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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_반타작도 못한 연세대 총장
기자수첩_반타작도 못한 연세대 총장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11.06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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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연세대 총장이 교수들로부터 사실상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지난 3일 교수평의회 뉴스레터에 발표된 ‘총장 공약 실천 상황에 대한 교수평의회 설문조사 결과’는 충분히 관심을 끌 만했다. 정 총장이 획득한 점수는 “5점 만점에 2.11점.”

평교수 4백7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모두 16개 항목에서 이뤄졌다. 정 총장은 14개 항목에서 3점을 넘지 못했다. 최근 중앙일보 및 타임 지 대학 순위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둬 그 책임이 총장에게 돌아간 것일까.

이는 학생들의 교수평가와는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교수들의 강의에 아무리 불만족스러워도 3점 이상은 주는 게 학생들의 ‘훈훈한’ 인심이다. 그러나 ‘2.11점’은 좀 심하다는 느낌. 정 총장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연세대 교수들은 한결같이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공과대의 어느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언론에 많이 시달리고 있다”며 “다른 교수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왜 말을 아끼면서도, 총장에 대한 불만을 외부에 공개한 것일까.

경쟁 대학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심기가 불편했고, 그런 교수들의 눈에는 리더십이 강했던 김우식 前 총장이 어른거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리더십 점수는 2.07점이다.

그런데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은 정 총장이 ‘급여복지공약’에서 ‘1.54점’을 받았다는 것. 연세대가 등록금을 12%나 인상하면서 ‘고통 분담’을 이유로 교수급여를 동결한 것이 이 점수에 작용했으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업적에 대한 거센 요구와 이에 따른 승진 기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으니, 비교적 높은 급여 수준을 자랑하는 연세대 교수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예상된다.

세간에서는 고려대와의 비교를 통해 이번 낙제사건을 해석하지만, 또 대학경쟁력 저하에 대한 따져묻기의 측면 또한 없지 않겠지만 ‘결정타’는 어쩌면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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