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2:50 (수)
대내협상 마인드 不在 … 늦춰 꼼꼼히 진행해야
대내협상 마인드 不在 … 늦춰 꼼꼼히 진행해야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7.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FTA 구조적 문제 해부

2차 본협상까지 끝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FTA 찬반 논란이 거세고, 이에 따라 학계의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교수신문은 외교행정 및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통해 우려되는 점들을 짚어보았다. ‘FTA 추진이 대세’라는 데 대체로 동의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아니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보다 나은 방식으로 FTA를 체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에서 ‘낮은 수준의 제한적 FTA’로 전환해야 하며 현재 제시된 TPA 만료 시한까지로는 제대로 된 협상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국제통상환경을 볼 때 미국과의 FTA 체결의 당위적인 측면을 인정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처리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재경부 WTO 한·미·EU 주세분쟁대표단 대표를 역임했던 장근호 홍익대 교수(조세)는 “이 상태로 한미FTA가 된다면 경제통합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하며, “금년 말에 협상을 끝내기 보다는 1년을 늦춰 꼼꼼히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대체로 학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4가지. 첫째 외교통상부 내에 설치된 통상교섭본부의 위상과 대내·외 협상 문제, 둘째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셋째 전문협상단을 이끌 인재 부족, 넷째 국가 전체의 협상전략 부재다.

외교부와 관련부처 손발 안맞아

한미FTA는 국내 모든 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만큼 부처별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 대통령직속 기구가 교섭을 담당하는 미국과는 달리 행정부의 한 부처인 외교부가 주도하는 우리나라는 부처간 이해조정이 힘들고, 전체적 밑그림을 그릴 역량이 부족하다.

상공부, 통상부, 산자부 등에서 요직을 거친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美 무역대표부(USTR)은 대내·외를 모두 챙기지만, 우리 정부의 통상교섭본부는 외교부 아래 있어 외국과의 협상에만 전념한다”고 말한다. 외교부는 한미FTA 협상 이후 국내에 파급될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대내협상은 농림부 등 주무부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안 교수는 “재경부, 농림부, 산자부 등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며, 정보를 공개할 것은 공개해서 찬반입장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실련과 외교부 전문위원을 지낸 서철원 숭실대 교수(국제경제법)는 “부서간의 이견이 협상전략이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으면 좌초되기 십상이어서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하며, 이어 서 교수는 “각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상위 협상대표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전영한 연세대 교수(조직론)는 “우리나라의 통상문제는 자유무역으로 피해보는 집단의 목소리가 높아, 전담기관을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경우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고 말한다. 지금의 반발도 정권에서는 정치적 중압감으로 느끼고 있는데, 대통령 산하로 둔다는 것은 원활한 교섭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교수는 “정부부처 대부분이 생산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이해집단이 없는 외교부가 협상의 중심이 되지만, 한미FTA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위한 것”임을 환기시켰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부처 관계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세영 교수는 “한미FT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 강화”라고 지적했다. 전영한 교수도 “정권 내부조차 여론과 단기·가시적 성과를 위해 우왕좌왕하는데 고통을 무릅쓰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담보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미FTA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김용훈 수원대 교수는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부처간 손발이 맞을 수 있다”며 “대통령이 먼저 지지를 밝혀 준비와 설득작업을 서둘렀다면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협상을 진행해 나갈 인재 부족현상은 통상분야의 전문가라면 누구나 지적하는 문제다.

현재 한미FTA 금융분야에 자문위원으로 있는 장형수 한양대 교수(국제경제)는 “한미FTA팀의 협상단은 역대 가장 훌륭한 협상단”이라고 낙관한다. 임정빈 경상대 교수(농업정책) 또한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분야를 전담하고 있는 배종하 FTA협상대표단 농업분과장에 대해 “현직 공무원 중 차관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통상업무 격무로 기피 현상

하지만 협상대표단의 인적구성에 대해 우려를 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본 협상 직전에서야 각 부처에서 전담인력을 늘리고, 교섭통상본부로 인재를 파견하는 등 전담팀을 급조한 데 대한 비판이다.

황영호 군산대 교수(조직관리)는 “외교부만의 일은 아니지만 FTA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는 얼마나 전문가를 육성하고, 역량을 키웠는가, 그 폐단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학계가 먼저 공론화했어야할 문제”라고 말한다.

통상협정을 잘하면 몇 조원의 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임정빈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소는 한국의 밀만 10년 이상 연구하는 연구원이 있을 정도로 상대국의 강점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는데, 국내 인력풀은 워낙 부족하고 그나마 업무과중으로 통상부처 근무를 기피한다”고 말한다.

김동원 경북대 교수(행정정보)는 “고시위주의 필기시험을 벗어나 개방형 직위제를 시작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보직순환이 잦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FTA에 대한 부처별, 산업부문별 전문가의 대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재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채 등으로 전문가 수혈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

이에 더해 김진섭 대진대 교수(국제통상정책)는 전문교육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국가의 존립과 성쇄를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사안별로 공무원 집단에서 급조된 협상팀에게 아무리 국가적 사명감과 애국심을 강요하고 기대해도 한갓 과욕에 불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김 교수는 “차제에 협상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김기홍 부산대 교수(국제통상협상)는 지금까지의 논의와 다른 층위를 보여준다. 김 교수는 “협상가들은 자기 마음대로 협상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성과 경험적 차이가 실제로 큰 영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어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의 큰 협상전략이 있느냐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홍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한미FTA가 성사되면 국민들은 우리가 지는 게임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박태호 서울대 교수(국제경제)는 “자원배분 효율성에서 오는 이익과 경쟁추구 증대, 기업환경 선진화 등은 중장기 이익이기 때문에 가시적이고 정확히 계산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단기적으로 손익계산을 하면 손해 체감이 커 국민 설득에 있어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FTA이후 사양산업의 피해 정도와 대책, 미래산업 육성의 비전에 대한 홍보가 협상과 동시에 진행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통상정책에 관한 법이 없고, 국회도 견제할 힘이 없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대원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경제법)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간의 협상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 이후 파급효과와 성장격차가 분야별로 클 수 있는 만큼 홍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