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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사무직 인식 버리고 ‘교육지원인력’ 키워야”
“단순사무직 인식 버리고 ‘교육지원인력’ 키워야”
  • 이장익 아주대
  • 승인 2006.10.1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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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교직원 인프라 구축 새롭게 보자

대학 경쟁력의 요소로 자주 인용되는 수치로서 교수 대 학생비율이 있다. 미국의 경우 하바드대의 교수 대 학생 비율은 1대 2.64로서 서울대(1대 11.7명)와 비교하여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비율은 우리의 사립대의 경우에는 더욱 멀기만 한 목표이다.

  그러나 교수-학생 비율의 차이 보다 더욱 심각한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시에 그동안 소홀히 해온 지표가 있다. 바로 대학의 직원 대 학생 비율이다. 이 지표에 대한 미국의 사례를 찾아보면 코넬대의 경우 1:1.73이고 중부의 미주리대의 경우는 1:2.8, 위스콘신대의 경우는 1:2.36, 그리고 하바드대의 경우는 놀랍게도 1:0.54로 나타나고 있다. 동일 지표에 대한 국내 대학의 경우를 찾아보면 서울대의 경우 1:19.9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 전문성, 핵심 인프라 떠올라”

그럼, 왜 대학의 행정 직원이 대학발전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가. 첫째, 행정역량의 전문성은 대학조직의 핵심 인프라로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 대학조직은 전통적인 교육, 연구 그리고 봉사의 영역에서 이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는 복합성이 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이미 거대조직으로서 진화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의 행정역량의 전문성은 새로운 건물과 교육연구시설 등의 물리적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에 선행하는 소프트 인프라로서의 의미를 갖는 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업무의 복잡성과 거대성에 이어 행정품질의 고도화에 대한 다양한 요구와 기대의 급증을 볼 수 있다. 대학 내외부의 행정수요집단은 전통적 내부고객인 재학생과 교수진뿐만 아니라 동문회, 지역사회, 기업체, 지방정부와 국제적 네트워크 등 그 양적 증가에 더하여 질적 만족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셋째, 우리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적 불안정성은 더욱 대학의 행정경영역량의 고도화와 전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기술-경제적 변혁의 가속화, 학교와 노동시장 간의 연계성 약화 등 거시적 외부 환경의 변화는 교수, 학생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학조직에게 있어서 더욱 정밀하고 전문화된 행정경영집단의 역할 수행능력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의 행정 직원은 아직도 단순 사무 관리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대학발전에 있어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급격한 지식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이며 전문적인 경영관리자의 중요성은 우리가 모두 인식하고 있는 동시에 단순 사무 관리직, 화이트칼라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 또한 IMF를 통하여 체험하고 있다.

“역할 정체성 부족도 문제”

급변하는 환경의 맥락에서 보는 우리나라 대학 행정 직원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대학경영활동에 있어서 역할 정체성의 부족이다.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제3의 요소로서 행정지원체제의 중요성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정과 집행에 있어서 책무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둘째, 대학경영 및 행정서비스역량의 부족은 양적인 면과 제도적인 면에서 나누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행정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더해 대부분의 대학이 직무순환보직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대학이 행정 직원의 위상을 단순 사무 관리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대학행정 전문직원에 대한 체계적 경력관리방안의 부족도 문제다. 대학의 경영구조상 의사결정권한이 재단과 교수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경영전문성의 원칙상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선진 대학의 경우 교수진의 경영의사결정권한과 경영전문직원의 역할 분담이 총·학장(교수)과 전문행정직으로서 부총장 및 부학장 제도로 정착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깊은 분석과 응용 가능성을 우리는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육·연구 지원역량 수월성 미흡”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이 대학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공감대는 널리 인식되고 있는 반면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행정관리역량의 수월성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흡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대학발전의 지표이자 인프라로서 대학행정 전문성의 향상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대학경영구조에 있어서 행정책무성의 확산과 더불어 의사결정과정에서의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 사무처리 직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학의 발전에 동참하는 행정 전문 집단은 대학 발전의 파트너로서 권한과 책무성을 허용 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행정 직원의 자기개발과 전문성 향상노력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행정 직원이야 말로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대학의 발전전략과 기획에 있어서 행정지원체제의 적절성과 경쟁력을 보다 중요시 할 필요가 있다. 가시적인 물적 투자보다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효과가 더 크다. 하지만 행정 직원 가운데서도 교육·연구지원인력에 대한 투자 우선 순위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행정 직원의 채용 확대는 교수와 학생들이 교육과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연구지원인력을 더 보강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대학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과제로 자리 잡은 오늘날 대학발전의 제3요소로서 대학 행정층의 전문성과 정체성 확보는 무한경쟁시대의 대학경영진에게 있어서 새로운 전략적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이장익 / 아주대 교육대학원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교육대학원에서 대학행정관리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교육조직에서의 정보기술경영과 고등교육의 변화관리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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