법인화된 대학의 운영과 재정 전반을 완벽하게 감독, 통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입법예고안과 관련 논쟁지점은 △교육부로부터 독립된 지배구조인가 △자율성을 보장하는 운영구조인가 △자율성이 보장되는 회계구조인가 △교직원의 신분은 보장되는가 등의 4가지로 볼 수 있다.

지배구조, 총장 대표로 법인이사회 중심
교육부가 9일 제안한 법안에 따르면 현행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대학운영의 책임은 총장과 학장이 맡게 된다. 법인 대표자인 총장·학장은 총·학장선출위원회에서 간선으로 뽑혀 4년 연임제로 지낸다.

인선은 선출위원회가 2~3명의 후보를 내고 이사회가 이 중에 1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교무회의, 교수회가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구조는 법인 이사회가 가진다. 법인이사회는 총장·학장, 교육부와 기획예산처에서 2명, 광역자치단체 1명, 동창회 1명, 교육연구위원회의 장과 재무경영협의회의 장, 산업계·경제계 인사, 학교경영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내외 인사 15인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4년 이내다.

선임된 이사회는 정관변경, 예·결산, 대학조직 신설·폐지, 교직원 인사 결정 등의 결정을 내린다. 감사는 재무와 운영 등을 감사하며 3년 단임이다.

현재 국립대의 지배구조는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현재 운영에 비해 대학 외부인이 많아진다. 상대적으로 내부자의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인화 관련 자율성 문제에 대해 “대학에 광범위한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게 … 공공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부개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3일 이장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서울대 총장)도 자율성 여부 문제를 들어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장은 “강한 책임의식을 갖고 대학을 변화시키려면 총장과 보직교수 중심의 ‘내부자 모델’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진춘 회장은 “유럽은 법인이사의 과반수가 교수”라면서 ‘교수(대학내부자)의 목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했다.

운영구조, 교육연구위·재무경영협 두 축
법안은 운영구조로 교육연구위원회와 재무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교육연구위원회는 교수로 구성돼 입학과 졸업, 교원인사, 교수평가, 연구, 교육과정, 성적, 학위, 교육연구관련 중기 계획을 결정하며 임기는 4년 이내다. 재무경영협의회는 교수, 직원, 학생, 외부인사로 구성돼 예·결산, 입학금, 수업료, 투자계획이나 수익사업, 조직이나 경영관련 중기 계획, 채무 부담행위, 예산 등에 대한 규칙 제정을 맡는다. 임기는 4년 이내다.
현행 교무회의가 두 위원회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셈이다. 지배와 운영이 분리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보이나, 두 위원회가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법인의 중계가 지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환영하기 이르다. 이럴 경우 현행 학생처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회계구조, 4년마다 평가해 차등지원
국고 회계와 기성회 회계에서 법인 회계로 통합된다. 다만 법인 전환 후에도 정부지원은 계속된다. 법인은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수익은 학교경영에 충당토록 했다. 매 회기년도에 대한 예·결산안과 그 결과는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법인화가 이루어지면 현재까지 정부가 국립대에 지원하는 재정지원이 변동된다. 정부는 매년 출연금을 법인에 지원하고, 이 출연금 산정방법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게 했다. 대학운영에도 4년 단위로 경영성과 목표가 제시된다. 교육부는 목표와 그 평가에 따라 재정지원을 차등화하게 된다.

문제는 재정적 평가다. 법인의 수익사업 성과가 교육부에 제시한 목표에 못 미치게 되면, 교육부는 출연금을 줄일 수 있다. 법인은 목표 달성을 위해 수익사업에 매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재정이 풍부하지 않아 회계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류진춘 회장은 “현재 고등교육예산은 전체 예산의 0.4%에서 0.3%로 줄었다. 이는 유럽의 4분의 1의 수준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전체 국립대 재정이 도쿄대 한 개 대학의 수준이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재정확보가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장무 총장은 정부의 지원금 규모에 대해 “(법인화된) 일본대학은 예산의 55∼60%를 지원받지만 서울대는 전체의 25% 정도”라고 밝혔다.

교직원 처우, 공무원 교수 없어져
법인의 총장·학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사 및 감사는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교직원은 법인의 총장·학장이 임면한다. 법안에 없는 교직원 관련사항은 ‘사립학교법’에 준해 적용된다. 총장이 교수의 임면권을 가지게 되면 임용·해고에 따른 학내 갈등 문제가 국립대에도 극심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의 고용승계는 보장되지만 교직원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만큼 연금은 공무원연금이 아닌 사학연금의 적용을 받게 된다. 법인화가 시행되면 현 국립대 교직원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된다. 법인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지 않을 사람부터 법인의 직원으로 임용한다.

이 때 당사자는 공무원의 신분에서 퇴직한다. 법인 소속으로 전환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국립대 전환 이후 5년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다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전출된다. 교직원의 정년은 전환 전 직급의 정년이 적용되지만, 국가나 지방공무원의 정년으로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기성회 직원은 모두 법인의 직원이 된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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