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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들의 뒷문
미국 아이비들의 뒷문
  • 박부권 논설위원
  • 승인 2006.08.26 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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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현재의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문은 그를 포함하여 5대가 명문사립대 예일을 나왔다. 이러한 학벌상속은 미국의 아이비들이 동문의 자녀에게는 별도의 선발준거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부시와 같은 명문가들이 동문들로 구성된다면 대학의 명성과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입학정책은 대부분의 미국 명문 사립대학이 관행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원자가 모교의 발전과 성과를 높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가는 아이비들의 중요한 선발기준 중 하나다. 지원자가 졸업 후 학계, 재계, 정치, 예술계 등에서 실력가가 되는 것도 그 대학의 성가를 높이는 데 공헌하는 길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력가는 그의 재력으로, 사회저명인사는 그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대학의 재정적 힘이 되고 울타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아이비들은 신입생의 대부분을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 SAT점수 등을 준거로 선발하지만, 일부는 부모의 재력, 영향력, 동문여부 등을 준거로 한다. 이들 특별전형 대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인 골던에 따르면 SAT점수로 환산해 3백점에서 1천6백점에 이르고, 그 수는 아이비들 입학자의 1/3에 해당한다고 한다.

 

일반 지원자에 비해 성적이 미달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아이비들이 육성하는 조정과 같은 엘리트 체육의 특기자로 선발한다. 미국사회가 관행으로 인정하는 아이비들의 뒷문이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할까.

 

만약 일부 사립대가 요구하는 기여 입학제라는 뒷문이 열리게 된다면, 우리나라 대학 입시풍속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아마 뒷문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학부모와 대학을 연결하는 전문 입시 브로커도 나타날 것이다. 대학별, 지원자의 성적별 기여금액이 마치 수능카트라인처럼 공공연히 나돌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과 학과의 서열은 이제 기여 금액으로 표시될 것이다. 모교인 프린스턴대에 약 2백60억원을 기부한 미 상원의원 후리스트의 두 아들이 프린스턴에 들어갔다. 이 두 아들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학업성적이 상위 20%에도 들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이를 당장 입시비리로 규정하고 자녀의 입학취소는 물론 당사자 국회의원을 사법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건의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의식과 법 감정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여입학제라는 뒷문을 여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박부권 / 논설위원·동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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