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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포퓰리즘
가정폭력과 포퓰리즘
  • 최승우
  • 승인 2023.03.2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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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하르트만 외 15인 | 사월의책 | 224쪽

폭력을 혐오하는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사나워진 정치가 꼭 포퓰리즘 때문일까?

현대인은 폭력을 혐오한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요구하고 피해자에게 공감을 표시한다. 언론의 주목을 끄는 ‘눈에 보이는 폭력’에 대해서라면 우리 모두가 폭력에 적극 반대한다.

그러나 가정의 영역, 친밀성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사태가 달라진다.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폭력에 대해 우리는 전혀 민감하지 않다.

그곳에는 여전히 침묵만이 존재한다. 너무 사소하기에, 때로는 너무 개인적인 문제이기에 그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폭력, 그것이 가정폭력이다.

이 책은 ‘가정폭력’이라는 미시적 주제와 ‘포퓰리즘’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두 줄기로 하여 가족의 일상에서 커다란 정치 구조에 이르는 현대 사회의 문제적 상황을 심도 깊게 탐구한다.

폭력을 혐오하는 사회에서도 왜 가정폭력은 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은 가정폭력 이슈를 다각도로 해부함으로써 언론에서 가시화되는 폭력에만 주목해온 우리의 제한된 폭력 감수성과 폭력 연구의 방향성을 비판한다.

나아가 가정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맥락과 구조에 초점을 맞추는 폭력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포퓰리즘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사나워진 정치의 모습만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주변화되어 있는 이들의 불만이 포퓰리즘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팬덤 정치와 포퓰리즘 현상을 비판한다고 해도 주변화된 이들을 민주 정치로 포섭해내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포퓰리즘에 대한 열광을 경계하되 그것이 제기한 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양가적 관계를 짚어내고 포퓰리즘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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