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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충족과 더불어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
지적 충족과 더불어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
  • 교수신문
  • 승인 2007.03.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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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평_‘우리의 것’을 찾아서-동양상담학 시리즈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07
지적 충족과 더불어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

 국내최초 동양상담 ‘총망라’
 문제인식과 대안 9권에 담아내

일찍이 ‘청담자’라는 용어로 내담자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던 저자는 상담의 연구와 실제에서 끊임없이 우리 고유의 방식을 추구해왔고, 한국 사람에게 적합한 상담지식을 체계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에 천착해 왔다. 또한 ‘한국형 초등학교 생활지도와 상담’, ‘공감학: 어제와 오늘’, ‘동화로 열어가는 상담이야기’ 등의 다양한 저서를 통해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국내 최초로 동양의 상담을 총 망라한 노작, ‘동양상담학 시리즈’는 한국 상담계의 나아갈 길과 방향에 대한 저자의 오랜 문제의식과 대안을 담고 있다. 1권의 서두에는 저자가 이 시리즈를 내게 된 고민의 뿌리와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서양의 것들을 수입하기에 급급하여 깊이 묻어두었던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스며있는 삶에 대한 철학과 사상, 문화적 전통”의 뿌리를 캐기 시작하여 5년 전 첫 원고를 탈고하게 되었고,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하려던 작업이 무려 9권이라는 대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이 상당에서 가장 중요

1권 <마음과 상담>에서는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지 또 왜 우리는 마음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왜 마음인가?’하는 것이다. 동양의 마음, 서양의 마음, 동·서양의 마음과 상담으로 풀어가는 방식이 나의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불교와 상담>, <선문답과 상담>, <논어와 상담>, <퇴계 유학과 상담>, <도덕경과 상담>, <모리타 상담>,  <나이칸 상담>, <동사섭 상담>에 빠져들었다.

만약 필자의 시리즈 1권을 그저 동양상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독자라면 2권, 3권 등 읽기를 거듭해 나가면서 분명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삶에 대한 혜안을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1권은 각 권에 대한 총론과 같은 역할을 하므로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저자는 각 권마다 구성을 일관되게 유지하되, 틀에 얽매임 없이 각 영역마다의 중요한 주제를 살리기 위해 유연한 목차구성을 한 것이 돋보인다. 형식에 매이기보다는 현재 이루어져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상담을 다뤄야 하는 이유

2권과 3권은 불교상담에 대한 것이다. 2권에서는 불교와 상담을, 3권에서는 불교의 대표적 수행방법인 선문답과 상담을 다룬다. 즉, 불교가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의 중요한 상담기능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저자는 동양상담학 시리즈에서 왜 불교상담을 다루어야 하는가와 그간 진행되어 온 선행 연구물들의 의미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시금 우리는 인간변화의 원리를 이해하고 내담자를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다. 선문답과 상담을 다룬 3권은 미혹된 마음을 초월하기 위한 문답과 깨달음의 세계로 안내하는 문답에서 출발한다. 선문답의 방식은 대화가 주가 되는 오늘날의 상담과 너무도 닮아있고, 청담자의 ‘근기(根氣)’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강조된다. 이미 한국인의 대화 속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선문답을 저자는 다양한 예시와 상담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상담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공자, 퇴계, 노자와 상담이론

4,5,6권은 불교와 함께 동양사상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공자, 퇴계, 노자를 다룬다. 저자는 <논어>를 되풀이 해 읽으면서 “공자의 사람 됨됨이를 느끼고 제자와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공자의 태도는 가히 상담자가 본받아야 할 원형”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삶에 뿌리 깊은 공자의 사상에 대한 현대인들의 이중적 태도를 예리하게 지적하였고, 공자의 사상이 현대 상담에 주는 시사점을 면밀히 짚어나가고 있다. 4권에서 지적한 온고지신의 정신은 시리즈 전권을 통해 저자가 가장 피력하고자 하는 바임에 틀림없다. 5권 <퇴계 유학과 상담>에서 저자는 성리학자들의 이기논쟁이야 말로 한국적 상담이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대표적 광맥이라고 했다.

이쯤에서 후학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증폭되고 있다. 퇴계가 바라본 마음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상담법을 소개하면서 거듭 저자는  후학들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6권   <도덕경과 상담>은 도·덕·무위자연과 같은 노자의 철학을 중심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도덕경이 갖는 의미와 삶의 원리들을 소개한다. 이는 곧 성공과 행복에 대해 한 목소리일 수만은 없는 현대인들과 그들의 상담자인 우리들에게 행복의 원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데 충분하다. 

한국 상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담아

7권과 8권에서는 모리타 상담과 나이칸 상담으로 대표되는 일본식 상담을 다루었다. 7권 <모리타 상담>은 일본식 상담의 하나로 불안신경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모리타 상담이 일본 내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다는 점, 앞서 소개한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점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8권 <나이칸 상담>은 일종의 명상기법이며 흔히  ‘내관상담’으로 알려진 나이칸 상담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 고유의 창의적 상담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한국적 상담을 이루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9권 <동사섭상담>은 잘 알려진 용타스님의 한국식 집단상담에 대한 소개이다.  저자는 집단에 직접 참여하고 용타스님의 검증을 통해 내용의 정확성과 타당성을 높이고 있다. 

서문에서 밝힌 저자의 간절한 소망은 시리즈 전체를 통해서 거듭 전해진다. 상담을 전공하는 후학들이 ‘우리와 우리 것’에 대해 부디 관심을 가져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찌 보면 그간 저자의 노고 덕에 우리는 상담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우리 앞에 놓인 삶의 문제들을 조금은 수월하게 풀게 된지도 모르겠다.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며 막연했던  동양 상담학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됨은 물론, 나 자신의 갖가지 상처에 대한 치유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한국 상담의 정체성과 그 나아갈 바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의 상담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경 / 한국기술교육대·교육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한국대학생의 취업준비행동: 심리적 특성 및 개인배경변인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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