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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은 마음 크지만 받은 빚이 너무 많다”
“쉬고 싶은 마음 크지만 받은 빚이 너무 많다”
  • 김명희 기자
  • 승인 2006.12.1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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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퇴임 앞둔 원로 교수들의 인생 준비계획

올해도 많은 교수들이 후학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교육 일선에서 물러난다. 정년퇴임을 앞둔 교수들은 ‘시원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서윤길 동국대 교수(불교학)는 “아쉬움, 후련함, 미안함 세 가지 단어가 떠오른다”며 말문을 연 후 “아쉬움은 대학이라는 특성상 돌봐줘야 할 제자들을 돌봐 줄 수 없다는 것이고, 후련함이란 교육이라는 것이 들려주는 교육도 있지만 보여주는 교육이 있을진대, 나는 보여주는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을 걱정 안 해도 되니 후련함이요, 미안함이란 내 모교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염홍경 영남대 교수(필명 염무웅, 독어독문학)는 “개인적으로 후련할지도 모르지만 학생들에게는 교육정책의 포로가 되고 대학이 직업교육 훈련기간으로 전락된 상황이라 지금의 심정은 한마디로 감옥에서 억울한 사람들을 놔두고 혼자 나오는 사람 심정”이라고 소회했다.

이어 염 교수는 “사실 인문학의 위기보다 1979년부터 3년간 대학 정원을 3배로 늘린 것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며 “국가 인력계획이 백년이 아니라 20년을 앞두고 세웠다 해도 이런 일이 생길까, 독문학 박사학위를 따놓고도 택시운전을 하고, 학원 강사를 할 수밖에 없는 학문 후속 세대들이 마치 ‘닭 쫓는 개’마냥 서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후속세대들에게 갖는 애정 만큼 원로 교수들의 퇴임 이후 계획은 어떨까? 퇴임 이후 학교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평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연구소를 통해 젊은 제자들을 키우겠다는 교수도 있는 등 다양하다.

오금성 서울대 교수(동양사학)는 “이제는 정말 푹 쉬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과 진 빚이 너무 많다”며 퇴임 이후 저서발간 계획을 줄줄이 세우고 있었다.

오 교수는 당장 2007년 2월 간행 예정으로 ‘국법과 사회관행-명청시대 사회경제사 연구’(國法과 社會慣行-明淸時代 社會經濟史 硏究) ‘모·순의 공존-명청시대 강서사회 연구’(矛盾·盾의 共存 -明淸時代 江西社會 硏究)를 마무리했다. 퇴임 후 4권의 책 ‘신사와 중국사회’(紳士와 中國社會), ‘재상독재의 시대’(宰相 獨裁의 時代), ‘명대의 학교와 과거제’(明代의 學校와 科擧制), ‘원(願)없이 살다 간 젊은이’를 이미 계획하고 있다.

황소부 경상대 교수(영어영문학)도 “교수생활 40년 8개월 동안 보직으로 인한 시간제약으로 연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앞으로 그동안 적어낸 글과 논문 등을 칼럼집이나 수필집으로 엮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인 연구활동 외에도 다른 사회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 교수들도 있었다. 서윤길 동국대 교수는 “학자에게 공부란 밥 먹는 것과 같아서 살아있는 한 공부는 계속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연구소를 만들어 제자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을 키워내는 일과 불교계 교수로서 수행과 함께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염홍경 영남대 교수는 “우선 지난 10월말 남북 문학인들이 모여 6.15민족문학회라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했는데, 남쪽 회장을 맡고 있어 책임이 막중하다”며 “문학 활동을 통해 남북의 적대성을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는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염 교수는 “이제는 대학 커리큘럼에서 얽매이지 않는 제도 밖에서 나오게 되니 자유롭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부와 글을 편하게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명희 객원기자 yout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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