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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개 설문으로 본 ‘독생자녀’…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361개 설문으로 본 ‘독생자녀’…중국의 미래가 보인다
  • 김동하
  • 승인 2023.05.2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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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중국의 MZ세대와 미래』 김동하 지음 | 박영사 | 436쪽

‘빈부 격차·성적 차별’ 불공평 인식하는 주링허우
과반수가 중국사회 관리감독 시스템 못 믿어

2019년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우리 경제·사회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MZ세대이다. 연구자와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자)와 Z세대(1995~2009년 출생자)를 의미한다. 14세부터 42세까지 이들을 포괄하는 범위가 너무 커 연도별 기준이라기보다는 기성세대와 다른 이들 계층의 특성을 강조하는 목적으로 주로 쓰인다. 

 

이 책은 중국 MZ세대의 경제·사회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중국 미래를 전망하겠다는 목적으로 집필됐다. 중국에서는 계층을 바링허우(八零後, 1980년대 출생자)·주링허우(九零後, 1990년대 출생자)·링링허우(零零後, 2000년대 출생자)으로 구분하는데 공교롭게도 MZ세대 구분과 일치한다. 

중국은 1979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전 세계 어떤 국가도 실행하지 않았던 1가정 1자녀라는 가족계획 정책을 강력하게 실행했다. 이러한 산아제한 정책을 위반하면 공무원과 국유기업 종사자는 파면·해고됐고, 민간기업 직원은 연봉의 절반이 넘는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그 결과 형제자매 없이 ‘독생자녀’로 자라난 인구가 1억 8천만 명으로 현재 중국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독생자녀’가 바로 중국의 MZ세대이다.

중국의 ‘독생자녀’로는 1억 8천만 명으로 현재 중국 인구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책을 위해 우선 국내 외에서 발표된 바링허우·주링허우·링링허우 관련 논문, 기사, 연구 리포트 등을 분석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발표된 361편에 달하는 석·박사학위 논문 내 설문조사 결과를 추출하여 이를 분석해 미래 예측에 활용했다. 이를 통해 중국 MZ세대의 가치관(국가·노동), 소비행태, 직업관, 결혼관을 분석했다. 그 중 한 장면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MZ세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공정’(公正)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주링허우들은 공정에 대해서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주링허우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를 보면, 먼저 설문 대상의 51.8%는 공평이라는 개념과 가치에 대해서 안다고 답을 했으나, 잘 모른다고 답을 한 학생들도 43.5%나 되었다. 이는 중국 중·고교 과정에서 ‘공평·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공평이라는 관념을 수립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85%가 필요하다고 답을 하여, 대학 재학 중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그 필요성을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설문에서는 ‘빈부 격차’, ‘성적 차별’ 등을 대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경험한 불공평한 현상으로 예를 들었다. 

그렇다면 공평을 관리·감독해야 할 중국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주링허우의 평가는 어떨까? 중국 사회의 관리·감독 체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관련 직능부서가 관리·감독과 처벌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3.6%에 불과했다. 반면 관리·감독과 처벌이 결핍되어 있어 수준이 아주 낮다는 평가는 39.2%에 달했다. 또한 어떤 방면에는 관리·감독이 이루어지나, 어떤 곳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답변은 57.2% 수준이었다. 따라서 과반수의 주링허우들은 공평 실현을 위한 지금의 중국 사회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필자는 매 장마다 결론을 내어 MZ세대를 통해서 본 중국의 미래에 대해 단정적으로 예측하지는 않았다. 또한 361편의 설문조사 분석만으로 거대 중국의 미래를 온전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이 책 곳곳에 서술한 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미래 중국의 모습 중 한 조각이라도 찾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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