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力作 가뭄에 콩 나듯 … 반성적 시각 두드러져
力作 가뭄에 콩 나듯 … 반성적 시각 두드러져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7.23 0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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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_2006년 상반기 논쟁을 주도한 학술서들

올 상반기는 학술논쟁의 계기가 되거나 역작으로 꼽힌 연구서들은 극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문 쪽에선 학문연구의 관점이나 태도를 반성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사회과학 쪽에선 대한민국 건국을 전후한 시기를 다룬 역사·정치적 연구에 역작이 집중됐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박지향 외 지음, 책세상)은 올 상반기를 토론으로 달궜던 유일한 책이다. 해방전후사의 진보적 주류해석에 대한 보수진영의 정치적 반격으로 인식되면서도 주요 계간지들이 이와 관련된 특집을 마련하는 등 넓은 공론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역사연구에 대한 성찰이 없다”, “통계조작이다”, “근대맹신주의다”라는 비난을 비껴가지 못했다.

단독저서 가운데 정병준 목포대 교수의 ‘한국전쟁’(돌베개)은 관련학계의 호평을 받았다. 치밀하게 사료에 천착했다는 점이 특히 강점으로, 최신 미국자료 뿐 아니라 러시아·북한의 자료들을 통해 공백으로 남겨졌던 역사의 부분 부분을 채워넣었다. 약간의 아쉬움으로는 국내자료의 활용문제, 구조적 시각의 위축, 정치적 시각의 약화 등이 지적됐다.

정대현 이화여대 교수의 ‘다원주의 시대와 대안적 가치’(이화여대출판부)는 교수신문을 통해 다원주의시대에 ‘근원적 가치’를 설정할 수 있는가, ‘성기성물론’은 실천가치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놓고 윤평중 한신대 교수와 본격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핵심 개념들이 너무 성글어 치밀한 논증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겨두었다.

사회과학 쪽에선 김영수 국민대 연구교수의 ‘건국의 정치’(이학사)가 여말선초라 불리는 한국사의 격동기를 정치와 사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해부했다는 점에서 가장 조명받았던 저서다. 특히 폄하돼 왔던 한국사의 중세 ‘고려’에 대해 정확한 사료적 해석을 해내고, 개혁군주로 알려졌던 공민왕을 ‘광기의 군주’, ‘타락한 군주’로 비판하는 등 기존 통념들을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정식 펜실베니아대 명예교수의 ‘대한민국의 기원’(일조각)에 대해서는 “이승만 재조명에 획을 긋는 연구”라는 의견과 “이승만, 김구, 김규식, 여운형 4인의 정치적 리더십 유형을 분석했다”는 성과를 받았지만 그것의 학문사적 의미를 짚는 후속논의가 없었다.

그 외에 주목받은 사회과학 분야의 책들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창비)과 연이어 나온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후마니타스)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회자했고,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해방 60년의 한국정치’(이매진), 조명래 단국대 교수의 ‘개발정치와 녹색진보’(환경과생명),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낯선 식민지 한미FTA’(메이데이), ‘1960~70년대 한국 노동자의 계급문화와 정체성’(이종구 지음, 한울) 등이 있다.

과학 분야에서는 교양서와 번역서가 초강세를 이룬 가운데 본격 학술논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김영식 서울대 교수의 ‘정약용 사상 속의 과학기술’과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과학고전선집’(이상 서울대출판부) 정도가 눈에 띈다. 전자는 우리사상사 속에서 과학기술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과학고전읽기의 하나의 가이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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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06-07-24 14:49:59
손호철 교수의 <해방60년>은 <해방50년의 한국정치>(새길, 1995), <신자유주의시대의 한국정치>(푸른숲.1999)의 문제의식을 이어 새롭게 출간된 책이지 증보판이 아닙니다. 제목이 비슷해서 증보판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듯하군요

그리고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책입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나중에 보론을 덧붙인 증보판이 나온 걸로 압니다만, <민주주의의 민주화>는 그 이후 새롭게 쓴 학술대회 발표문, 강연문 등을 제자인 박상훈 박사가 편집한 것입니다. 이 부분도 뭔가 착각하신듯...

증보판 2006-07-23 21:30:42
최장집, 손호철의 책은 모두 증보판인데, 그것도 올해의 문제작이라고 하니..
그저 소위 '진보'적 학자가 쓰면 모두 좋다고 생각하지..
내용이 재탕이건 아니건 따져 보지도 않고..
기자 수준이 이래서야, 쯧쯧
교수신문이 아니라 대학신문이라고 해라.

지나가다 2006-08-09 10:32:25
손호철 교수의 <해방60년>은 <해방50년의 한국정치>(새길, 1995), <신자유주의시대의 한국정치>(푸른숲.1999)의 문제의식을 이어 새롭게 출간된 책이지 증보판이 아닙니다. 그리고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는 전혀 다른 책입니다. <민주주의의 민주화>는 그 이후 새롭게 쓴 학술대회 발표문, 강연문 등을 제자인 박상훈 박사가 편집한 것입니다. 이 부분도 뭔가 착각하신듯...

증보판 2006-08-09 10:31:20
최장집, 손호철의 책은 모두 증보판인데, 그것도 올해의 문제작이라고 하니..
그저 소위 '진보'적 학자가 쓰면 모두 좋다고 생각하지..
내용이 재탕이건 아니건 따져 보지도 않고..
기자 수준이 이래서야, 쯧쯧
교수신문이 아니라 대학신문이라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