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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행성 시대’…행성 평화냐 내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제는 ‘행성 시대’…행성 평화냐 내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최승우
  • 승인 2023.04.2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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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㊺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6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 1일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가 「다원주의적 국제 질서의 철학과 비전」을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시즌9 「자유와 이성」 마지막 강연은 최신한 한남대 명예교수(철학상담학)의 「기독교와 자유」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인간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행성 평화 및 자연과의 평화가 전제돼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 위생과 인류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 위생과 

지구 건강이 필히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낯익은 낯섦’의 시대이자 상황이다. 우리의 존재-세계-인류-지구-행성이 모두 낯익은 낯섦의 단계에 진입했다. 고향도 나라도 기술도 질병도 그런 상태이다. 특히 자연 역시 지극히 낯익은 낯섦의 반복이고, 익숙한 듯하면 낯설고 낯선 듯하면 익숙해 보이는 상황이다. 인간이 거주 가능한 유일한 행성에 더불어 살고있는 우리 인류 앞에는 지금 어떤 전망과 가능성이 펼쳐지고 있는가?

현재 인류의 중심 흐름은 △사회주의 붕괴와 탈냉전 △신자유주의와 전지구화(세계화) △기후·생태·환경 위기 △대감염병(팬데믹)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압도적인 영향은 단연코 기후·생태·환경 위기다. 냉전 해체 이후의 시각과 담론들은 △역사 종언론과 승리주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를 비롯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일반 △장밋빛 전망의 난무 △과거 사회주의 역사 종언론의 반대 방향의 재연(헤겔, 마르크스, 레닌, 코제브) △미국의 유일 패권 △단일 제국 △단극 사회의 등장 등이 있다.

현재의 진단과 경고와 인식은 자유주의·민주주의의 위기, 중국의 부상, 인도-태평양 시대의 발흥이다. 또한 기후지옥(climate hell)도 있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이후의 인류 상황은 다음 네 가지 담론과 경로들이 바로 코로나19 초래 요인들과 함께, 장기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지역학협동과정)는 “오늘의 인간과 자연의 중첩, 자연의 사건화, 인류세 흐름을 방치하면 장차 ‘만인의 만물에 대한 전쟁’, ‘만물의 만물에 대한 전쟁’, 즉 행성 전체의 구성물들이 서로 싸우는 필시 행성 내전(planetary civil war) 상태로 진입하고 말 것이다”라며 “행성 평화냐 행성 내전이냐, 지금 인류는 가장 결정적인 기로에 놓였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오늘의 시대를 ‘행성’ 시대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유일한 거주 행성으로서 지구의 행성적 가능성을 통해 이 인류세 상황을 넘어볼 수 있지 않을까? 세계 시대에 인류는 아직 인간 공동체로서 세계를 문제 삼는다. 지구 E(Earth) 시대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자기가 사는 대지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

지구 G(Global) 시대에 접어들어 대지-공기-바다를 모두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제는 인간이 거주하는 행성 자체를 문제 삼는 행성 시대(Planet)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 중심주의는 자연-환경, 생명-동물을 배제하거나 그들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 ‘실존’ 중심주의가 아니라, 이성을 가진 인간이 자신들의 중심적 역할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인간 ‘역할’ 중심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역사의 분리는 이제 절대 불가능해졌다.

오늘날 인류는 근대 이래 평화에 관한 한 가장 결정적이고도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즉 이제 △전쟁 △내전 △독재 △전체주의 △세계 대전 △종교 전쟁과 같은 이른바 인간 내적 요인과 국제 요인·세계 요인에 의한 평화 파괴와 인명 살상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이들 중에는 거의 종식된 현상도 존재한다. 극히 일부 지방과 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자연 현상 △대기 오염 △미세먼지 △식량 부족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한 평화 파괴와 인간 사망은 급증하고 있다. 평화의 개념도 이제는 인간-사회-국가-국제-세계 평화에서 인류-생명-지구-행성-자연과의 평화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다. 

오늘날 사망 피해의 원인이 압도적인 인간 외적 요인 때문이라면 인간과 행성의 공동 평화를 위한 중심 자원과 지혜와 노력 역시 확실하게 바뀌어야 한다. 즉 인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는 행성 평화 및 자연과의 평화가 전제돼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 위생과 인류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 위생과 지구 건강이 필히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기후 위기와 응급상황은 인간이 초래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인류 평등과 환경 복원을 위한 근본적인 사유와 해법의 전환을 위한 단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대안은 생태공화국의 건설에 있다. 생태 문제에 관한 한 기존의 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이건, 민주적 자본주의이건, 자본주의와 함께 만나서 오늘의 인류 번영과 생태 위기를 초래한 두 원인적 제도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다른 요인에 의한 보완이 절실하다.

특별히 선거 민주주의의 문제가 심각하다. 단기적인 발전, 국가 경쟁, 국내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생태 보호와 환경 영향 평가는 늘 뒷전으로 밀려왔다.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류 역사에서 20세기 이전의 민주주의에서는 늘 단명-파당-독임(獨任)-독식이었을까?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원래부터 이성과 욕망에 기반한 ‘인간 중심주의=인간 시민주의’가 요체였다. 민주주의는 근대에 들어서서 공화주의·공화국과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된다.

문제를 지구 단위의 공화주의와 생태공화국 수준으로 확장해야 한다. 시민-인류, 근대성-식민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문제가 핵심이다. 근대 들어 인류는 ‘근대성·문명·발전·민주주의(전체주의)’와 ‘콜럼버스 교환·식민성·침략·제국주의·탄소 발자국·환경 파괴’가 함께 발전했다.

근대성과 식민성은 단선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공진화했던 것이다. 이제 특정 대륙과 국가와 제국과 선진국과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닌 지구 내 인류 전체가 함께 행성 전체의 자원을 모두의 것(res publica = republic)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지구공화주의와 지구·행성공화국 문제의식이 절실하다.

행성적인 것과 마주하기 위해서 자연 요인, 물질 요인으로서의 인간 위치와 역할을 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구와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 전체로서의 인간은 이제 생명 요인이 아니라 오염 물질을 양산하는 하나의 물질 요인이 됐다. 
따라서 탄소 발자국의 해법은 완전한 평등의 원칙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이중 평등을 말한다. 행성공화국 문제의식을 통해 인간의 공화-공존-공생의 대상을 인간과 생물에서 물질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는 근대의 제일 공식인 ‘코기토 공식(formula)’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확실한 종언을 고해야 한다.

이로 인해 소비-생산-개발-발전-자본주의가 만개했고, 그 결과가 오늘의 인류세 현실이다. 이제 코기토 공식은 “나는 함께한다, 고로 존재한다(Consocio ergo sum)”로 바꿔야 한다. 이때 ‘함께’의 대상은 앞서 말했듯 인간-이웃-이웃 나라-이웃 민족을 넘어 동물-생명-물질-대지공기-행성전체를 의미한다. 행성 시민권을 갖는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이중 시민주의(dual citizenship), 이중 평등주의, 이중 공화주의를 의미한다. 인간 대 인간의 공존, 인간 대 자연의 평등·공존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술했듯 이미 인간은 동등한 물질 요인으로서 지구와 행성을 파괴하는 요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주의는 환경, 생명, 교육, 출산과 같은 세대 초월적 의제나 생태·환경 의제, 행성 의제나 공화(국) 의제에 
대해 갈수록 매우 취약해졌다.

칸트를 포함한 많은 선현이 언급했듯 민주정은 본질적으로 지식인들만을 위한 파당성·독재정·독임정의 성격을 내장한다. 지나간 인류의 역사가 보여줬듯, 그것은 지속성·연속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려 더 악화된다.

한국의 지난 30년을 보면 출산·환경·평등 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사례는 보수 민주주의와 진보 민주주의의 격렬한 대결 속에 하나의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인구 자체의 감소와 멸종으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 행성을 공통의 생활 공간과 생존·협력 공간으로 사유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끼리의 국제연합(United Nations)을 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유엔=자연연합(United Natures)’을 상상하는 것도 좋다. 투표권은 없더라도 존재론적 시민권을 주자는 것이다. 생태계를 하나의 공화국으로 사유하면 사실상 많은 게 풀린다. 행성공화국을 건설하지 못하면 인류세는 필연이 되고 말 것이다.

오늘의 인간과 자연의 중첩, 자연의 사건화, 인류세 흐름을 방치하면 장차 ‘만인의 만물에 대한 전쟁’, ‘만물의 만물에 대한 전쟁’, 즉 행성 전체의 구성물들이 서로 싸우는 필시 행성 내전(planetary civil war) 상태로 진입하고 말 것이다. 행성 평화냐 행성 내전이냐, 지금 인류는 가장 결정적인 기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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