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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선언 이후, 한국소설의 흐름
6·15 선언 이후, 한국소설의 흐름
  • 고명철 광운대
  • 승인 2006.11.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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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의 ‘통일시대를 위하여’는 ‘6.15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문학의 지평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비평이 제출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되, 유희석의 비평을 통해 우리는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6.15시대’를 살고 있는 구체적인 문학‘들’을 만나게 된다.

거대담론에 대한 생득적 기피감이 팽배해져 있는 비평계에서 거시적 시각을 견지하되 경직되지 않고, 문학 현장에 밀착해 있는 유희석의 비평을 통해 ‘민족문학의 갱신’을 향한 또 다른 소중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통일시대의 징후들을 예표(豫表)적으로 포착하는 비평은 전체적으로 창작자들의 활력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냉철한 판단 아래 유희석은 6.15공동선언 이후 발표된 소설들의 맥락을 짚어내고 있다.

흔히들 2000년대의 소설을 말할 때 대부분 미적 실험을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 초점을 둠으로써 2000년대의 소설지형도를 편중되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다소 범박하게 말하자면, 탈근대적 소설쓰기야말로 2000년대 소설의 적자(嫡子)라는 담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유희석의 비평에서 호명되고 있듯, 윤흥길, 조정래, 김원일, 윤후명, 김하귀, 정도상, 임철우, 강유일, 김영하, 강영숙, 정철훈 등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의 한국소설은 6.15공동선언 이전의 이른바 분단소설과는 질적으로 현저히 다른 소설들이 씌어지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하여 이들 작가들의 소설은 현실에 대한 ‘무중력 진공’ 혹은 ‘미친, 새로운’이란 비평적 수사로 과잉 해석되고 있는 젊은 소설과 달리, 한반도의 급변한 현실에 밀착하여 우리들 곁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향한 전언들을 타진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유희석은 언젠가는 “남한의 ‘민족문학’이 북녘의 현실과 만나 창조적인 문학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통일시대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민족문학’의 갱신이 선언 차원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우리의 문학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6.15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문학이 창조적으로 이 시대를 대응하고 있다는 데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

‘미적 진보’와 ‘삶의 진보’가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한반도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숙고할 계기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유희석의 비평은 곰곰 되새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고명철 / 광운대 · 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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