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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중독(莊子重讀) : 소요유
장자중독(莊子重讀) : 소요유
  • 최승우
  • 승인 2023.05.02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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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재 외 3인 지음 | 궁리출판 | 276쪽

한국 장자학의 선언!

한국 도가 철학계의 3세대가 모여
새로운 한국의 장자학을 열어가다!

‘천의 얼굴’을 가진 고전, 『장자』에 담겨 있는
사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어디까지인가!

시대를 초월하며 다양한 해석들을 끊임없이 생산한다는 점은, 모든 고전들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는 하지만, 『장자』의 경우는 좀더 주목할 만하다. 『장자』는 제자백가의 치열한 사유들이 빚어낸 중국 선진(先秦) 철학사의 정수가 녹아 있는 철학서로 여겨지는가 하면, 상처 입은 삶을 위로해주는 지혜가 담긴 우화집으로 전해지기도 하고, 특유의 도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신화적인 사유의 보고이자 탁월한 레토릭으로 버무려낸 한 편의 뛰어난 문학서로도 받아들여진다. 『장자』를 읽는 관점이 이처럼 다양하다는 것은 여기에 담겨 있는 사유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다채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새롭게 펴내는 ‘현대 한국 4인 장자 주해 시리즈-장자중독(莊子重讀)’은 한국 장자학의 토대를 닦고자 하는 3세대 학자 네 명(박원재, 유병래, 이 권, 정우진)이 모여 그동안의 누적된 연구역량을 결집해, 그들만의 독특한 관법으로 『장자』를 읽어나가는 실험을 시작해 얻어낸 첫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인 ‘장자중독(莊子重讀)’이라는 네이밍도 상당히 독특하다. 여기서 ‘중(重)’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거듭하다’라는 의미를 살려 ‘여러 사람의 관점’이라는 생각을 넣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도가철학계의 3세대에 속하는 연구자들이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된 장자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자생적인 장자 해석의 길을 열어 가보자는 것이 이 시리즈의 본래 취지라 할 수 있다.

1세대인 김경탁(고려대 철학과), 2세대인 김충열(고려대 철학과), 김항배(동국대 철학과), 이강수(연세대 철학과), 송항룡(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등, 한국의 1~2세대 도가를 대표하는 스승들에게서 이어받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네 필자는 자신들만의 학문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원문을 공동으로 번역하고, 의견이 나뉘는 경우 다수결로 정하며,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각자의 주해에서 소개하는 등 장자를 여러 관점에서 읽어내는 시도를 계속해오는 중이다.

『장자』를 연구하는 네 필자의 관점을 차례로 소개를 해보면, 먼저 박원재는 사회철학적 시각에서 『장자』를 읽어내려 한다. 장자사상은 일체의 외부 조건에 구속되지 않는 ‘절대적 자유’를 추구하는 사유로 많이 해석되는데, 제도 및 이념 등이 갖춰진 사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절대적 자유가 어떻게 가능할까? 이것이 박원재가 장자사상을 사회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내려 시도하는 이유이다.

유병래는 장자를 삶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철학자로 이해한다. 그리고 『장자』를 가급적 『장자』 자체로 읽고 해석하는 ‘이장해장(以莊解莊)’의 방법을 취한다. 물론 『장자』의 내편과 외ㆍ잡편 간에는 여러 다른 점이 있으나 외ㆍ잡편이 내편과 가장 가까운 시기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장자의 철학정신을 근사(近似)하게 담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즉, 『장자』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대하는 입장이다.

이권은 장자의 도(道)는 ‘하나’라고 본다. 장자철학에서 ‘하나’는 세계의 근원이자 수양의 대원칙이며, 수양을 통해 도달한 경지인 것이다. 또한 『장자』를 읽을 때, 내편과 외ㆍ잡편의 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내편이 장자의 철학 정신이 발휘된 글이라면, 외ㆍ잡편은 장자가 남긴 문제를 전개하고 발전시킨 글이라고 본다. 또한 내편 안에서도 각 편의 맥락 안에서 개념과 내용 및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우진은 장자철학을 현대적으로 이론화해야 한다고 보는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장자를 읽는다. 즉 체험이 없다면 세계는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전제 위에서, 구성주의는 세계 자체의 구조에 체험의 고유한 양식이 관여한다는 뜻이다. 장자는 공명과 언어적 처리의 두 단계를 통해 체험이 형성되는 바, 언어적 처리과정에서 세계는 끝없이 분절되고 결국 공명의 원시적 생명력을 잃는다고 보았다.

『장자중독』은 이처럼 『장자』를 바라보는 결이 조금씩 다른 네 학자의 해석이 모두 들어가므로 『장자』 전체를 한 권으로 묶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장자』 각 편을 각각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며, ‘소요유’를 시작으로 우선 내편 일곱 편을 차례로 펴낼 계획이다.

「소요유」는 『장자』 33편의 첫째 편으로, 네 필자는 11개 원문을 다함께 번역하고, 그 요지 및 해설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차례로 정리해 배치했다. 독자들은 다각도에서 ‘소요유’ 편을 분석하고 논쟁하는 네 학자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더욱 풍성하게 『장자』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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