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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을 내부로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화살을 내부로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11.0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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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국 근대성 연구의 길을 묻다』(장석만 외 지음, 돌베개, 292쪽, 2006)

“그동안 우리가 공부라고 일컬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부분의 작업은 ‘현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꾸며진 것이었다.” ‘한국 근대성 연구의 길을 묻다’라는 성찰적인 책에서 소장 연구자들이 던진 비판이다.

기존 연구가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것의 지배적인 틀 안에 우리의 생각과 정서를 가둬왔다는 것이다. 이런 이념들이 대충 버무려진 기존의 ‘근대성 연구’는 단순한 승자독식 주물구조에 만장일치의 시각을 들이부어 ‘차이’를 싹쓸어버리는 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권보드래 동국대 교수, 김석근 연세대 교수, 신동원 한국과기원 교수 등 국문학, 의학, 교육학, 종교학, 역사학, 문화학 등을 전공한 8명의 연구자가 이런 문제제기에 동감하면서 ‘나의 근대성연구’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본 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동원 교수 등 몇몇을 제외하면 그간 펴냈던 책들을 반추하며 당시의 주변상황, 편린들을 평이하게 서술하는 데 그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옳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과거타령’과 ‘윗세대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의문이 더 강하게 든다. 우선 ‘과거의 공부’를 ‘단순한 공부’로 일축해버리는 방식이다. 90년대 이전의 공부가 과연 과학과 경제발전, 민족의 자존으로 표상되는 근대적 가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공부였을까. 아마 기본적인 문헌해석과 실증연구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이 몇몇 史家와 논자들에 의해 동원되는 구조였을 것이다.

이들은 식민지 시기 거리에서 유행한 연애와 그 담론, 또 그것이 식민권력과 갖는 관계 등을 공부함으로써 “백년 넘게 해왔던 우리의 공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식민지 문학에서 식민지 문화로 연구관점을 이동시켜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의 보수적 학풍에 비한다면 그들은 소수자이며, 단지 그 사실만으로 새로운 시각과 연구전망이 확보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오늘날 지식담론계에서 흘러넘치는 건 바로 이 책의 관점과 감수성들이다. 그리고 비판받아야 할 근대비판의 반복변주를 생산한 것도 본인들이다. 과연 이런 현실을 모르고 ‘근대성 연구’의 부정적 측면을 전세대의 전유물로 떠안기는 것일까.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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