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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 궁색한 답변 일관
김병준 교육부총리 궁색한 답변 일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8.02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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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 의혹 관련, 사실상 국회 ‘청문회’ 열려

 

▲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 교수신문
논문 표절, 이중투고, 용역과 학위 거래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청문회’가 열렸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1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의 내용을 보고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청와대에 건의할 것으로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여·야 의원들과 교육단체들의 공세적인 사퇴 요구 여론에 이미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전체회의는 ‘사실규명’, ‘의혹해명’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김 부총리는 언론 등에 의해 연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거지자, 지난달 31일 “언론보도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 (…) 논문표절, 논문재탕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라면서 ‘사퇴 불가’를 밝혔고,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김 부총리의 논문 등을 둘러싼 의혹은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연구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중복 수령 △성북구청 연구용역 관련 부적절한 거래 등 5가지로, 김 부총리는 1일 전체회의에서 BK21 사업 보고에서 1편의 논문을 2건의 실적으로 보고한 잘못에 대해서 사과를 했을 뿐 다른 의혹들은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위 의원들은 김병준 부총리가 교육부 수장으로서 학계 연구 관행에 대해 비판적이고 개혁적인 입장을 보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기변명’으로 답변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데에 더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 “제자 이름 공저자로 올렸어야” = 제자 논문 표절에 관해서는 ‘표절’이 쟁점이 되기보다는 김 부총리가 신 아무개 제자의 서베이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논문을 공저자 표기 없이 먼저 학계에 발표한 것이 쟁점이 됐다. 김 부총리는 “제자 신씨에게 서베이의 틀과 문항 디자인을 도와주면서 서베이 자료를 공동 사용하기로 약속했으며, 먼저 발표한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라면서 “신씨가 공저자가 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은 “데이터도 동일하고, 문제의식도 유사하고, 결론도 비슷한 논문을 학계에 먼저 발표했는데, 서베이 테이터를 제공하는 제자가 공저자를 안 하겠다고 해서 공저자 이름을 빼는 것은 학자적 양심과 도덕성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교수와 제자와의 관계에는 권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자가 공저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얘기를 했어도 교수가 배려하는 것이 연구 윤리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었다.

이주호 의원(한나라당) 또한 “신씨가 사양하더라도, 서베이 데이터를 가져왔다면 공저자로 표기해야 하는데, 단독으로 표기한 것은 학자적 양심에 비춰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 “BK21도 관리 안 되는데 교육부 수장 될 수 있나” = 김 부총리가 1단계 BK21 사업 최종 결과를 보고할 때, 한 편의 논문을 두 건의 실적으로 보고한 점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공통으로 ‘단장으로서의 책임 회피 및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았다. 김 부총리가 “궁극적으로 제 책임이며 거듭 사과한다”라고 밝히면서도, 그것이 부총리직을 물러날 만큼의 큰 사안이 아닌 것처럼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여러 차례 “결과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실무자의 실수로, 98년 논문이 BK21사업 실적으로 보고됐다”라고 밝혔다.

사업을 책임지는 단장으로서 보고서를 낼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실적 부분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제출했는데, 그것이 ‘용인될 수 있는 실수’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김 부총리는 “그 당시 실무자들이 연구실적이 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고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우리만 그랬는지 살펴보니, 우리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고 다른 사업단들의 경우 동일한 논문을 여러 논문으로 부풀려 보고한 사례가 많았다”라고 변명했다.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은 “행정적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고, 책임 단장이 논문실적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처럼 보이며,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경미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문헌 의원(한나라당)은 “실제로는 조교가 실수한 것이라고 계속 변명하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국고보조금을 쓰면서, 자신의 연구실적조차도 확인하지 않아 동일 논문을 2건으로 중복 보고되게끔 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교육위 의원 가운데서는 BK21사업에서 책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김영춘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2억여원의 BK21 핵심 사업조차 관리가 안 되는데, 교육부의 최종 책임자로서 권위 있게 교육부를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 “구청장 박사학위논문 심사는 왜 관대했나” = 다음으로 쟁점이 됐던 것은 ‘성북구청 연구용역 관련 부적절한 거래’ 건이다. 성북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이 김 부총리가 성북구청으로부터 수주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내용을 상당부분 동일한 데에 다른 것이다. 과연 그것이 용인될 수 있는지의 문제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각에서 “김 부총리가 1억원 대의 연구용역을 수주하는 도움을 받는 대신 연구용역 결과를 이용해 성북구청장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성북구청장이 박사학위과정생이 아닌 상황에서 1997년 연구용역을 수주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2001년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이라면서 “성북구청장의 지도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성북구청장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수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에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최재성 의원(열린우리당)은 “‘대가성 용역’이라 얘기하는 데에 무리가 있더라도, 연구용역을 수행한 김 부총리가 자신의 논문과 상당부분 같은 내용인 구청장의 박사학위논문을 통과시킨 것은, 묵인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라고 비판했다.

성북구청장의 박사학위논문이 김 부총리의 연구논문과 상당부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박사학위논문을 통과시켰다는 점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박사학위 논문이) 지나치게 인용한 것에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고, 당시 심사위원들이 커리어 잡을 가진 이들에 대해 관대하게 심사한 점도 문제가 있었다”라고 발언하는 수준에서 해명했다. 단지 "지도교수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제자와 거래한 것이 아니다"라는 점만을 강조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질의를 진행하면서 김 부총리에게 사퇴 의사를 물었는데, 김 부총리는 “진퇴와 상관없이 이 자리에서는 의혹을 밝히고 싶어 나온 것”이라면서 “사퇴 문제는 인사권자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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