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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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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11.2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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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김수희/조선대
대학 1학년 때 읽은 '신입생(freshman)'이란 주제의 수필이 나의 교육적 삶에 지침이 되고 있다. 이 수필의 내용은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실행되고 있는 신입생 교육에 관한 것으로, 모든 신입생이 교수들과 함께 의무적으로 1년간 대학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식사법을 비롯한 교양 기초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활교육은 우리 현실이 외면하고 있는 교양 및 인격교육을 대학이 강화함으로써 보다 고양된 시민사회를 지켜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림대의 경우‘인간성이 풍부한 엘리트교육’이라는 교육목표를 내걸고 있기도 하다. 한결같이 지적 성장에만 매달려 있고 정작 인성 교육에는 무관심한 대학 풍토에서 차별화된 교육 방침이기도 하다. 결국 대학의 지식 교육 위주 정책은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한국적 이데올로기는 낳지 못하고 무분별한 문화의 유입 결과로 야만의 풍토가 개선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나는 인격과 지적 개발간의 균형 잡힌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수업시간은 교양 및 인격교육이 어우러진 복합적 성격을 띤다. 틈틈이 강조되는 교육내용은 인사성, 품위 있는 언행, 올바른 식사법, 걸음걸이, 옷차림, 심지어 주변 및 신체적 청결, 부드럽고 친절한 자세,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지켜야할 사항으로서 침묵의 중요성, 시간관념, 정직과 신의, 도리, 이기주의의 경계 등이다. 이 같은 지도방침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교양과목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세계화와 우리의 진로’는 학기당 1천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로 북적인다. 이들은 본인의 소속 학과학생들이 아니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의 필요성 인지와 책임의식을 발동시켜 이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과는 전공학생들 못지않게 출석율도 높고, 수업평가에서 발견되는 긍정적 반응들을 보면서, 변화된 세태를 나무라기보다 적극적인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경험지식을 얻었다.

나의 교양 및 인격교육의 명분과 당위성은 대학경쟁력에 근거한다. 우리는 교정에서 젊은이들과 마주치면서 많은 문제의식을 발견하곤 한다. 교수 및 어른임을 알면서도 빤히 쳐다만 보는 젊은이들, 출입문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른에게 양보는커녕 앞지르거나 먼저 나가고 들어가는 모습, 복도· 엘리베이터· 강의실· 식당 등 공공장소가 지나치게 시끄러운 점,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점, 무례한 행동을 통한 인간관계 파괴, 단정치 못한 옷차림들, 상스러운 언행 및 메일에서 발견되는 일그러진 표현 등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질서(秩序)와 직결되는 일들이며, 궁극적으로는 문화(文化)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명의 결과인 문화의 입장에서도 사회는 구조적으로 생물학적 유기체이기 때문에 생존 및 지속을 위한 통일체 조성 방법으로써, 그리고 기능적 통일체를 조성하기 위해서 질서는 필수요소이다.

대학경쟁력의 입장에서 질서가 생활화된, 인간성이 풍부한 신사 및 숙녀상이 바로 특정 대학의 표상과 일치 한다면, 우리 사회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상호 존중심, 남을 배려할줄 알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자세, 특히 조용한 몸가짐과 정중한 자세로 품위를 지키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시민문화(civic culture)교육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학의 지성은 미래를 위한 가치창조의 집단으로써 민족의 앞날을 짊어질 인재를 키우고, 사회개혁에 헌신할 창조적 지성을 배양하는 곳이란 자의식에서 수강생들에 대한 교양 및 인격교육을 교육전통으로 이어 나아갈 때, 공존공영에 기초한 공동체의 하모니와 결속도 다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젊은 지성은 지금 절대적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소외되었을 때 이들의 소리를 들어 주고,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자세에서 국민은 인간성이 풍부한 지성을 만나게 될 것이며, 이들의 조국애와 인도주의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낙관하게 될 것이다.

김수희/조선대 · 러시아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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