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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法, 대학 자율성 강조·구체적 권한 명시
日本法, 대학 자율성 강조·구체적 권한 명시
  • 강태성 경북대
  • 승인 2006.12.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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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일 국립대 법인화 비교

학문연구에 몰두해야할 대학은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제안한 ‘국립대학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에 의해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는 자율성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목 하에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립대 내부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제한하고 ‘공교육의 포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국립대 법인화특별법안의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인가. 우리 보다 앞서 법인화를 실시한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과 비교해 그 문제들이 시사 하는 바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 이사회 구성 = 먼저,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을 보자.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의 경우에는, 이사회의 구성원은 학장과 이사로 구성된다(제11조 제2항). 이사의 자격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사의 자격을 임명 시기에 당해 국립대학법인의 임원 또는 직원으로 명시하고 있다(제14조). 또한 학장은 이사를 임명한 후 문부과학성에 신고만 하면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제13조).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의 경우에는, 이사회는 이사장과 이사로 구성된다. 이사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데(제17조 제2항) 대부분이 외부인사 이며 교육연구위원회와 재무경영협의회의 장만이 학내인사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있을 뿐이다(제17조 제2항 제6호, 제7호). 

이사회 및 이사에 대한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경우 대부분이 내부인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게끔 되어 있어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에 학내구성원의 총의가 반영될 수 있다. 그러나 국립대법인화특별법의 경우 이사회의 구성원의 대부분이 외부인사이며, 이사 선임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어 대학의 주요 인사에 대한 교육부의 지배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국립대학 법인은 자율성 보장에 있어 일본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다음으로 총장의 선임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의 경우에는, 학장선고회의에서 선고한 자를 법인의 제의에 의해 문부과학대신이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제12조 제1항). 학장선고회의는 경영협의회 및 교육연구평의회에서 선임된 자와 학장선고회의에서 정하는 학장 또는 이사로 구성되며, 학장선고회의에서 정하는 위원은 학장선고회의의 위원 총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제12조 제2항, 제3항)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의 경우에는, 총장추천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자를 선출하여 이사회에 선임요청하고 이사회가 1명을 선임하며 교육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제16조 제3항).

총장의 선임방식에서도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자 중에서 이사회가 선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총장추천위원회에 대한 규정은 일본과 달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16조 제5항). 이는 이사회 등 주요기구에 대한 교육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중기목표 설정 =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의 경우에는, 국립대학법인이 달성하여야 할 중기목표는 6년 단위로 문부과학대신이 국립대학법인 및 평가위원회와 사전에 협의를 거쳐 정한다(제30조 제1항, 제3항). 정해진 중기목표에 따라 국립대학법인은 중기계획을 작성 또는 변경하는데, 문부과학대신은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인가를 한다(제31조 제1항, 제3항).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의 경우에는, 총장은 4년 단위로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경영성과목표를 설정하고, 교육부장관은 매년 경영성과목표에 따른 실적을 평가하여 행정 및 재정지원 정책에 반영하게 된다(제38조 제1항, 제2항).

중기계획 등에서의 문제점은 교육부에 의하여 비록 협의를 거치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각 대학의 특성화 부분이 정해질 수밖에 없어 대학 자율성의 침해가 우려된다. 또한 일본과는 달리 국립대특별법안은 목표의 달성여부에 따라 행정 및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규정을 두고 있어 대학은 재정확보를 위하여 기초학문분야 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학문분야 등을 중기계획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평가기관 = 일본의 국립대학법인법의 경우에는, 문부과학성에 국립대학법인의 재정을 포함한 사무를 처리·평가하기 위한 국립대학법인 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제9조).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의 경우 재무 및 운영을 관리하기 위한 국립대학법인 재무·운영관리기관을 설치할 수 있으며(제31조), 또한 중기계획 등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기관을 두거나 외부 기관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8조 제3항).

일본의 경우에도 평가위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평가 방법 및 과정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점, 평가를 통해 자원배분 여부, 평가위원회의 신뢰성, 평가위원회의 권력기구화 등이다.

국립대법인화특별법의 경우에는 재무·운영관리기관은 예산 낭비와 관료들의 자리 늘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이 기관을 통해 기획예산처의 직접적인 대학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일본과는 달리 이중으로 중기계획에 대한 평가기관을 둘 수 있어 일본의 평가위원회와  동일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 재정지원·육성계획 및 기초학문분야 육성 = 일본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이와는 달리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의 경우에는 국가의 법인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지원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39조). 또한 기초학문분야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 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0조).

그러나, 구체적이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및 지원 방안 등이 국립대법인화특별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중기목표 등의 실적에 따라 재정지원을 하게끔 되어 있어 과연 교육부가 기초학문분야를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된다.

마지막으로, 국립대법인화특별법안 자체에도 예산·결산 등에 교육부장관의 승인(제32조, 제33조)을 받도록 한 규정을 비롯하여 언급하지 않은 많은 재정·인사에 대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정들을 가지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이 법안을 만들 당시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교육부는 왜 국립대 구성원이 국립대법인화를 반대하는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립대법인화 추진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한 인식 없이 자유시장경제의 논리만으로 공교육의 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육부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학내 구성원의 의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강태성 / 경북대·법학


필자는 경북대에서 ‘토지소유권의 본질과 제한’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북대 법과대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경북대 교수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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