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분청사기로 전문가들은 ‘분청사기박지연화문편병’과 더불어 철화기법을 쓴 ‘분청사기철화어문병’을 꼽았다.
“형태와 문양에서 박진감이 넘친다”, “과감한 생략으로 솔직함과 자유자재한 표현이 돋보인다”, “익살스럽다” 등이 ‘철화어문병’을 추천한 이유다. 병의 구연부는 나팔처럼 바깥으로 벌어졌고, 아랫배는 불룩하여 풍만한 감을 보여준다. 무늬는 매우 과감하게 그려졌다.
병 상층부는 연판무늬나 세로줄 무늬 없이 단순하게 세 개의 선으로 둘러싸여 단순 명료하고 소박한 미를 보여준다. 물고기 무늬는 억지의 흔적이 없고 시원스럽게 그려져 의젓해 보인다. 지느러미는 마치 날개처럼 묘사되어 운동감을 최대한 살려 주었다. 또한 아가미에서 몸 쪽을 향해 그려진 몇 개의 선은 비늘을 표현한 것으로 장인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생략했다. 즉 다른 보조문양 없이 중심에 간결한 초화문을 두고 물고기가 빠르게 이동하듯 그렸는데, 이 물고기문은 한 마디로 “병에 생명감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된다.
철사안료는 잘못 사용하면 문양이 번지기 쉽다. 하지만 이 병은 15세기 말~16세기 초 사이에 발견된 철화 분청 가운데 안료 사용을 가장 능숙하게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추천해주신 분들: 강경숙 동아대, 김영원 국립중앙박물관, 방병선 고려대, 윤용이 명지대, 이종민 충북대, 장남원 이화여대,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상 총 8명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