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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예산도 없이 구조개혁 나선 ‘글로컬대학’
별도 예산도 없이 구조개혁 나선 ‘글로컬대학’
  • 강일구
  • 승인 2023.03.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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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 재원 확보 논란 
기존 사업비에서 ‘인센티브’ 지급 
특별회계 취지 벗어난 졸속 비판 
대학총장들 “별도 예산 확보해야"
지난 16일 세종에서는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이 발표됐다. 사진=교육부
지난 16일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시안)이 발표됐다. 사진=교육부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의 혁신을 지역의 혁신·발전과 연계시키겠다는 ‘글로컬대학’ 사업의 재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획부터 선정 발표까지 6개월 만에 추진되는 ‘글로컬대학’의 졸속 추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가 지난 16일 공개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에 따르면, 글로컬대학 사업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하는 대신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증액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사립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지방대 활성화 사업비’를 활용하고, 국립대는 ‘국립대 육성사업비’ 증액분을 활용한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에게는 이 증액분 예산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학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이 글로컬대학 졸속 추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고등교육 특별회계’는 지난 14년 간 동결된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학에 보편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의 핵심 사업인 글로컬대학 사업을 면밀한 준비나 의견수렴도 없이 무작정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거대 예산을 집중 지원하는 것은 특별회계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립대 관계자는 “올해는 선정된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은 최소화하고 내년부터 별도의 새로운 예산을 확보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글로컬대학 사업 일정을 보면, 예비선정 후 본선정 때까지 대학에게 주어지는 준비 기간이 6주인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학 안에서의 학과 통합도 쉽지 않은 현실인데, 대학 안팎과 대학 내·외부, 학령-비학령 경계를 허무는 과격한 구조개혁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졸속 추진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대학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과감한 벽 허물기를 요구하면서 별도 예산 확보도 없이 추진 실적이 미흡하면 지원을 중단하거나 환수 조치까지 검토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획기적인 예산 지원 없는 ‘과감한 혁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IMD 평가 결과를 놓고, 국가경쟁력(26위)에 비해 대학교육 경쟁력(46위)은 하위권에 정체돼 있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교육부 말대로라면 경쟁력 낮은 대학이 중소기업 수준의 허약한 지역산업을 살릴 수 있을까. 산업 수요 중심의 대학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문과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개혁으로는 대학교육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일이다.

대학 운영의 지역사회 개방 요구에 대한 우려도 있다. 견제받지 않은 지역 토호들에게 대학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선출직 지자체장을 상대로 장기적인 대학 비전을 실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대학 자율성도 위태롭다”고 속내를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지자체와의 협력을 넘어 지자체 의지까지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자체가 라이즈 체계와 글로컬대학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전폭적인 예산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해서 일고 있는 논란은 대학에 지원하는 재원 문제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대학지원 권한을 지자체에 넘긴다고 하지만 지자체는 권한만으로 강한 의지를 낼 수 있을까.

글로컬대학 선정에서 제외된 서울·인천·경기와 라이즈 시범지역 선정에서 탈락한 강원·광주·대전·제주·충남 지역의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도 절실하게 필요한 형편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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