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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최승우
  • 승인 2023.04.2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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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20쪽

몇해 전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일약 명수필가 반열에 오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해 가을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사회평론아카데미 간)를 펴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베스트셀러를 독자인 내가 직접 편집한다면 어떤 맛으로 요리할까?

사회평론은 독자 130명을 선발해 김영민 교수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직접 편집하는 ‘내 편한 책’(내가 직접 편집하는 특별한 한 권의 책) 이벤트를 진행해 독자가 직접 만든 독립서점 에디션을 출판했다고 17일 밝혔다.

사회평론은 지난해 11월 ‘내 편한 책’ 참가자를 공개 모집했다. 애초 예상과 달리 관심이 뜨거워 일주일의 짧은 모집기간임에도 282명이 지원했다. 추첨을 통해 선발된 130명에게는 김영민 교수가 애초 출판사에 제공한 ‘초고’와 편집에 필요한 빨간 볼펜, 형광펜, 수정테이프 등이 전달됐다.

13개 조로 나뉜 독자 편집자들은 11~12월 두달 동안 글의 순서와 소제목을 정하는 것부터 표지 디자인 결정까지 편집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새로 나온 13권의 책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기존 책과 똑같으면서 동시에 완연히 다르다. 차이점은 바로 표지와 본문 모두를 독자가 직접 편집했다는 것이다.

사회평론은 13종의 책을 놓고 인기투표를 벌여 독립서점 에디션을 선정했다. 출판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좋아요’ 수는 모두 1,740개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381개(22%)의 ‘좋아요’를 얻어 1위를 차지한 버전이 이번에 독립서점 배포용으로 출판됐다.

이 책은 오프라인의 독립서점에서만 한정 판매하며, 독립서점 당인리책발전소, 이후북스, 최인아책방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사상사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들려주는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사는 법. 북송시대 문장가 소식의 「적벽부」를 모티프 삼아, 인류의 보편적 문제인 ‘허무’에 대한 오래된 사유의 결과물을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내고 재해석했다.

허무라는 주제를 다룬 만큼 죽음과 해골이 등장하지만, 김영민식의 유머와 통찰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게 허무를 직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한 이라면 그의 글을 통해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천천히 읽을수록, 곁에 두고 오래 음미할수록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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