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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지역사회의 이해방정식 풀기
대학과 지역사회의 이해방정식 풀기
  • 서동인
  • 승인 2023.03.2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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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서동인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지역을 막론하고 대학과 지역의 상생이 화두이다. 대학과 지자체는 서로 독립 된 존재에서 이제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과 지자체의 경계에 있으면서 대학과 지자체를 이해시키고 서로 간의 접점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행정상 대학에 소속되어 있으나 각 기관의 협업을 위해 서로의 요구를 파악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 기관의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 만족하는 최적의 해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중간에서 각 주체가 멀어지지 않도록 아교로서 연결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끊임없이 환기하며 보다 나은 함께 동행을 제안하는 것의 필자의 역할이다. 

지역사회와 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참여하는 기관의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는가에 따라 문제의 범위와 중요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얼마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의지가 있는가에 따라 그 나머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기관이 참여하면 할수록 변수가 많아져 풀어야 할 이해방정식은 복잡해진다.

모두가 적절히 만족할 합의점을 찾는 것 부터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 기반하여 추진되지 않으면 그 과정이 쉽지 않게 됨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충분한 이해라 함은 각 기관이 추구하는 목적, 특성, 업무 방식, 의사결정 방식 등 서로 다름에 대한 전제를 파악하고 한쪽의 이해 를 강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 갑질하듯 어떤 한쪽이 강압적 혹은 자신과 무관한 태도를 보일 경우, 무늬만 협력일뿐 속내는 언제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동상이몽의 연인과 같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바뀌는 사람들 또한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사업을 어느 정도 이해할만 할 때쯤 담당자가 바뀌게 된다. 이것은 지자체 조직의 공무원뿐만 아니라 대학구성원 또한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각 담당자와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되었을 때, 그리고 다시 그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을 경우가 허탈함을 금치 못하는 경우 중 하나이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매번 새롭게 담당자들이 바뀔 때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업무 관계를 시작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나마 전임자가 사업에 대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역에 살길 잘했다”는 피드백

이러한 다름의 이해라는 지난한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지역사회의 변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모델을 구축하며 지역에서의 교육문제는 해결하고 있으며 수요자의 높은 만족과 교육효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는 국내 지자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이자, 다른 지역과 대학에서도 참고하는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지역에 살길 잘했다” 혹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인생에 너무 도움이 되었다”라고 하거나, 지자체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보람도 느끼면서, 동시에 ‘연결의 가치’를 체감한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에서 그 복잡한 이해관계에서의 요구를 충족시켰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공통의 요구가 보이고, 그 접접을 찾아내면서 조율하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이제는 ‘함께’가 아닌 ‘홀로’는 지속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해방정식의 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근사값에 가까워질수록 시너지의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또한, 그 가치가 분명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중간계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결의 힘을 믿고, 난관을 뚫으며 애쓰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은 작은 응원을 보낸다.

서동인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교장 의사결정과정의 특성 연구」 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와 함께 협업하는 교육협력사업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있으며, 대학과 도시포럼에 공동연구원을 맡아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방안 논의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심주제는 역량, 전문성,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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