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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나노과학 초보 수준...열정 인상적
북한 나노과학 초보 수준...열정 인상적
  • 유인석 서울대
  • 승인 2006.09.0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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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남북공동학술토론회 참관기

지난 8월 22일 금강산에서는 남북공동학술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는 민간교류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의 사업으로 남측의 남북교육협력추진위원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대학교의 나노과학기술협동과정, 북측의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대가 참여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나노과학기술로 미리 합의되었기에 서울대학교에서는 나노과학기술협동과정의 겸임교수로 강의 및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정구 교수, 박영우 교수(이상 물리·천문학부)와 이성훈 교수(화학부)를 발표자로 선정하여 AFM, SPM 개발 및 연구현황(김정구 교수), 양자점 대량 생산 기술(이성훈 교수), 나노소자 개발의 국제연구 동향(박영우 교수)을 주제로 발표하였고, 북측에서는 수자식 위상측정 간섭법에 의한 나노측정(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김철수 교수), Nd-Fe-B 계 나노복합 희토류자석 제조공정에 대한 연구(김책종합대학 재료공학부 김동길교수), 전호플라즈마에 의한 나노립자제조에 대한 연구(김책공업종합대학 홍현길교수), TiN 나노분말결합제에 의한 고압상 질화붕소 소결제의 인성제고에 대한 연구(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김수건교수)를 발표하였다.  발표는 오전 2시간 30분, 오후 4시간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마지막에는 종합 질의 토론시간도 가졌다. 

북측 발표 내용을 보면 첫 번째 발표를 한 김철수 교수는 STM(북에서는 주사 굴 현미경이라고 부른다.)과 AFM(원자 힘 현미경)에 사용되는 압전 구동요소인 PZT 의 미소변위를 광학 간섭법으로 측정하는데 결부된 알고리듬과 오차를 논의하였으며, 김동길 교수는 3세대 영구자석 재료인 Nd-Fe-B 계 희토류 자석의 제조공정을 분석하고 초급랭-결정화처리법에 의한 나노 복합자석의 생산방법을 소개하였다. 이어서 오후에 계속된 발표에서 홍현길교수는 arc(전호) 플라즈마를 이용하여 산화물과 질화물의 나노입자를 경제적으로 제조하는 과정에 대한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전호전류와 기체유량에 따른 나노입자의 크기변화를 예측, 검증하였고, 마지막으로 김수건 교수는 TiN 나노분말(평균 입자크기 20 nm)을 물리 기상 증착법으로 제조하여 고압상 BN, Si 등과 함께 초고압(6.5 GPa) 소결을 함으로써 고압상 BN 소결체의 인성을 증가시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토론회의 커다란 주제가 나노과학과 기술로 미리 정해진 만큼 남측의 경우 가능한 한 넓은 부분을 고루 소개할 수 있도록 세부 발표주제를 선정하였다. 북측에서도 주제에 맞는 발표를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아주 걸맞은 발표가 되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아마도 남측만큼 다양한 나노분야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의 연구사정을 알아낼 수 있었고 또, 남과 북의 수준을 직접 비교해 볼 수가 있었다는 데서 북과 남에 모두 유익한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북측 발표자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김일성종합대학뿐만 아니라 김책공대 교수들도 포함되어 있고 또, 참가자들도 30대의 젊은 교수들로부터 60대의 원로교수들까지 분포해 있어서 북측의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의 상황을 두루 알 수 있었으며, 특히 북측의 젊은 참가자들이 열악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밝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상 깊었다. 

김일성대 김철수 교수의 발표장면
북측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STM, AFM 등의 개발과 같은 부분은 공동(그러나 처음에는 거의 일방적인 기술전수 수준의) 연구의 가능성이 있으며, 소재나 소자부분에 대해서도 제한된 범위에서 공동사업을 할 만한 것들이 있어 보인다. 또, 북측의 교육내용이나 실험실습 현황 그리고 연구실험실의 수준을 파악하여 북의 현실에 맞는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북측이 마음을 활짝 열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협력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의 나노과학기술 연구수준은 국제적 수준에 비하면 많이 뒤쳐져 있으며, 아직 나노과학 기술분야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고립화되어있는 북의 사정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현상이나, 학문분야에서만이라도 문호를 널리 개방하지 않는 한 국제적 수준과의 격차가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 가지 제안해 볼 수 있는 것은 남측에서 빈번히 개최되고 있는 학술강연이나 토론회의 일부를 북측에서 화상 자료로 이용하거나 간접 참여(화상회의 방식)하여 최소한의 국제정보나 감각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열악한 연구 환경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젊은 교수들은 위축되거나 주눅 들어 보이지는 않았고, 오히려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려는 것 같은 의지와 희망적인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한편으로는 국제적 상황에 어두운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앞으로 여건이 개선되면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학문분야에서 남과 북이 교류를 확대하고 진정한 협력을 지속해나간다면 양측에 모두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방북과정에서 경험한 몇몇 우여곡절들은 그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닐 것이라는 예측도 하게 된다. 결국 원론적인 얘기겠지만 남북협력에도 따뜻한 마음과 평형감각을 갖춘 판단력, 그리고 은근한 끈기가 함께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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