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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대학 선택권을 보장하는 입시 정상화
학생의 대학 선택권을 보장하는 입시 정상화
  • 양준모
  • 승인 2023.03.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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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양준모 논설위원 /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양준모 논설위원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는 대학의 구성원들은 늘 부족함을 느낀다. 인재 양성 시스템이 케케묵어 잘 작동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왜곡된 대학입시 때문이다. 대학입시가 지역균형발전이나 계층이동, 그리고 사교육 철폐라는 다양한 목표의 실천적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인재 양성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입시제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대학이 입학할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학생이 자신이 공부할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대학개혁의 핵심이다.

대학 입시제도는 이런저런 이유로 변화했다. 1945년부터 1953년까지 대학별 단독시험제였다. 1954년에는 국가연합고사와 본고사를 병행했고, 1955년부터 1961년까지는 대학별로 시험을 치르거나 고등학교 내신으로 입학생을 뽑았다.

이후 대학입시는 대학입학국가자격고사제(1962∼1963), 대학별 단독시험제(1964∼1968), 대학입학예비고사·본고사병행제(1969∼1980), 대학입학학력고사·내신제의 병행제(1981∼1993), 그리고 대학수학능력고사·내신제·본고사병행제(1994∼) 등으로 변천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은 늘 제한됐고, 교육과 학문발전보다는 사교육 폐지와 입시 부정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입시제도 변화의 동인이었다.

역설적으로 입시제도가 바뀔수록 사교육은 늘어났다. 이제 사교육의 범위는 정시, 내신과 논술 등으로 넓어졌다. 2022년 기준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는 26조 원으로 늘어났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엄청난 금액의 교육비가 지출됐지만, 정작 대학에는 쓸 돈이 없다.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고수하지만, 약 84조 원의 교육예산 중에서 정작 고등교육에 배정된 예산은 12조 원에 불과하다. 교육자원의 배분이 왜곡되고, 의미 없는 경쟁을 위해 사교육비가 사용되고 있다. 

대학도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낮은 등록금으로 대학이 하향 평준화되어, 이른바 명문대학이나 국립대학이란 간판으로 학생들을 뽑고 있는 꼴이다.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등록금이 동결되어, 좋은 교원을 모시고 연구를 위해 투자할 돈은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이리저리 입시요강을 따져 들어온 학교에 애정이 없다. 입학한 학생들은 반수를 하거나 편입을 준비한다. 오리무중의 입시제도와 등록금 동결 등의 규제정책은 대학을 도태될 과거에 고착시켰다.

대학의 역할이 인재 양성이 아니라 응시자의 선별로 전락해버렸고, 과거 지향적인 서열에 얽매여 사교육비만 늘어나고 있다. 입시에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고, 등록금을 현실화해 대학이 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선 대학의 학생선발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도 수많은 대학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학생들의 지원 기회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의 학생선발권은 학생의 학교선택권에 의해 규율되어야만 대학이 개혁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선택권을 가지고 있어야, 대학이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든다.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이 초중고등학교와 협력 프로그램을 만든다. 성과를 내는 대학이 새로운 명문으로 거듭나고, 안주하는 대학은 도태된다. 대학과 학생의 선택할 자유가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개혁한다. 자유의 이름으로 대학 규제를 철폐하자.

양준모 논설위원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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