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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과 현실
필요성과 현실
  • 송양호 / 전북대 ·법학
  • 승인 2006.11.15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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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공분야가 된 국제거래법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90년대 초반 국제화, 글로벌화의 물결에 휩싸일 즈음이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분야였던지라 공부에 흥미가 있었고 특히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제한적이지만 많은 외국문헌을 접하게 되면서 꼭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되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접하게 된 국제거래법 분야를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유학하면서 흥미가 더욱 배가되었다. 국제거래와 관련된 많은 학부수업과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특히나 각종 블록세미나(Blockseminar)에 참석하여 참가 학생들과의 열띤 토론이 인상적이었다. 국제거래의 이행지체에 따른 구제문제와 관련하여 너무나 논리정연하게 발표하는 학생을 시간이 지났다며 제지하는 교수! 이에 질세라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여 끝까지 자신의 해결방안을 설명하려는 모습에서, 아! 저런 것이 우리와 차이점이구나. 발표력, 창의력, 논리력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학생들의 준비의 철저함을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몇 년씩 공부한 내가 초라해지면서 부러움과 시샘이 일기도 하였다. 교수는 조교들과 함께 책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질문에 답변하고, 토론을 이끌어 주었다. 특히나 산중에서 이루어지는 블록세미나는 이틀 삼일씩 계속되었고, 중간 중간에 교수와 학생이 어우러져 스키도 타고 산보도 하고...귀국해서 꼭 해보고 싶은 수업방식이었다.

귀국하여 강단에서 국제거래법을 강의하면서 힘이 부쳤다. 사법시험과목에는 들어가 있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수강신청하는 학생들이 적었고, 더욱이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학문에도 시대의 흐름이 있는 지, 한 때는 수강하는 학생들이 꽤나 있었는데, 지금은 반전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제화, 글로벌화를 외치지만 현실적인 필요성이 떨어졌고 급기야 사법시험에서 국제거래법의 시험분야를 축소하게 이르렀다.

대학원에서 국제계약, 대금결제 및 신용장, 국제상사중재 등과 관련된 세미나를 여러 번 시도하였지만 내가 공부할 때 계획했던 멋진 수업은 포기해야만 하였다. 다른 학교의 대학원생들과 교류를 계획도 해보았지만 지원자가 적어서 포기하였다.

로펌에 속한 변호사들은 미국으로 국제거래분야를 다시 공부하기 위하여 떠난다. 실무에서 많은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리라. 특히나 지역에서 법조실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국제계약과 관련된 소송의뢰를 받으면 당황을 많이 하고 계신다. 한ㆍ중간에 무역거래가 왕성해지면서 이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과목을 학생들이 또는 실무에 종사하는 분들이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없을 것인가? 그래서 정말 내가 꿈꾸는 수업을 언제라도 해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늦었지만 국제거래ㆍ통상법 분야의 전문심화과정을 다음 학기부터 설강해 두었다. 또한 로스쿨이 조만간 도입된다면 학생들과 또는 전문직역에 종사하는 분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나에게 다가오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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