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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 다시 읽기 2
서경식 다시 읽기 2
  • 김재호
  • 승인 2023.05.30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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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이 사토시 외 11인 지음 | 연립서가 | 479쪽

순례자와 월경자의 눈길로 우리 시대와 문화를 살펴온 재일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이 책은 그의 사상이 형성되고 수용된 궤적을 ‘회상’과 ‘대화’를 통해 되짚으며 ‘다시 읽는’ 시도다.

1부에서는 20년간 ‘인권과 마이너리티’의 쟁점을 설파하고 인문교육으로서의 예술학의 위치를 증명했던 도쿄경제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록을 수록했다.

또한 시대의 목격자이자 증언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저작을 통해 회고하는 롱 인터뷰를 게재했다. 인터뷰에서는 서승, 서준식 두 형의 옥중투쟁을 지원하며 만난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과의 연대의 기억과 함께, 학자가 아니라 ‘글쟁이’를 자임하며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펼친 서경식의 비평 언어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밖에 최덕효, 리행리, 조경희 등 영국, 일본, 한국 각자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세대 재일조선인 지식인과의 대담은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함께 ‘재일조선인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 볼 기회를 제공한다.

2부는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엄 〈현대문화와 휴머니즘의 미래를 묻다〉의 기록이다. 일본 사회의 보수화와 퇴락하는 지성계에 맞서 함께 싸워온 오랜 동지들-우카이 사토시, 다카하시 데쓰야, 시부야 도모미, 모토하시 데쓰야-의 글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보편성’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제공한다.

3부는 서경식과 함께 예술적 프로젝트를 실천해 온 가마쿠라 히데야(NHK 디렉터)와 사키마 미치오(오키나와 사키마미술관 관장)와 나눈 우정의 대화다. 사회와 유리되지 않는 예술 행위 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후’라고 표현되지만, 서경식은 70여 년의 자신의 인생 속에 한 번도 ‘전쟁’의 그림자가 걷힌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전쟁과 난민, 억압, 차별…… 그렇게 쌓여가는‘ 절망’ 속에서 우리는 서경식이 제안하는 어렴풋한 ‘희망’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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