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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공급망 생태계를 다시 생각한다
학생 공급망 생태계를 다시 생각한다
  • 조언정
  • 승인 2023.06.06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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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조언정 한국공학대 교수

캘리포니아주립대(UC)는 미국 최고의 주립대학으로 평가받고 있고, 세계 대학 랭킹도 최상위권이다. 4년제 UC대학들은 2년제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CCU) 학생들에게 편입 우선권을 준다. 10년 전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방문교수를 하면서 캘리포니아 학생 공급망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CCU-UC 파이프라인’에 공감한 적이 있다. 이는 학점인정 협정과 편입 보장을 통해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명확한 경로이다. 다양한 배경의 편입생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되었고, 학생의 생활 경험, 주변 환경, 도전 의식을 반영한다.

1996년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양해 각서를 통해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의 캘리포니아주립대 캠퍼스 편입이 활성화됐다. 2018년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편입을 보장해주는 내용을 담으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캘리포니아주립대 캠퍼스로의 편입이 더욱 활성화됐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목표는 신입생과 편입생을 2:1 비율로 받는 것이다. 국내 대학과 비교해서 편입생 비율이 매우 높다.

2018년 CCC-UC MOU. community college에서 UC로 편입을 확대했다. 이미지=조언정

캘리포니아주립대 캠퍼스 중에서 원탑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이다. 노벨상 107명, 필즈상 14명, 튜링상 25명, 맥아더 펠로십 108명, 퓰리처상 34명 등 각 분야에 걸쳐 학문적인 명성이 드높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 입학하는 두 가지 방법은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달성하거나, ‘CCU-UC 파이프라인’을 타고 편입하는 것이다. 2022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가 5천200명의 편입생을 받았는데 94%가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이었다. 특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는 인근의 버클리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들에게 편입 최우선권을 주어서 편입 합격률이 40%를 넘는다. 세계 최상위권 대학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가 매년 5천 명에 가까운 커뮤니티 칼리지 학생을 편입생으로 받으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2021년 캘리포니아주립대 통계를 보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편입한 학생의 50%는 학생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육을 받는 경우이고, 44%는 저소득층, 33%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일반 학부생에 비해 편입생의 졸업비율이 더 높았고, 졸업 후 캘리포니아 소득상위 3분의 1 구간에서 일하고 있다.

2013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 다니는 한국계 학생인 테런스 박이 하버드대 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불법체류자라 체포를 걱정하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나와서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테런스 박은 4년제 대학 등록금을 납부할 수 없어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다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 편입해 나중에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수학 동아리 회장까지 됐다. 

그런데 국내 대학에서의 편입은 성적 위주의 선정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문 대학들이 전문대 학생에게 편입 우선권을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올해 처음으로 편입이 허용된 경찰대에서는 재학생이 편입생에게 텃세를 부리면서 “OO대밖에 못 들어간 사람이 왜 경찰대를 다니냐?”라고 폭언까지 했다고 한다. 편입생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경찰대 재학생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행태가 전적으로 학생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순혈주의와 성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경찰대 재학생의 일탈은 편협한 학생 공급망 생태계의 부산물일 수 있다. 성적 위주의 학생 공급망 생태계에서는 학생의 사고방식이 성적 우월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편입생을 받은 적이 없는 경찰대 재학생이 입결(입학시험결과)이 떨어지는 대학에서 경찰대로 편입한 학생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저지른 학폭이 편협한 학생 공급망 생태계의 자업자득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4년제 대학이 전문대 재학생에게 편입 우선권을 주면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캘리포니아주립대와 마찬가지로 국립 대학이 학생의 3분의 1을 전문대 편입생으로 채우면서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면 좋지 않을까? 우리의 학생 공급망 생태계가 혹시 경찰대 학폭 사건을 배양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조언정 
한국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기술경영을 가르치면서 기술경영의 뿌리를 Apollo Project(1961~1972)와 NASA deputy administrator George M. Low에게서 찾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장사 인지컨트롤스(주) 사외이사 (200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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