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15 (금)
金· 石· 鐵이 빚은 불교미술의 長
金· 石· 鐵이 빚은 불교미술의 長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03.19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 비평(2)_불교회화실· 불교조각실· 목칠공예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 이하 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개관한 지 1년이 넘었다. 최근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보관하고 일부만을 전시하는 창고의 개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21세기형 박물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박물관의 미술관Ⅰ·Ⅱ와 아시아관의 전시실을 돌아보며 주요 작품과 전시 구성을 살펴보고, 각 실에 맞는 작품 감상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번 호에서는 미술관 전시실 비평의 마지막 순서로 청자실, 분청사기실, 백자실, 금속공예실을 살펴본다. / 편집자주

미술사에서 시대에 따른 작품의 변화와 흐름을 짚어내는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감상법은 특히 불교조각에서 두드러진다. 시대에 따른 조각 양식과 기법 및 내용이 변화하는 모습 속에 당시 문화와 사회·경제 제반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불교조각실은 한국 불상의 변화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하여 한국의 美를 호소력 짙은 불상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크게 대형 불상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과 소형 불상이 전시된 공간으로 나눠 다시 시대 순으로 불상들을 배치했다.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자연스레 옛 불교 조각의 흐름과 변화를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단 한 개의 불상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의 모습과 유사한 불상이 담고 있는 내용과 의미도 그만큼 풍부할 것이다. 

한국 불상 변천과정 일목요연하게

소형 불상들이 전시된 공간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상들을 전시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 박물관 소장품과의 교류를 통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불상들을 엄선해 전시하고 있어 중앙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허형욱 학예연구사는 “각 지역에서 출토된 불교 조각품들은 지역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지방 박물관을 방문해 그 지역 불상만의 특징과 매력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조각실 내부의 모습. 전시실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자연스레 옛 불교조각의 흐름과 변화를 알 수 있다.

불교 조각실의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박물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반가사유상을 볼 수 있다. 다소 어두운 조명과 넓지 않은 공간으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만을 전시하고 있어 반가부좌를 튼 석가와 교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반가사유상에 다가가 허리를 굽히면 어김없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보여준다.

불상을 감상하는 데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불상이 만들어진 재료와 기법을 살펴보는 것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금동불과 철불, 석불로 불리우는 불상들의 제작 과정을 그려낸 패널을 보면, 정교하고 섬세한 조각기법을 선보인 선조들의 뛰어난 기술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예배의 대상으로서 당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나무로 닫집(天蓋)을 만들어 재현한 傳 보원사지 철불좌상이나 압도하는 듯한 웅장한 광주 철불은 소형 불상과는 또 다른 감상의 맛을 준다. 불교조각실의 대형 불상들이 좀처럼 교체되지 않는 것 같다는 학계의 지적에 허 학예사는 “대형 불상들은 운반 과정에서 작품 훼손의 우려가 커 교체를 자제한다”며, “상설 전시관은 박물관의 얼굴인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불상들을 엄선해 일반적인 흐름을 잡아 전시한다”고 설명한다.

불교미술은 인도에서부터 시작되어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에까지 그 맥이 닿아있다. 한국 조각의 원류가 되는 像들과 비교해 감상한다면 그 묘미가 더해질 것이다.
불교조각실과 아시아관을 함께 관람함으로써 유장한 불교미술의 흐름 속에 위치하는 한국 불교 조각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도 감상법 가운데 하나다. 전시실 내에 있는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관람한 후, 박물관을 나서며 야외에 안치되어 있는 석조 불상 및 탑 등과 비교한다면 불교 조각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실제 사찰의 재현이 전시의 콘셉트

한 계단 아래로 내려와 불교 회화를 감상해보자. 학계에서는 “불교회화가 일반회화에서 분리되어 불화에 대한 전문적인 감상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이 전시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불화 전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도상별 분류에 따른 전시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불교회화실의 모습.

그러나 박물관은 실제 사찰의 재현을 콘셉트으로 했다. 사찰 건축 안에 배치되어 전각을 장엄했던 불화이기에 건축별 배치, 즉 각 불화의 기능에 따른 전시가 가능했던 것이다.

정명희 학예사는 “다른 불교미술 박물관들의 전시가 신앙적 대상으로써의 의미가 좀더 강하게 부여됐다면, 중앙박물관은 거시적인 맥락에서 조선시대 문화의 한 부분으로 불교회화 전시의 큰 틀을 잡았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전시실의 입구에서 출구까지는 사찰의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사찰이 어느 교리에 속하건 전각별로 불화를 장엄했으므로 <지장시왕도>가 전시된 곳은 지장전, <나한도>가 전시된 곳은 나한전 등으로 생각하고, 사찰 공간의 배치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이런 방식은 불화를 해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도상을 기계적으로 읽는 감상에서 벗어나 불화를 좀더 친숙하게 이해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찰 내부에서 외부로 나오는 복도를 지나면 사찰 외부에 걸리는 큰 불화인 괘불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괘불은 통상 6개월을 주기로 교체를 한다.

불교회화의 정수로 알려져 있는 고려불화는 전시되어 있지 않아 박물관의 컬렉션이 다소 편중 된 것이 아니냐는 학계의 지적에 정 학예사는 “국외에 반출되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 수난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인 전시 의도를 숙지하고 사찰에 들어온 기분을 느끼며 관람한다면 효과적이고, 입체적인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4월 11일까지 열리는 ‘꽃을 든 부처’란 주제의 통도사 괘불과 같은 테마展은 상설전시의 한계를 뛰어넘어 박물관 학예사들이 연구한 성과물들을 가시화시킨 전시이다.

정 학예사는 “미술을 위한 미술로서만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불화가 그려지게 된 배경, 그것이 작용하는 기능, 담고 있는 내용이나 의미 등을 생각하며 감상하다면, 비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도 작품에서 얻어가는 아이디어와 감동이 몇 배나 클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회화에서 설명하는 용어가 다소 생소한 관람객이라면 최근 박물관에서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용어-미술사> 책자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옛 어른들 사용하던 생활용품 한 곳에

불교회화실의 감상을 마치고 목칠공예실로 들어서면 전시 공간 가득 목가구의 냄새가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목칠공예실에는 여성의 공간에 있던 물건과 남성의 공간에 있던 물건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사랑방이나 안방에서 쓰던 물건 가운데 소반과 나전칠기 등은 목칠공예의 정수인 만큼 보다 중점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의 중앙에는 사랑방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사랑방은 학문을 하는 서재이자,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로 쓰이던 남성들만의 공간이다. 사랑방의 주인인 선비는 사회 지배층이었지만 화려함을 멀리하고 맑고 우아한 기운을 사랑해서 사랑방은 품격 있고 절제된 분위기로 꾸며졌다.

목칠공예실의 중앙에는 남성들만의 공간인 사람방이 재현되어 있다. 이 안에 있는 유물들은 모두 진품이라 보면된다.

 또 선비들에게 꼭 필요한 교양이자 취미였던 시, 글씨, 그림도 사랑방 꾸밈의 필수품으로, 이 사랑방 모형 안에 모두 갖춰져 있다. 사랑방 건축물은 모형이지만, 사랑방을 구성하는 유물들은 사방탁자만을 제외하고 모두 진품이다. 전시실 벽 한 켠에는 목공예품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그림들이 담겨진 작은 패널이 있어, 옛날 목공예품의 쓰임새에 대한 이해를 한결 쉽게 한다.

국보급 목칠공예를 소장하고 있는 ‘김종학 기증실’도 목칠공예실과 연계해서 감상한다면 목칠공예에 대한 조예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다른 전시실에 비해 자연채광을 받아들여 전반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목칠공예실은 미술관Ⅰ을 관람한 뒤 지친 눈과 다리를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