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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설문 : 교수노조·대학정책에 관한 전국 교수 인식도 조사
기획설문 : 교수노조·대학정책에 관한 전국 교수 인식도 조사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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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12 17:37:43
우리신문이 대학사회의 쟁점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 경향을 짚어보기위해 지난달 말부터 이 달 초까지 진행한 이메일 설문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은 다소 뜻밖이었다. 교수노조에 대한 인식경향만 놓고 본다면, 아직 지식노동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거나 반감을 나타내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68.5%의 교수가 노조설립에 찬성한다는 결과는 분명 예상외다.

그러나 교수들이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신분불안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조사 결과 계약제와 연봉제 시행에 대해 87.4%의 교수가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게다가 대학의 교육·환경과 교수에 대한 처우가 제자리 걸음중이란 것도 교수들이 노조설립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중요한 이유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85.0%의 교수들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환경이 ‘낮은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사실 가운데 주목할 내용은 전문대 교수들이 4년제 대학 교수보다 노조 설립이나 계약·연봉제 반대 등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 교수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전문대 교수는 72.7%로 4년제 대학 교수 63.2%에 비해 10% 가까이 높았고, 연봉제·계약제 시행에 대해서도 15% 정도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교수노조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서 노동 기본권을 금지하고 있는 데 대해 55.2%의 교수가 ‘헌법에 위배되므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32.5%가 ‘교수의 노동기본권은 보장하되 당사간의 합의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으로 금지된 교수노조의 허용시기에 대해 ‘정부가 공약한 사항이므로 기간내에 허용해야 한다’(39.0%)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교권이 위협받고 있으므로 당장 허용해야 한다’(29.0%)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 14.3%, ‘불법이므로 허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6.8%로 나타났다.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면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반드시 가입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교수가 23.7%, ‘웬만하면 가입하겠다’는 교수는 40.1%였다. 전체적으로 60%이상의 교수가 가입의사를 비춘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교수들이 ‘합법화’를 가입여부의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별로 가입하고 싶지 않다’(15.4%)거나 ‘절대 가입하지 않겠다’(1.4%)는 교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교수노조 가입 의지는 전문대 교수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반드시 가입하겠다’고 대답한 4년제 대학 교수가 19.2%인 반면, 전문대 교수는 27.3%에 이르렀다.

단결권·교섭권까지 보장해야 55.0%

교수노조의 활동범위에 대해서는 ‘단결권과 더불어 교육부와 사학법인을 대상으로 한 교섭권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교수가 55.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단체행동권은 허용하되 행동내용에 대해 일정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비율이 16.8%, ‘단체행동권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대답은 13.6%로 각각 나타났다.

●계약제·연봉제

절반이 넘는 55.5%의 교수가 반대한 가운데 4년제보다는 전문대 교수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 4년제 대학 교수의 46.4%, 전문대 교수의 62.3%가 두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주목할 점은 계약제에는 반대하지만 연봉제에는 찬성하는 교수도 25.4%에 이르렀다는 것. 이들 교수들은 계약제의 경우 교수신분 자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 반면, 연봉제의 경우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취지를 살린다면 교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가능케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제도 모두에 찬성한 교수는 9.0%. 두 제도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묻자 교수들은 ‘교육부, 사학재단의 통제강화 수단’(45.9%)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가장 우려했다. ‘체계적인 평가체제가 결여’(40.9%), ‘연구와 교육의 질 추락’(30.5%), ‘교수의 비정규직화’(16.1%), ‘단순 지식전수자로 전락’(16.8%) 등도 주요한 반대 이유였다.

처우와 교육·연구환경

교수의 처우와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보통이다’(40.5%), ‘낮은 수준이다’(36.9%)는 답변이 많았다.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처우와 위상에 대한 자각이 이렇다보니 교육·연구 환경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낮은 수준’(53.8%), ‘매우 낮은 수준’(31.2%)이라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이 ‘보통’(14.0%) 혹은 ‘높은 수준’(1.0%)이라고 대답한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연구와 교육활동 과정에서 법인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눈치를 보는 사립대 교수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이 넘는 58.4%의 교수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사학법인의 교수통제는 특히 전문대에서 두드러졌다. 전문대 교수들 중 36.4%가 ‘많이 있다’, 34.4%가 ‘조금 있다’고 답한 반면 대학 교수는 각각 11.2%, 32.0%로 나타났다.

●교육정책

교육부가 추진중인 국립대발전계획에 대해서 교수들은 바람직하지 않거나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수는 33.4%, ‘바람직하다’는 교수는 14.3%였다. ‘그저 그렇다’는 시큰둥한 의견도 21.1%나 됐다. 전문대 발전 방안에 대해 전문대 교수들도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 ‘매우 바람직하다’(3.9%)거나 ‘대체로 바람직하다’(26.0%)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28.6%),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13.6%)는 교수들이 많았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전국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무작위 메일링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효 응답자는 4년제 대학 교수 1백25명, 전문대 교수 1백54명 등 총 2백79명이었다.
진행 :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정리 :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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