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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자립형 캠퍼스의 꿈
에너지 자립형 캠퍼스의 꿈
  • 김귀곤 서울대
  • 승인 2006.09.30 0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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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환경학자가 본 캠퍼스생태의 문제

김귀곤 / 서울대·환경생태계획학

하루가 다르게 우리나라 대학교의 캠퍼스에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 여러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들여 조성되는 첨단의 건물들로 교수와 학생들의 강의나 연구 환경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대학 캠퍼스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때 우려되는 점도 만만치 않다.

대학 캠퍼스의 고층건물화와 열린 공간의 감소는 도시지역에 입지해 있는 많은 대학들이 겪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대학은 국가 장래의 지속가능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탄생하는 공간으로 자유로운 사고가 소통하는 그러한 공간이어야 한다. 대학은 자유로운 사고로부터 시작하며, 자유로운 사고는 자연과 한층 가까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고층건물과 도로로 덮여가는 대학캠퍼스를 볼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몇몇 대학에서 최근 녹색 캠퍼스 혹은 에코 캠퍼스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부응코자 에코 캠퍼스 조성을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에코 캠퍼스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조성원칙을 수립하자. 우리나라 대학 캠퍼스의 현재모습은 하나의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만큼 거대화 되어가고 있다. 캠퍼스에 대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서는 건물로 인해 녹지는 이미 건물과 도로들로 인해 끊어진지 오래되었으며, 신선한 바람의 유입을 확보할 수 있는 바람통로도 점차 막혀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에코캠퍼스를 위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과 조성원칙을 수립하여, 녹지축과 바람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건축물 입지기준 및 조성원칙과 지침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주변지역 경관과의 조화를 모색하자.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은 배후로 산이 입지해 있어 양호한 자연환경과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변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되는 캠퍼스내 고층의 거대한 건물들은 주변지역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위압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앞으로는 주변지역 경관을 무시한 이러한 실수를 절대로 번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변지역의 경관을 고려한 건물 층수 및 크기, 색채의 규제는 주변지역 경관과의 조화를 모색하는데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셋째, 캠퍼스내 건축물의 생태건축화를 통해 건축물과 통합된 생물서식처를 조성하자. 캠퍼스내 건물과 도로 조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계속 위협받고 있음은 물론, 녹지를 비롯한 서식처의 단절로 야생동물들의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건물의 옥상에 녹지와 습지를 도입하여 인접산에서부터 이어지는 녹지축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며, 벽면녹화를 통해 지상생태계와 옥상생태계를 연결해주는 통로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옥상녹화와 벽면녹화는 야생동물에게 휴식처이자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캠퍼스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며, 냉?난방비 절감과 같은 경제적 효과와 경관적 효과 등을 동시에 부여한다. 또한, 교수와 학생들을 위한 휴식과 만남의 공간이 됨으로써 자유로운 사고가 이루어지고 상호간의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하게 될 것이다.

넷째, 우수집수 및 태양에너지 활용을 통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자연에 순응하는 에코 캠퍼스로 조성해야 한다. 대학 캠퍼스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발표되고 있다. 캐나다를 비롯한 외국의 많은 학교들은 우수 집수를 통해 생태연못을 조성하여 생물서식공간화 하거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학교에서 소비될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자립형 캠퍼스 조성을 통해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한 에너지 소비원이 아닌 에너지 생산자로서 거듭나는 것이기도 하다.

다섯째, 대학은 정온한 환경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많은 대학 캠퍼스의 경우, 소음을 야기하는 자동차도로가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도로의 면적을 줄이고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전용도로를 많이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여섯째, 캠퍼스의 건물은 정체성을 갖도록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캠퍼스에 관한 장소성을 인식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나아가서, 장소성의 형성에 학생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당에 심었던 나무 한그루도 신중하게 고려했던 우리 스승님들의 배려와 비교할 때, 공간마다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지금의 우리 캠퍼스를 볼 때마다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미래, 국가를 이끌 이들이 탄생하는 곳이다. 또한, 이들의 지식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곳이기에 대학의 캠퍼스는 이들을 위해서도 결코 소홀히 될 수 없는 곳이며, 우리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 에코 캠퍼스 운동의 정착을 통해 좀 더 건강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탄생될 우리의 캠퍼스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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