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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_출토문헌 연구로 부활하는 중국고대사상사
해외동향_출토문헌 연구로 부활하는 중국고대사상사
  • 이승율 도쿄대
  • 승인 2006.08.26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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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古 ‘노자’와 ‘주역’ 출토 … 사상사 새롭게 씌어져야

현재 전 세계의 중국고대사상사연구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진원지는 중국이며, 원인은 지하에서 새롭게 발굴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출토문헌 때문이다. 그 파장범위는 너무나 넓어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동일한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출토문헌의 가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현재 통행본의 역사적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현재 통행되는 본은 모두 후대의 이념이나 시대정신의 영향 하에 오랜 기간 수차례에 걸쳐 산정(刪定)된 것이지만, 출토문헌은 1차 자료이자 동시대 자료이며 가장 원형에 가깝다는 것만을 지적해 둔다.

 

이러한 출토문헌은 고문자학, 음운학, 서지학, 문학, 철학, 역사, 지리, 종교, 사회, 경제, 법률, 행정, 천문, 역법, 수학, 의학, 예술 등 내용상 중국고대문화의 거의 전반에 걸쳐 있다. 여기서는 지면의 제약 상 최근 필자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馬王堆帛書, 郭店楚墓竹簡(이하 곽점초간), 上海博物館藏戰國楚竹書(이하 상박초간) 중 곽점초간을 중심으로 이 분야의 신경향과 학술 쟁점,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방향 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곽점초간은 1993년 湖北省 荊門市 곽점촌에 위치한 곽점1호초묘에서 발견되었고, 5년 뒤인 1998년에 문물출판사에서 ‘곽점초묘죽간’이란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곽점초간은 크게 도가 계통의 문헌과 유가 계통의 문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에 속하는 것은 ‘老子’ 갑·을·병과 ‘太一生水’의 2종 4편이고, 후자에 속하는 것은 ‘緇衣’, ‘魯穆公問子思’, ‘窮達以時’, ‘五行’, ‘唐虞之道’, ‘忠信之道’, ‘成之聞之’, ‘尊德義’, ‘性自命出’, ‘六德’의 10편이다. 그 밖에 단편적인 문장이 나열되어 있는 ‘語叢’ 1~4가 있다. 곽점초간이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부터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 안에 현존 最古의 ‘노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전국시대에 이미 ‘노자’라는 텍스트가 존재했었다는 것은 입증되었으나, ‘노자’의 저자나 진위, 성립시기, 텍스트의 형성과정, 유가와의 관계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특히 죽간본 ‘노자’는 총 2천46자로 통상 5천자로 알려져 있는 통행본의 약 40%에 불과하다. ‘태일생수’는 지금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古佚書로 고대의 우주생성론이나 태일신앙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곽점초간에서 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유가계통의 문헌이다.

 

위의 10편 중 ‘치의’만이 통행본 ‘禮記’에 편입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을 뿐 나머지는 고일서다. 다만 ‘오행’은 이전에 출토된 마왕퇴백서본 ‘오행’의 經 부분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찍이 주목을 받았고, 특히 중국에서는 思孟學派와 관련해 수많은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사맹학파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오행’과 더불어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궁달이시’와 ‘성자명출’이다. ‘궁달이시’에는 ‘天人之分’이라는 매우 독특한 사상이 담겨 있다. 이 사상은 지금까지 ‘순자’의 고유사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궁달이시’가 발견됨으로써 양자의 사상적 영향관계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성자명출’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기’의 ‘중용’편 첫 머리의 ‘天命之謂性’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노자’에 버금가는 발견으로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유가의 핵심사상인 性情說과 禮樂說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情의 새로운 발견 등 여러 면에서 학술사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子思學派의 저작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묵가와 도가의 예악·인위 비판에 대한 극복을 목적으로 저술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밖에 ‘노목공문자사’는 ‘忠臣’, ‘당우지도’는 ‘堯舜禪讓’, ‘충신지도’는 ‘忠信’, ‘성지문지’는 ‘君子道’와 ‘天常’, ‘존덕의’는 ‘人道’와 ‘인륜’, ‘육덕’은 ‘聖·智·仁·義·忠·信’을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당우지도’에는 그동안 先秦時代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져 왔던 왕조교체론으로서의 선양론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제 초간연구는 상박초간의 발견으로 더욱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簡帛, http://www.bsm. org.cn/).

 

1994년 홍콩의 골동품시장에서 발견된 상박초간은 2001년에 상해고적출판사에서 제1권이 출간된 이후로 현재 제5권까지 나왔다. 상박초간의 내용은 곽점초간보다 더욱 풍부하다. 내용이 매우 방대하여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예를 들어 단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현존 최고의 ‘주역’이다. 이상 두 죽간본은 거의 대부분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유교이나 제자백가사상의 寶庫라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중국고대사상이 수직적, 일원적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 아니라, 지역적 전개라는 수평적 視座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이들 죽간의 내용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고문자와 음운에 관한 기초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통행본과 같은 문헌자료에 관해 폭넓은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출토문헌의 내용이 충분히 밝혀질 경우 그것이 종래의 중국고대사상사연구에 미칠 영향은 우리들의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앞으로 중국고대사상사는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이승율 / 도쿄대·중국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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