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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마라톤 완주자의 자세로
[나의 연구실] 마라톤 완주자의 자세로
  • 하창식 부산대
  • 승인 2006.11.24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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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재료와 무기재료의 장점을 결합하여 우수한 특성을 갖게 하는 하이브리드는 우리 연구실의 핵심 키워드다. 또한, 나노테크놀로지의 시대에 걸맞게 나노재료 합성, 그 중에서도 나노미터 규모에서 규칙적인 구조를 갖는 나노 구조 재료의 구현과 응용도 중요한 연구주제다.

때문에, 현재 우리 연구실의 연구테마로는 ‘유기-무기 나노하이브리드 소재의 제조와 특성’, ‘하이브리드형 나노기공구조 재료의 제조와 응용’,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유기전기발광소자(Organic Light-emitting Diodes (OLED)의 제조와 특성’, ‘신규 폴리이미드 및 내열성고분자의 합성과 응용 및 나노 입자의 제조 및 광학적 응용’ 등이다.

1982년부터 박사학위 취득을 전후하여 약 10여 년간은 다성분계 고분자에 대해서 연구하여왔다. 고분자 블렌드, 생분해성 고분자, 고분자표면, 고분자 나노복합재료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과제들이 수행되어져 왔다. 1995년 이후부터는, 이들 연구와 더불어 폴리이미드계 나노하이브리드, OLED 및 나노기공소재(mesoporous materials)를 중심으로 한 나노정보소재 연구를 진행해왔다.

석사과정생 1~2명으로 출발했던 초창기 우리 연구실 이름은 내 이름을 따서 그냥 HA LAB이었지만, 고성능 고분자 및 광전자재료 연구실을 거쳐 지금은 나노정보소재 연구실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나노정보소재연구실(Nano-Information Materials Lab.)은 영문으로 약칭하여 ‘님(NIM)’ 랩이다.

그동안 세계가 놀랄만한 연구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나의 분신인 논문들이 해가 거듭될수록 하나하나 쌓이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래도 과학기술자의 길을 들어선 것에 대해 작지 않은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나의 <님> 연구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리라 다짐해본다.

화공, 고분자, 그리고 나노정보소재에 이르기까지, 늘 부족한 내 능력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면서 20여년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러나 나에게 늘 스승이 되어 준 70여명의 석사와 박사 졸업생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오늘의 연구실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폴리이미드를 이용한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유기전기발광소자를 만들어 주목을 받기도 했고, 나노기공구조의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항상 그들에게 마음깊이 고마워하고 있다. 나의 연구 활동은, 과학자 이전에 학생들에게 기억되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기 위한 수련의 길이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10여명의 석, 박사 학생들, 그리고 2명의 박사후연구원들은 현재도 나의 실험실의 꿈이자 희망이다. 그들은 논문 탐색에서부터 실험계획, 그리고 결과토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스스로 한다. 나는 그저 그들을 격려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줄 뿐이다.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지방대라는 이름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나만의 연구’를 하는 것이라는 것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강조해준다. 그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나만의 연구’ 그 자체가 보람임을 강조할 뿐이다.

'꼴찌에게 갈채를’이 나의 교육관이다. 100 m 달리기에서 우승하는 선수의 탁월성보다, 42.195 Km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 완주자가 흘린 땀이 훨씬 더 소중하다. 나의 연구실 학생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연구소나 대학에 비해 어느 정도 늦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우리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마라톤 완주자가 되는 길뿐이다.  2등이면 어떤가? 꼴찌면 어떤가? 결과보다는 스스로 흘린 땀과 눈물 그 자체가 더 큰 가치임을 가르치고 있다.

하 창식 / 부산대 고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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