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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최승우
  • 승인 2023.04.25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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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드와이어 외 17인 지음 | 책과함께 | 688쪽

근거 없는 낙관론자 스티븐 핑커에 대한
역사학계의 첫 전면적 비판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는 인류사에서 “문명화과정에 따른 폭력성의 순화와 평화화”로 인해 폭력성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는 낙관적 주장으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사회과학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비판받아왔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전 세계의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이 ‘폭력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에 바탕을 둔 핑커의 저술을 전면적으로 논박한 최초의 책이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에서 다양한 분야의 역사학자들은 잘못된 기본 개념부터 원천자료에 대한 몰이해, 통계의 오용 및 편파적 해석, 반대증거의 무시, 인지적 편견, 폭력의 편협한 범주, 피해자의 고통이 아닌 공격자의 분노회로가 중심이 되는 폭력관, “온화한 상업”(곧 자본주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신념, 폭력의 심리에 대한 논증의 기반인 역사적 조건의 비(非)고려, 나머지 세계에 눈감는 서구중심적 역사관에 이르기까지 핑커의 비학문성과 그에 따른 맹목적 결론에 대해 비판적 의문 제기와 합리적 반박을 제기한다.

책에는 지성의 역사, 감정의 역사, 문화사, 사회사, 의학사,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유럽사, 지역사, 형법사. 환경사, 생물학·고고학의 역사 등의 학제간 방법론이 동원되었다.

핑커의 이야기에서 목소리와 행위주체성이 부정된 사람들은, 그가 평화와 진보의 사자(使者)로 그리는 서구의 정부들이 주도한 엄청난 폭력에 빈번히 고통받은 이들이다.

이는 권력에 의해 오랫동안 역사 서술에서 배제되어온 종속적 지위의 인간 집단에 역사 주체로서의 제자리를 되찾아주려는 당대의 역사인식과 심하게 괴리되어 있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는 최근 전 세계 역사학계의 동향과 역사인식이 충실하게 반영된 역사학 개론서로도 읽을 만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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