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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작품과 삶을 통해 본 구본창의 사진
주요 작품과 삶을 통해 본 구본창의 사진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10.31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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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1993) 나비와 곤충들이 박제되고, 금속핀으로 꽂혀 나무상자 안에 갇혀 있는 사진들은 짧고 덧없는 생명의 비극성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아직도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그들의 혼이 내 머리에 떠오른다”고 말한다.

●숨#8 (1995) 육신을 떠나는 영혼, 수분이 증발된 손, 포르말린 용액에 담겨진 잉어, 채집된 나비 등을 통해 죽음과 생명의 소멸을 흑백으로 담았다.

●태초에 (1991~1998) 작은 사이즈의 인화지를 암실에서 재봉해 대형 인화지에 옮긴 작품이다. 작가는 겹쳐진 인화지는 ‘삶의 무게’를, 복잡한 재봉선과 상처는 인간의 삶과 운명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탈 (2003) 양주별산대, 봉산탈출, 가산오광대 등 각지의 탈춤패들과 동행하며 찍은 작품들이다. 전통문화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응시하는 듯한 탈의 모습과 가려진 얼굴이 겹쳐져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백자 (2006) 작가는 백자를 ‘마음을 비워 무욕의 아름다움을 성취한 놀라운 작품’이라고 말한다. 1980년대 말부터 백자에서 느껴지는 서글픔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3년여에 걸쳐 여러 나라의 미술관·박물관을 다니며 흩어져 있는 백자를 찍었다.

사진작가 구본창(1953~)은

낯선 이미지, 찬사와 비판 동시에구본창을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는 관대하고 신사적이며, 온화하고 매너가 좋다. 꼼꼼하면서도 대인관계가 뛰어나다. 전시기획자로서, 상업사진가로서, 경영인으로서, 교육자로서도 인정받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때론 모호하고 낯선 꿈과 같은 그의 내면지향적인 작품 사진들만을 봐온 감상자들에게는 예측하기 쉽지 않은 인물평이다. 사진으로 전해오는 그는 고요하지만 일면 자폐적이고 고립돼 있으며, 현존하는 것들의 과거를 찍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력 또한 보기 드문 측면이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을 다니다가 독일지사에서 근무할 당시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 입학, 사진을 전공했다. 당시 한국의 사진작가들이 현실의 기록을 중시하던 것과 달리, 그가 앙드레 겔프케, 르노 얀센 등 ‘신주관주의자’라 불리던 독일 뉴저먼포토그래퍼들의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6년 여간의 독일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그가 내놓은 사진들에는 당시 한국사진계에서는 낯선 사진들이어서 그랬는지, “이질적이다, 기이하다, 별나다, 사적이다, 모호하다, 섬세하다”는 등 찬사와 비판이 뒤섞인 수사적 표현들이 나붙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동시에 그는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의 ‘Alienation and Assimilation’(1998), 휴스턴 토페스트의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s’(2000) 등 전시기획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편, 패션 사진, 영화포스터 등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에스콰이어, 비아뜨 등의 광고 사진들이 그의 작품이며, ‘아제 아제 바라아제’, ‘장군의 아들’,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축제’ 등 수많은 영화포스터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예술 작품은 작품대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상업광고 사진 쪽에서는 높은 개런티를 받는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그러나 최근 5년 구본창은 광고 사진을 거의 찍지 않고 있다. 전시회로 바쁘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엔 일본의 교토 현대미술관 카히츠칸에서 회고전을 열었고, 뉴욕 헤이스티드헌트 갤러리에서는 지금 한창 백자 사진이 전시중이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연보

1953년 서울 출생 / 1979~1985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미술대 사진디자인 전공 / 1990 서울 서미 갤러리 개인전 ‘생각의 바다’ / 1993 서울 서미 갤러리 ‘굿바이 파라다이스’ / 1995 서울 서미 갤러리 ‘숨’ / 1998 오리지널 사진 판매를 위한 모임의 장소 ‘워크숍 9’ 개관 / 2000 계원조형예술대학 사진 전공 교수 재직(~2002). 이명동 사진상 수상. / 2001 삼성 로댕 갤러리 회고전 ‘구본창 사진전’. 도쿄 베이스 갤러리 개인전 ‘태초에’, ‘굿바이 파라다이스’ / 2003 강원다큐멘터리상 수상. 오사카 픽처 포토 스페이스 개인전 ‘구본창 사진전’. 서울 한미갤러리 ‘탈’ / 2006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개인전 ‘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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