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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기준으로 ‘교원법정인원’ 채워야
OECD 기준으로 ‘교원법정인원’ 채워야
  •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 승인 2006.12.11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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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간강사 법적 지위 보장 - 시간강사 문제의 해법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강사와 교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1949년의 교육법 제73조에 교원은 ‘학생을 직접 지도·교육하는 자’였고 제75조에 ‘대학 교원으로 총·학장, 교수, 부교수, 강사, 조교를 둔다’고 되어 있어 강사는 교육공무원에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군부정권은 강사들이 폭넓게 수행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오직  ‘강의시간’에만 국한시켜 지급하는 ‘국·공립대학및전문대학강사료지급규정’을 도입하였다. 1970년대에는 교육법 제75조의 ‘강사’를 ‘전임강사’로 바꾸어 시간강사들의 법적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놀라운 것은 군부정권 뿐만 아니라 문민·국민·참여의 외피를 덮어쓴 민간정부조차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대학의 편법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1년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학 시간강사 문제 해소대책’에 시간강사는 “특수한 교과목 운영, 담당 교수 휴직 및 해외 파견 등으로 인한 공백을 보충”하기 위한 존재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교원법정충원률이 낮은 대학이 교원을 뽑지 않고 전혀 특수하지 않은 상당수의 교과목을 시간강사에게 맡겨도 수십 년간 이를 방조했다.

최근 대교협은 한 술 더 떠 근본적 대책 수립에 반대하는 대학의 의견을 결집시키기까지 하였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준다던 참여정부는 12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학문 후속세대 양성대책 및 비정규직대학교수 대책 강구’를 내걸었지만 지금까지 병아리 눈물 만큼의 강의료 인상과 국·공립대 강사들에 대한 2대 보험(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만 겨우 성사시켰다.

정치권은 더 나아가 서울대 모 비정규교수의 비관 자살로 사회적 충격이 컸던 2003년 말에 시간강사 처우 관련 예산 1천 4백여 억원과 5만여 대학강사 연계망 구축 사업비 3억 원까지 전액 삭감하는데 공모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출한 ‘시간강사처우개선권고’에 대한 세부적 공식 답변서조차 2년이 넘도록 제출하지 않았다.

최근에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시간강사의 명칭을 바꾸어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한나라당도 비슷한 수준의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인적자원부와 대교협의 입장은 무엇인가. 시간강사를 외래교수나 강의교수로 하여 무늬만 교수로 만들고, 1년 이내 계약의 불안정노동 상태에 계속 묶어두며, 단신가구 표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의료 인상으로 생색내진 않는가.

교원 지위 부여가 대학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면 대학이 불쌍한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할 테니 현 상태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는가. 시간강사를 못 쓰면 탄력성이 떨어져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호도하진 않는가. 과도한 자의적 해석과 공포 조장을 통한 협박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썩어가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그런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대규모 실업사태 운운하며 공포심을 조장하지 말고 특정 전공에 편중되지 않으면서 OECD 기준에 부합하는 교원 대 학생의 비율로 교원법정충원률 100%를 달성하라. 대학의 재정 부담이 문제가 아니라 정당하게 요구되는 재원을 확보하지 않는 것이 몰염치임을 실토하라.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염치, 정의, 인권, 교육철학 등의 가치를 되찾자.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자. 기존 예산을 재편성하고 추가 재원을 확보하자. 고등교육 종사자에게 강사든 교수든 적절한 명칭을 부여하여 교원법정주의를 실현하자.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임순광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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