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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제의 경계
이론과 실제의 경계
  • 박태양
  • 승인 2023.05.08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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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태양 충북대 교육혁신본부 교육성과혁신센터장

어느 전공분야에서든 이론과 실제의 괴리와 그에 따른 혼란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론과 실제의 적용은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더 나은 학문적인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는 교육행정의 연구자로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부터 충북대 교육혁신본부라는 조직에서 일을 병행했고, 이러한 경험은 나를 자연스럽게 고등교육 분야의 연구자이자 실무가로 이끌었다.

나의 대학원 과정은 연구와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이론과 대학의 현장에서 필요한 실제를 맞춰나가는 과정이었다. 연구자와 실무자의 역할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대학원 과정에서 습득한 이론과 대학 현장에서 경험하는 실제 간의 괴리가 연구자와 실무자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고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과 혼란은 대학 현장에서 일하며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동료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이 이론과 실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연구하고, 일하는 이곳인 지방대학의 상황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대학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처해있고 더 나아가 생존의 위기에까지 놓여있다. 몇 년간 지속된 세계 최저 출산율의 경신은 자연스럽게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울 수 있다는 위기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부족한 학령인구는 더 나은 학벌과 더 나은 직업을 위해 수도권 지역으로 모두 이동하고 있으며, 지방대학은 더이상 지식의 상아탑으로서 기능하는 것만으로는 생존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방대학은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지역의 산업 기반 인력양성 및 직장 재교육 등 다양한 역할과 기능으로 변화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지방대학의 변화는 과거의 이론적 관점에서 고등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 새로운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담론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대학에서 근무하고 대학원 과정을 보내고 있는 연구자이자 실무자인 입장에서는 이론 중심의 학습 내용을 대학 현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우리 나름대로 대학의 생존을 위한 실제적인 방안을 만들어야만 한다. 또한, 대학의 변화뿐만 아니라 연구자 스스로 지방대학이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하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유연하게 사고하고, 이를 통해 연구하고 실제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요구는 연구자 개개인에게 혼란과 갈등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관점에서도 이론과 실제의 경계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한번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교육학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준비하며, 나는 왜 대학원에 진학했을까를 떠올려본 적이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문 분야에 대한 관심, 탐구하고자 하는 마음과 같이 거창한 이유가 아닌 학부생 때 연구소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해본 경험이었다. 이론에 대한 탐구와 설정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 없이 중요지만, 실제를 경험하는 것 역시 연구자로서 진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 아울러 대학원 과정에 들어온 후 연구자로서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할 때도 실제를 경험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난 지금, 여전히 지방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학령인구의 급감이 예상되는 2035년 전후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혼란의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일과 학문을 병행하고 있는 고등교육 분야의 연구자들이 이론적 근거와 실제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의 대학에서 새로운 대학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태양 충북대 교육혁신본부 교육성과혁신센터장
충북대학교 교육학과 「대학혁신지원사업 효과성 분석」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충북대 교육혁신본부 교육성과혁신센터에서 대학의 성과관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초·중등교원 수급정책, 고등교육 재정지원사업 등 교육정책과 교육성과와 관련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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