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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의학의 접경
문학과 의학의 접경
  • 최승우
  • 승인 2023.05.1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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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지음 | 소명출판 | 439쪽

의료 혁신이 몰고 올 인간 삶의 변화, 그에 대한 문학적 대응

의료문학은 태생적으로 현대의료의 미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것은 의료문학이 의료와의 연관성을 지렛대 삼아 의료의 인간성 회복이라는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문학은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있는 의료기술과 인간이 직면할 새로운 상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의료문학이 다른 문학과 달리 미래의 인간 삶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탐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문학은 의료 혁신이 몰고 올 인간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문학적 적응 및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문학이 필연적으로 미래지향성이라는 특성을 잉태하고 있다는 말이다.

의료문학이 이런 과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한편에서 의료와 관련된 인간의 잘못된 편견과 맞서야 하는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현대 의료는 생명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관념에 근본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문학 또한 이런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혹자는 문학이 현대 의료가 강제하는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지켜왔던 인간성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우리가 곧 직면할 미래 사회는 유전공학과 인공지능 융합기술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생명이 공존하는 공동체가 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트랜스휴먼(Transhuman) 시대가 그것이다. 생물학적 인간과 유전공학적으로 변형된 인간, 인간과 기계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같이 사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떠나 새로운 세상에서 운명을 개척한다면 물밑이나 극한적으로 추운 곳 등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공학적으로 적응시킨 존재가 되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다양한 존재들에게 법적, 도덕적, 사회적으로 ‘인간성’을 부여하는 기준이 계속 변한다면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기준의 개정이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는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의료문학은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기존 문학 안에 뿌리내린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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