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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
  • 최승우
  • 승인 2023.04.25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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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지음 | 컬처룩 | 268쪽

한국 사회에 종교는 여전히 필요한가?

2023년 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공개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했다. 미디어의 강력한 의제 설정 기능을 통해 종교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무엇이어서는 안 되는지를 놓고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종교 없이 살고 있으며, 반사회적 종교의 범죄 사실에 대해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결핍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간의 실존적 취약성, 초월성과 초자연적 현상의 실재 여부, 그리고 이성과 합리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경험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미디어와 종교가 만났기에 가능한 질문과 화두다.

지난 팬데믹 3년을 지내며 종교는 코로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종교에 관한 사회적 인식은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했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질서와 함께 호흡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팬데믹 기간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고 설명할 때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게 해 주었다. 종교를 깊이 있게 고려하지 않고는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으며, 당연히 미래에 대한 타당한 예측도 불가능함을 절감하는 계기였다. 미디어와 종교의 만남이 시사하는 교훈이다.

[미디어, 종교로 상상하다]는 이러한 미디어와 종교에 관해 들여다보는 책이다. ‘미디어와 종교’를 오래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디어의 종교 재현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종교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일깨운다.

“오늘날 종교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매개 종교’라는 개념을 통해 미디어가 그려내는 종교에 대해 읽어낸다.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 팬데믹의 재난 속에서 미디어는 종교를 어떻게 소환했으며, 종교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본다. 종교에 비판적인 저널리즘 사례를 통해 그 함의를 종교에 대한 ‘기대’로 설명한다.

또한 종교 집단이 미디어를 바라보는 방식과 논리, 제도 종교가 미디어를 어떤 존재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를 논의한다.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옥한흠 목사 등 신망이 높은 종교 지도자의 죽음을 미디어는 어떤 태도로 보도했는지, 프란치스코 교황, 래퍼 비와이, 대중문화 속 ‘힐링’ 담론은 각각 사회가 기대하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라고 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읽어 본다.

아울러 [오 나의 귀신님], [싸우자 귀신아]와 같은 초월성과 초자연성이 등장하는 픽션 텍스트를 통해 종교를 다루는 미디어의 궁극적 관심을 살펴본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미디어가 종교를 통해 ‘상상’하는 것은 절망적 현실을 벗어나 새롭게 꿈꿀 세상임을 보여 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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