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수들이 노조설립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신분불안이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조사 결과 계약제와 연봉제 시행에 대해 87.4%의 교수가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게다가 대학의 교육·환경과 교수에 대한 처우가 제자리 걸음중이란 것도 교수들이 노조설립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는 중요한 이유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85.0%의 교수들이 대학의 교육과 연구환경이 ‘낮은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사실 가운데 주목할 내용은 전문대 교수들이 4년제 대학 교수보다 노조 설립이나 계약·연봉제 반대 등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 교수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전문대 교수는 72.7%로 4년제 대학 교수 63.2%에 비해 10% 가까이 높았고, 연봉제·계약제 시행에 대해서도 15% 정도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교수노조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서 노동 기본권을 금지하고 있는 데 대해 55.2%의 교수가 ‘헌법에 위배되므로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32.5%가 ‘교수의 노동기본권은 보장하되 당사간의 합의로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법으로 금지된 교수노조의 허용시기에 대해 ‘정부가 공약한 사항이므로 기간내에 허용해야 한다’(39.0%)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교권이 위협받고 있으므로 당장 허용해야 한다’(29.0%)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밖에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 14.3%, ‘불법이므로 허용해선 안된다’는 의견은 6.8%로 나타났다.
교수노조가 합법화되면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반드시 가입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교수가 23.7%, ‘웬만하면 가입하겠다’는 교수는 40.1%였다. 전체적으로 60%이상의 교수가 가입의사를 비춘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교수들이 ‘합법화’를 가입여부의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별로 가입하고 싶지 않다’(15.4%)거나 ‘절대 가입하지 않겠다’(1.4%)는 교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교수노조 가입 의지는 전문대 교수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반드시 가입하겠다’고 대답한 4년제 대학 교수가 19.2%인 반면, 전문대 교수는 27.3%에 이르렀다.
단결권·교섭권까지 보장해야 55.0%
교수노조의 활동범위에 대해서는 ‘단결권과 더불어 교육부와 사학법인을 대상으로 한 교섭권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교수가 55.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단체행동권은 허용하되 행동내용에 대해 일정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비율이 16.8%, ‘단체행동권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대답은 13.6%로 각각 나타났다.
●계약제·연봉제
절반이 넘는 55.5%의 교수가 반대한 가운데 4년제보다는 전문대 교수의 반대 비율이 높았다. 4년제 대학 교수의 46.4%, 전문대 교수의 62.3%가 두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주목할 점은 계약제에는 반대하지만 연봉제에는 찬성하는 교수도 25.4%에 이르렀다는 것. 이들 교수들은 계약제의 경우 교수신분 자체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 반면, 연봉제의 경우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하는 취지를 살린다면 교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가능케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제도 모두에 찬성한 교수는 9.0%. 두 제도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묻자 교수들은 ‘교육부, 사학재단의 통제강화 수단’(45.9%)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가장 우려했다. ‘체계적인 평가체제가 결여’(40.9%), ‘연구와 교육의 질 추락’(30.5%), ‘교수의 비정규직화’(16.1%), ‘단순 지식전수자로 전락’(16.8%) 등도 주요한 반대 이유였다.
처우와 교육·연구환경
교수의 처우와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보통이다’(40.5%), ‘낮은 수준이다’(36.9%)는 답변이 많았다.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처우와 위상에 대한 자각이 이렇다보니 교육·연구 환경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낮은 수준’(53.8%), ‘매우 낮은 수준’(31.2%)이라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대학의 교육·연구 환경이 ‘보통’(14.0%) 혹은 ‘높은 수준’(1.0%)이라고 대답한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연구와 교육활동 과정에서 법인으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눈치를 보는 사립대 교수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절반이 넘는 58.4%의 교수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사학법인의 교수통제는 특히 전문대에서 두드러졌다. 전문대 교수들 중 36.4%가 ‘많이 있다’, 34.4%가 ‘조금 있다’고 답한 반면 대학 교수는 각각 11.2%, 32.0%로 나타났다.
●교육정책
교육부가 추진중인 국립대발전계획에 대해서 교수들은 바람직하지 않거나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수는 33.4%, ‘바람직하다’는 교수는 14.3%였다. ‘그저 그렇다’는 시큰둥한 의견도 21.1%나 됐다. 전문대 발전 방안에 대해 전문대 교수들도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 ‘매우 바람직하다’(3.9%)거나 ‘대체로 바람직하다’(26.0%)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28.6%),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13.6%)는 교수들이 많았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전국 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8월 29일부터 9월 4일까지 무작위 메일링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효 응답자는 4년제 대학 교수 1백25명, 전문대 교수 1백54명 등 총 2백79명이었다.
진행 :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정리 :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