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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기 ‘섬세한 역량’의 새로운 질문들
급변하는 시기 ‘섬세한 역량’의 새로운 질문들
  • 신다인
  • 승인 2023.05.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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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교수연합회‧국공립대학여교수회연합회 소통의 장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원 5명과 국공립대학여교수회연합회 회원 4명이 ‘미래를 창조하는 여교수의 역할과 가치 구현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지난 18일 열린 ‘전국 대학 여교수 역량강화 심포지엄’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여교수의 역할과 가치 구현방안’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여교수 비중 확대와 여교수연합회의 활성화 방안, 성평등한 대학 만들기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국공립대학여교수회연합회 회원 4명(류주현 공주대‧마인숙 전북대‧박경혜 충남대‧박규연 군산대 교수)과 전국여교수연합회 회원 5명(감경순 원광대‧김순남 신한대‧안경환 대전대‧이미자 광주교대‧신혜은 충북대 교수)이 토론했다. 두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 정책, 학문발전을 위한 것인가

유주현 공주대 교수(지리교육학)는 대학 내 여교수 비중 확대를 주장했다. “대학 교육현장의 성별 편중성이 불러오는 비가시적인 차별성은 차별적 교육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여학생들이 무의식적으로 유리천장, 유리벽을 받아들일 수 있다”

유 교수는 “교육활동은 단순히 수업시간에 국한돼 있지 않고 자신의 의식, 태도, 경험 등이 현장에 투영되기에 여교수의 존재 여부만으로 학생들에게 균형있는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학내 여교수 비중, 보직자 여성 비율, 사회적 참여 등 충분한 목소리를 만들어야 양성평등 교육 현장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인숙 전북대 교수(수학과)는 대한수학회와 여성수리과학회 활동을 동시에 하며 후배 여성 수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사례를 들며 “여교수는 교수와 여교수라는 이중 책무를 지닌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여교수는 왜 따로 모이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약자끼리 모여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와 교육만으로 많이 바쁘겠지만 여교수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힘을 모아 정부와 사회에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며 “전국여교수연합회와 국립대학여교수연합회는 서로 연합해 여교수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했다.

박경혜 충남대 교수(경영학부)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박 교수는 전국국공립대학 경영경제 분야 최초의 여교수다. 그는 2003년의 경험을 들려줬다. TO가 별도로 생겨서 여교수를 신청하자고 했더니 다른 교수들이 박 교수가 있기 때문에 여교수를 뽑지 않겠다고 했다. 이때 박 교수는 “앞으로 어떤 권한이나 역할이 주어지면 여성 후배 교수들에게 도움을 많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양성평등 정책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자”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여교수가 많이 기여해 여성 인력의 장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규연 군산대 교수(음악과)는 “기존의 고전적인 학문 간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며 “자기 설계 맞춤형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빠르게 급변하는 시기에 여교수의 섬세한 역량을 잘 발휘해보자”라고 했다.

교육부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강경숙 원광대 교수(중등 특수교육과)는 “최근 교육부가 라이즈와 글로컬 대학 사업을 발표했다. 이는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별 거점 대학 2~3개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인데, 선정되지 못하는 대학은 시장 논리에 맞춰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렇게 고등교육정책이 급변하는 시기에 전국여교수연합회 일원으로, 사립대 여교수회 회장으로서 교내 여교수회를 이끌어가기 위한 고민이 적지 않다”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인 대학에서 학문균형 발전, 대학 균형 발전을 이루는데 한걸음 다가가는 여교수연합회, 여교수회가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AI 시대, 여교수들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김순남 신한대 교수(교양학부)는 전국여교수연합회가 국가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전국여교수연합회가 국가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인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며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술지 운영이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학술지 운영은 단체를 단합시키고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전국여교수연합회가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도 제시하자고 제안했다. 여성들이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안경환 대전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과)는 여교수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은 전공에 따른 경제 활동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여교수는 영향력 있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중립 실천과 같이 학생들의 경제적 활동에 발판이 되는 비교과 활동을 만드는 노력을 하자.”

이미자 광주교대 교수(교육학과)는 AI 시대 여교수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 사업으로 AI나 가상화폐 등이 대두되고 있다. 그저 편리하고 빠름의 속도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 여성 지식인이자 여성 리더로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혜은 충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여교수회는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립대에는 여교수회가 없는 학교가 많지만 국공립대는 여교수회가 다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여교수회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갖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학회 회장이나 총장같은 사회 지도층을 생각했을 때 60대 남자를 떠올린다. 한 학회 기념사진을 보면 요직 6명 중 5명이 남자였다. 그 자리에 여자들이 절반정도 되면 여교수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여교수회가 사라지는 날까지 같이 분발하자.”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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