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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 하락을 부추기는 값싼 등록금
대학 경쟁력 하락을 부추기는 값싼 등록금
  • 황인성
  • 승인 2023.05.0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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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읽는 대학④

호텔 뷔페 한 끼 18만원 시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해마다 호텔은 식재료와 인건비 인상 등을 근거로 뷔페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 뷔페 한 끼의 적절한 가격은 얼마일까? 물론 주변의 일반적인 뷔페 가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그렇다고 정부가 문제를 삼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지표(2021)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38개국 중에서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한국(86.6%)‧미국(73.5%)‧일본(77.3%)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등교육재정을 국가가 지원하되 독립적으로 운영하거나 국공립으로 저렴하게 운영한다. 

그리고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사립대학의 등록금(8,621 달러)은 14개국 중 미국(31,875 달러)‧스페인(10,344 달러)‧에스토니아(9,281 달러)‧호주(9,239 달러)‧일본(8,741 달러)에 이어 6번째였다. 

초중등보다 낮은 고등교육 투자

과연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적절한 것인가? OECD 회원국의 교육단계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투자 규모에서 한국과 그리스만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초·중등교육보다 더 낮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경쟁력을 보자. 최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32개국)으로 지위를 변경하였다. 2021년에는 세계 10위 무역국으로 전세계에서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은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미국‧독일 등 10개국뿐이다. 2020년 GDP 기준 세계 10위 경제 규모,  2021년 세계 7대 우주강국, 2022 세계 6위의 군사력, 원자력 산업 6위, 항공우주산업 7위, 방위산업 8위, 세계 국가별 국력평가 6위 등 대단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어떠한가? 2022년 IMD 국가경쟁력 순위는 27위(64개국), 2022 IMD 대학교육경쟁력 46위(64개국), 2021 OECD 세계인적자원경쟁력 24위(38개국)로 국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제적 위상은 높은데, 고등교육경쟁력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어떠한가?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 QS의 2021년 ‘세계대학평가’에서 한국 대학 39곳 가운데 23곳(59%)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100위 안에 든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36위)·카이스트(41위)·고려대(74위)·연세대(79위)·포스텍(81위)·성균관대(97위) 등 6곳이다. 2003년 QS 세계대학평가가 시작된 이후 18년째 한국 대학은 톱 30위 안에 들지 못했고, 역대 최고 순위는 2014년 31위를 한 서울대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1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2년 연속 10위 안에 들지 못한 반면에 아시아 대학평가 상위 10위 대학 소속 국가는 중국 5개교, 싱가포르 2개교, 홍콩 2개교, 말레이시아 1개교이다. 논문수 톱100에서도 중국·일본 49곳, 한국 5곳 뿐이다. ‘톱 20위’ 이내에 든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들의 평균 순위는 지난해 13.3위에서 올해 15.6위로 두 계단 넘게 하락하였다.

2014년 2위였던 카이스트는2021년 14위로 내려갔고, 서울대는 4위에서 18위로 밀려났다. 한국 대학의 77%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내려간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날로 높아 가는데, 한국의 고등교육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대학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①디지털시대에 뒤처진 열악한 교육환경 ②정부 규제에 의한 획일적 대학정원 관리와 학사운영 ③지난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정책에 의한 등록금 동결 ④OECD 국가 38개국의 평균 수준에도 못미치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세제규제 등으로 인한 재정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고등교육 경쟁력의 추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 수준의 대학과의 경쟁은 차지하고서도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서도  추월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아시아 주요국들의 2022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3위)‧홍콩(5위)‧대만(7위)‧중국(17위)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주요 대학 경쟁력도 우리 대학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물가와 연동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기업이 관여하는 공공요금이라면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 정상이고, 그것이 아니면 민영화해야 하는 것이다.

사립대학이 공기업인가? 아니면 공공기관인가? 사립대학이 공공재이기는 하지만 국공립대학과 동일하게 규제하고 통제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골든타임에 투자하지 않는 곳은 그 무엇이든 생존할 수 없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 뒤처진 경쟁력은 다시 회복하여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
대학평가와 고등교육 전문가로 교육통계 분석 작업에 참여해 왔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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