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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 日 금동불과의 비교
中 · 日 금동불과의 비교
  • 광동석 국립청주박물관장
  • 승인 2007.03.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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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직되고 침울한 표정 역력

중국 북위 양식 금동불과의 양식비교를 통하여 드러났듯이, 연가명 금동불은 중국 북위양식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우리 나름으로 소화하여 한국적인 정서와 미감으로 재해석한, 자신감 넘치는 한국적 조형미의 선구작이다. 이 금동불을 통하여 고구려는 삼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국이었고, 중국과 바로 인접했기 때문에 문화적인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였으며, 나아가 저 멀리 신라의 오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 알 수 있다.

같은 시기 일본은 아직 불상의 전개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연가명 금동불과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예를 찾기 어렵다. 단지 아스카(飛鳥)시대 일본 고대조각을 대표하는 도리파(止利派) 여래상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法隆寺獻納寶物 149호 금동여래입상(7세기)과의 간접적인 비교를 통하여 양국 간의 조형미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의 법륭사헌납보물 149호 금동여래입상의 모습.
마르고 긴 얼굴과 신체, 정면의 옷자락이 반전하여 왼쪽 팔에 걸쳐 흘러내린 포복식 복장, 통인의 수인 등, 법륭사헌납보물 149호 금동여래입상도 기본적으로 북위양식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신체 좌우로 날카롭게 뻗친 옷자락 표현이 사라지고 하단의 끝자락에 뻗침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은 7세기의 시대 양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27.4cm에 이르는 크기에도 불구하고 표정과 신체조형에서 드러나는 평면성과 도식성은 이상적인 부처의 모습에 대한 관념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머리는 라발이 뚜렷하고 정상의 육계도 매우 단정하며, 얼굴 외형은 좌우 측면이 거의 평행하여 장방형에 가깝다. 따라서 두 뺨은 측면관에서도 굴곡이 없어 평면적이며, 살짝 뜬 행인형의 눈은 눈초리가 날카롭다. 콧잔등은 가늘고 직선적이지만 콧방울이 넓으며, 그 주위가 심하게 패여 있고, 또 윗입술은 인중을 경계로 좌우로 날카롭게 휘어져 카이저수염을 연상케 한다.

마치 콧방울에 잔뜩 힘을 주었을 때의 근육구조를 묘사한 듯한 표현형식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칼로 빚은 듯 경직되고 침울한 표정이 역력하다.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가녀린 표정의 연가명 금동불, 나아가 억제된 미소를 머금었지만 비현실적인 모습의 북위 불상과도 전혀 다른 표정이다.

두 팔은 겨드랑이가 몸에 붙어 위축됐으며 수인은 지나치리만큼 커서 어색하다. 신체 역시 얼굴의 좌우 측면처럼 거의 평행하여 전체적으로 장방형의 조형틀 속에 포함되어 평면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단의 치마 자락 가운데 겨우 드러난 짧은 발은 볼륨이 없고 간격도 좁아 ‘그저 신체에 달린 발’같은 느낌이 든다. 복부 중앙에서 곧게 내려오는 계단식의 옷주름도 판에 박은 듯 도식적이다.

반면 연가명 금동불은 통인을 맺은 양손이 신체에서 분리되어 공간을 점유하는 입체적인 모습이며, 발목까지 드러낸 두 발도 부피감이 있어 그 아래의 연꽃 대좌를 당당하게 딛고 서 있다. 더욱이 복부에 계단식으로 표현된 옷주름은 양감이 있을 뿐 아니라 중심에서 벗어나 오른쪽 허리 쪽으로 휘어 미묘한 동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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