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2:00 (목)
[화제의책]『괴테 자서전』(이관우 옮김, 우물이있는집, 1119쪽)
[화제의책]『괴테 자서전』(이관우 옮김, 우물이있는집, 1119쪽)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9.09 0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양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세계 5대 자서전의 하나로 꼽히는 괴테 자서전이 정본으로 완역됐다. 괴테가 62세에 쓰기 시작해 82세가 돼서야 완성한 이 자서전은 출생에서부터 청년기까지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다.

꼼꼼하고 엄격했던 아버지, 반대로 감수성과 예술성 풍부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던 시절, 7년 전쟁(1756~1763)으로 프랑스 지배를 받게 돼 혼란스러웠던 삶과 사회, 15살 그레첸과의 첫사랑, 라이프치히 대학에서의 자유분방한 첫 유학시절, 병을 앓아 고향에서 요양했던 것, 신비주의와 연금술에의 심취, 루소, 하만, 셰익스피어로부터 영향을 받은 과정, 나아가 헤르더와의 교류를 통해 눈뜬 문학관, 프리데리케와의 목가적인 사랑과 이별, 변호사 개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티브가 된 샤를로테 부프와의 슬픈 사랑, 고향에서 릴리와의 사랑과 이별, 스위스로의 도피 여행 등 유년·청년시절의 삶이 장편소설처럼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런 과정을 읽다보면 장황한 감도 있지만, 한 인간의 ‘교양’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함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젊은이들은 무엇에 환멸을 느꼈고 어떻게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대한 숭배를 뒤엎으려 했는지, 내면의 욕구를 지닌 자아가 그 욕구를 어떻게 외부세계와 어떻게 싸우고 조율해나가려 하는지 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기행’, ‘프랑스 종군기’, ‘연대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종교적 성찰이나 심취, 사랑에 대한 언급 등 삶의 모든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신의 작품들과 또 다른 면이 있다.

자서전은 유년·청년 시절만을 다뤘지만 그러나 젊은 시절이야말로 그의 존재적 본질이 가장 뚜렷하게 부각된 시기이기에 ‘조화로운 인간’으로서의 괴테를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때로 지나치게 상대방을 폄하하거나 자기 과시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하고, 핵심에서 벗엉난 장황한 잡설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대문호만이 부릴 수 있는 오만 쯤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자서전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미덕은 ‘공들여진 번역’이란 점이다. ‘결정적 비평판’이라고 정평난 함부르크의 크리스티안 베그너 출판사의 괴테전집 ‘나의 인생. 시와 진실’(9~10권)을 이관우 공주대 교수가 3년간 열정을 쏟아 옮겼다. 문장을 자의적으로 압축하고, 내용을 짜깁기 하고 부분적으로만 번역했던 여타 번역본들과 달리 이 책에서는 괴테의 고유한 문장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여전히 ‘픽션’이나 ‘논픽션’이냐 하는 사실성 여부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음을 밝혀둔다. 노년에 그것도 20년 동안이나 지난 시절을 더듬어가며 쓴 것이기에 과장되거나 축소된 부분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자 창조적 예술작품이라는 이원적 의미로도 받아들인다면 어떨까.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