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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와 사립대 지원의 이원화…사립대는 ‘초광역 단위’로 관리
국립대와 사립대 지원의 이원화…사립대는 ‘초광역 단위’로 관리
  • 양성렬
  • 승인 2023.06.0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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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지원체계 원칙을 제안한다④ 대학지원체계 3원칙과 집행 방안

대학지원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학개혁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대화는 부족하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전면 폐기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넓은 시각에서 대학의 체제를 진단하고, 현실에 기반한 문제 제기와 현실적·구체적인 대안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대학정책 TF가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짚고, 자성이 필요한 대학 내부와 교수사회의 문제까지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대학지원체계 원칙을 제안한다.

대학지원체계 원칙을 제안한다
① 대학지원체계 현주소:무엇이 문제인가?
② 국립대학지원체계 원칙:국립대 정체성에 합당한 지원 방안
③ 사립대학지원체계 원칙:학교법인 평가 연계 지원 방안
④ 대학지원체계 3원칙과 집행 방안

대학의 지원·관리 책임의 이원화가 필요하다. 
국립대는 교육부로, 사립대는 ‘광역(특별)고등교육청’으로 관할권을 양분하자. 
대략 40개 내외의 사립대를 하나의 행·재정지원 단위로 설정해 
전국을 8개 광역고등교육구로 편제하는 방안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지리적 여건상 별도로 분리하고, 
서울과 제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해 
각기 ‘특별고등교육구’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발 너울이 밀려오고 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다. 광역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대학을 지원하며 지역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취지다. 일견 솔깃하고 획기적인 듯하다. 지역소멸과 지역대학의 운명에 민감한 지자체의 소망을 고려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지난 70년간 보여준 교육부의 형편없는 관리능력을 반성한 대안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그렇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돈이다. ‘연간 200억 원씩 5년간 1천억 원 지원’ 제안에 솔깃한 전국의 대학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과거의 묻지마식 통합이 고전적 방안이라면, 일반대와 교대, 국립대와 도립대, 사학재단 내부의 통합 및 사립대 간 연합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방안이 속출하고 있다. 진부했던 대학이 진정으로 변하는 것일까? 글로컬대학30의 최종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러나 방향 수정과 재정지원만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컬대학이 탄생하겠는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성공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면 현재의 대학 상황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라이즈, 효과적인 관리 방안 논의 필요

교육부의 대학 관리능력은 국민과 대학 구성원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총원 647명의 교육부 관리 중 일부가 무려 395개에 달하는 대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식 정책이 남발되었고 대학은 방치되었다. 교육지원청을 거느린 교육청이 전국의 학교를 관리하는 체계와 비교하면, 규모와 차원이 다른 대학에 대한 국가의 관리능력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따라서 라이즈 체계 설계 단계부터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적정한 대학 개체 수의 배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학 관할권을 지역별로 나누자는 발상은 일단 고무적이다.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여전히 ‘교육은 백년대계’다. 교육의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듯, 교육 정책도 장기적으로 추진할 때 그 성패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대부분 3∼5년 단위인 교육부의 특수목적 지원사업이 실패로 판단되는 이유다. 정권 교체로 사업골격이 뒤집히고 이전 사업의 성과평가는 흐지부지 실종된다. 글로벌 경쟁력도 국가적 필수 인재 양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과 정책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교육정책의 책임 있는 추진은 법적 정당성에 근거한다. 단기적 정책에는 ‘규정’이나 ‘지침’으로 가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교육의 근간과 장기적인 대책을 확고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법률로 보장되어야 한다. 대학의 설립 요건과 기준이 법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에 규정된 나라, 교육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대학의 운영과 존망이 좌우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교육부의 시시콜콜한 실무지침서 같은 「고등교육법」이나, 최빈국 시절에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함께 뭉뚱그려 규율한 「사립학교법」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별 편차 큰 사립대 분포…
새로운 초광역 단위로 관리를

라이즈 체계의 수립에 따른 대학 지원·관리의 지자체 이관을 위해서는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광역시·도 지자체 단위로 일괄 이관하는 방안은 위험하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의 특수성 탓에 우리의 대학 분포는 지역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대구의 4년제 사립대는 단 한 개지만, 경북에는 무려 16개의 사립대가 있다. 광역지자체도 아닌 천안·아산 지역에만 10개의 대학이 몰려 있다.

이런 대학 분포의 차이는 대학 지원·관리 부담에 대한 지자체의 격차로 드러나게 된다. 나아가 초·중등학교와 달리 대학에는 다른 지역 출신 학생이 많다. 지자체 입장에서 타지 학생을 위한 예산 투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고, 이는 출신지에 따른 차별지원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대학 분포 밀도를 고려하여 새로운 초광역 단위로 대학관리 권역을 편성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립대는 교육부가, 사립대는 광역고등교육청이

라이즈 체계 도입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바는 대학관리를 둘러싸고 예상되는 정치적 잡음이다. 교육부가 재정을 지자체에 이관하고 지역협력관을 파견하면 대학관리의 정치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지자체 이관에 적극적인 부산시의 경우,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정책 소통에 힘쓰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부울경 메가시티 사업’의 좌초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장의 교체에 따라 라이즈 체계의 연속성도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초광역 대학관리 권역 설정은 광역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학의 지원·관리가 좌우되는 부작용을 막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라이즈 체계가 의도한 대로 잘 추진된다면 대한민국 대학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와 지역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기존의 대학체제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먼저, 대학의 지원·관리 책임의 이원화이다. 국립대는 교육부로, 사립대는 ‘광역(특별)고등교육청’으로 관할권을 양분하자. 이미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여러 차례 국립대와 사립대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게 지원체계를 분리하고 각각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지원정책을 주창했다.

국가의 필수 인재 양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학문과 기초학문 분야는 국립대에 맡기고, 사립대는 편제와 특성, 지역 여건에 따라 국가와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40여개 사립대로 묶어 8개 광역(특별)고등교육구 설치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새로운 사립대의 행·재정지원 단위로서 ‘광역(특별)고등교육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사교련 대학정책연구팀의 판단에 따르면 대략 40개 내외의 사립대를 하나의 행·재정지원 단위로 설정하여 전국을 8개 광역고등교육구로 편제하는 방안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대학 개체 수에 추가하여 전략적으로 판단할 때 강원도는 지리적 여건상 별도로 분리하고, 서울과 제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각기 ‘특별고등교육구’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광역(특별)고등교육청’의 효율적 작동을 위하여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과학과 문화를 선도할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학정책은 교육부와 지자체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국립대, 수도권 사립대, 지역 사립대의 세 범주로 구성된 고등교육 3대 중심축의 중장기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고등교육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수립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무총리실의 주도가 필요하다.

대학체제 대전환 위한 ‘대학법’ 제정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대학체제의 대전환을 위한 법적 토대로서 「대학법」의 제정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대학 관련 법령체계는 기이하다. 제정 이후 60년간 89차례의 개정으로 누더기가 되어 성긴 그물 같은 「사립학교법」, 깨알 같은 「고등교육법」으로 미래 대학의 조직, 역할과 기능을 통합적으로 규율하기는 부족하다.

부실과 비리로 찌든 사학재단에 강제 퇴출 대신 해산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사립대 구조개선지원법(안)」은 우리나라 대학정책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대학법」이 시기상조라면 「사립대학법」이라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대학의 사명, 대학의 권리와 의무, 구성원의 요건과 권리·의무, 법인의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한 법률이야말로 대학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사립대의 공적 기능을 인정하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그에 따른 국가의 합리적인 통제범위를 명확히 정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원칙도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사립대의 공공성이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는 날에 한국 대학체제의 재도약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해양생물학으로 박사를 했다. 역서로 『토양미생물학 원리와 응용』 『병원미생물학』, 공저로 『대학법 체제 정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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