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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 우석대 1년여 만에 폐지…"재정 압박 여전"
부산대 ․ 우석대 1년여 만에 폐지…"재정 압박 여전"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02.2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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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교육부 '등록금 예고제' 실효성 있을까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등록금 예고제’ 도입방침을 밝혔지만 대학당국과 학생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등록금 예고제를 시행하는 대학들도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하거나 폐지계획을 밝혀 등록금 예고제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 7일 대학입시 요강에 등록금을 미리 알리는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하도록 대학에 권고하는 등 2007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각 대학에 등록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는 공문을 보낸데 이어 등록금 예고제 도입방침을 밝힌 것은 등록금 문제가 일정 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등록금 예고제는 임시방편…현실성 떨어져”

그러나 대학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의 경제사정과 대학의 현실에 비춰볼 때 등록금 예고제는 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이유다. 김갑성 연세대 기획실 정책부실장(도시공학과)은 “대학은 보통 2월에 결산을 하는데, 등록금 예고제를 시행할 경우 10월, 11월에 내년 예산을 짜야한다”며 “그렇게 되면 학생의 반발이 오히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미리 전국대학교 기획실(처)장 협의회장(가천의대)은 “등록금 예고제의 취지는 좋지만, 물가변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등록금 예고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좋다고 무조건 따라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교육부가 자율화란 이름으로 대학에 권한을 맡긴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규제하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등록금 예고제를)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안 하자니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 대학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등록금 예고제가 오히려 대학에 등록금 인상 명분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훈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총장(한신대)은 지난 13일 등록금 관련 토론회에서 “등록금 예고제는 예고만 하면 얼마든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는 명분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학 내 등록금 관련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고제는 소용없다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충민 서울지역 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의장(연세대)은 “교육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등록금 예고제의 목적은 대학의 등록금 인상 담합 등에 대한 정치적 액션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내 구성원들이 참석해 등록금에 대한 의견개진만 제대로 이뤄져도 등록금 예고제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 재정계획 없이 당면 현황만 반영”


현재 등록금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들은 원광대, 대구교대, 서울산업대 등이다. 우송대는 98년부터 학점제에 따른 등록금 인상 동결제를 시행 중이다. 부산대의 경우 2004년에, 우석대는 2005년에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했다 일년 만에 폐지했다.

현재 등록금 예고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들은 원광대, 대구교대, 서울산업대 등이다. 우송대는 98년부터 학점제에 따른 등록금 인상 동결제를 시행 중이다. 부산대의 경우 2004년에, 우석대는 2005년에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했다 일년 만에 폐지했다.

시행 일년 만에 등록금 예고제를 없앤 대학은 폐지 이유로 ‘재정운용의 어려움’을 꼽는다. 우석대 예산팀 관계자는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등록금 예고제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없앴다”고 밝혔다. 이 대학의 2007년도 신입생 등록금 인상률은 5.6%다. 2005년 입학 시 등록금 예고제 대상이었던 재학생들은 당시 인상률인 4.9%에서 동결됐다.

2004년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한 원광대는 현재 제도 폐지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의 2007학년도 신입생 등록금 인상률은 6.9%다. 입학팀 관계자는 “앞으로 등록금 예고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 조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학교는 실질적 재정압박이 클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니 (등록금 예고제가) 좋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한 대학들은 등록금 책정 시 4년간의 재정계획 보다 연간 물가상승률, 당시 학교 상황 등을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 예고제가 자칫 등록금 과다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교대 관계자는 “등록금 예고제를 하니 등록금이 좀 높아지더라”며 “학교는 4년 전체 예산보다 입학 당시 학교 상황에 따라 등록금을 주로 책정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등록금 예고제 하에서 등록금 인상 기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은 오히려 등록금 인상 수단으로 등록금 예고제를 악용할 수 있고 신입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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