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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완벽한 방법
개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완벽한 방법
  • 김재호
  • 승인 2023.06.06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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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맥가윈 지음 | 최이현 옮김 | 니케북스 | 464쪽

“인간의 가장 오랜 친구 반려견도 좋은 삶을 사는 비결에 대해 알 자격이 있다!”
철학자와 반려견이 함께하는 산책에서 얻는 철학적 통찰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서양 철학 입문서

이 책은 서양 철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친절한 입문서다. 복잡하고 기나긴 철학사의 여정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철학의 주요 주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영국의 철학박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옳은 행동이란 무엇인가’ ‘자유 의지는 존재하는가’ ‘실재의 궁극적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식을 어떻게 얻는가’ ‘신은 있는가’ 등 인류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철학적 질문들을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이 몰두했던 존재론, 인식론, 윤리학 등 철학의 주요 주제들을 정리하고, 나아가 그 논의가 후대의 철학자들에 의해 어떻게 계승, 수정, 확장되었는지 쟁점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 책은 모두 12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동문학 작가이기도 한 저자가 자신의 반려견 ‘몬티’와 런던의 거리와 공원, 묘지 등을 산책하면서 일상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철학의 세계와 만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간순간 우리의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과 앎, 세계와 신, 주체와 타자, 행복과 운명에 관한 대화를 듣다 보면 우리의 삶이 철학과 얼마나 밀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얼핏 ‘응석받이’처럼 등장하는 몰티즈 테리어 반려견 몬티의 역할도 흥미롭다. 몬티는 철학박사의 강의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강생의 입장이 아니라 수많은 철학 이론의 허점, 반론을 짚어내는 토론 파트너로 활약한다. 물론 다양한 비유와 적절한 유머, 날카로운 통찰로 변증법적 토론을 이끌어가는 저자의 전략적 글쓰기 덕분에 가능한 결과다.

뇌과학, 우주 물리학,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현란한 과학문명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욱더 절실한 철학적 토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무지와 독단과 외면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반성적 성찰은 곧, 내 생각과 삶을 장악하고 있는 것들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하는데 독자 각자가 새로운 인식과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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