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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전자책 ‘구매·대여’ 다양한 선택지…교재 대체하는 강의자료 늘었다
종이책·전자책 ‘구매·대여’ 다양한 선택지…교재 대체하는 강의자료 늘었다
  • 신다인
  • 승인 2023.02.14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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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출판 저작권이 위태롭다② 북미‧일본 대학생의 교재 이용 실태
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서면 태블릿PC나 노트북을 꺼낸다. 종이책을 펼치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이후 대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정교재가 사라지고, 학생들 간의 불법스캔이 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PDF’ 등이 속수무책으로 돌아다니는 디지털 ‘불법복제’ 문제를 주목한다. 지난 1회에서는 국내 학생 디지털 불법 복제 실태를 다뤘다. 2회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대학생들의 교재 이용 실태를 취재했다.
 
아마존에서 존 그레이엄의 『국제마케팅』 18판을 검색한 결과.
아마존에서 존 그레이엄의 『국제마케팅』 18판을 검색한 결과.

미국 A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는 소피아(가명)는 이번 학기 5개의 수업을 듣는다. 지정 교재가 있는 수업은 3과목이다. 이중 국제마케팅이론 수업에서 존 그레이엄의 『국제마케팅(International Marketing )』 18판이 지정교재이다.

소피아가 『국제마케팅』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 크게 5가지다. 새 종이책 구매(164.85달러), 중고 종이책 구매(91.97달러), 종이책 대여(56.45달러), 전자책 구매(69.00달러), 전자책 대여(52.99달러)다.

소피아는 아마존 킨들의 전자책 대여 시스템으로 종이책 정가보다 68% 싸게 『국제마케팅』을 구했다. 소피아는 이번 학기 사용할 교재를 전자책 대여와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 학내 서점에서 중고 종이책 구매 등을 통해 종이책 정가로 사면 400달러 이상인 교재비를 100달러 내에서 해결했다.

미국 대학생이 교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빅크럼(가명)은 학내 서점과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를 언급했다. 빅크럼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서점에 중고책 코너가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도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교재를 사서 다시 중고책 코너에 내놓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대학서점연합은 지난해 8월 ‘NASC 학생관찰 보고서: 강의자료 지출 감소’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40개 2년제 및 4년제 1만 1천여 명의 재학생을 조사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내 서점은 교재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였다. 학생의 72%가 학내 서점에서 교재를 구매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디지털 강의자료의 증가에 영향을 받아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서점에서 더 많은 학생이 자료를 구했다.

빅크럼은 “도서관에서 교재의 부분 PDF화, 도서관 소장 전자기기 대여, 주요 학술지 데이터베이스를 구독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교재를 구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한권의 책에서 분절된 디지털 텍스트로”

코로나19 시기 인디에나주에 있는 C대학에서 평화학을 공부한 자리(가명)는 “교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 사용이 늘면서 교수들이 강의자료를 LMS에 올려줬기 때문이다. 자리는 이후 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PDF로 공부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나오미 배런 아메리칸대 언어학 명예교수가 쓴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미국 대학들도 수업을 온라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보며 저자 배런 교수는 2009년 발생한 H1N1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를 떠올렸다. 2009년 당시 팬데믹 조짐이 일자 대학들이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교수진에게 교내 디지털 학습관리시스템에 강의자료를 최대한 많이 올려놓을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책들은 강의계획서에서 빼기도 하고, 책 전체를 사용하는 대신 디지털 변환이 가능한 책의 단일 장들을 온라인에 올렸다. 또 전자저널에서 논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나오미 배런 교수는 “질병의 위협이 완전한 한 권의 종이책으로부터 분절된 디지털 텍스트로 옮겨 가는 데 일조한 것이다”며 “코로나19는 이런 이동을 가속화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대학서점연합에 따르면, 2016년 63%가 활용하던 학습관리시스템 사용률이 지난해에는 86%까지 늘었다. 학습관리시스템은 교재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의 73%가 교수자가 강의자료를 공유해줬기 때문에 수업 자료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자리는 “대학에서 만든 아이디로 전자책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Jstor,  Worldcat 같은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이런 전자도서관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에 가방이 항상 가벼웠다”라고 말했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따르면, 미국의 대여 서비스는 2008년경에 시작해, 시장 규모가 대폭 커졌다. 대학교재 시장에서 대여 서비스의 점유율은 약 35%까지 상승했다. 2019년 미국대학서점연합 NASC 설문조사에 따르면, 질문에 답한 학생들의 44%가 교재를 대여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세계 최대 대학교재 출판사인 피어슨은 2019년, 자사의 종이책 출판은 점차 줄여나가고, ‘디지털 우선’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계를 내는 ‘에듀케이션 데이터 이니셔티브’(이하 에듀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의 11%가 전자책과 디지털 강좌 교재 구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는 포괄적인 접근 계약이나 출판사와의 계약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 대학생 교재 지출, 24년 만에 최저 기록

대학 전공 교재 등 각종 학술 자료가 무료로 올라오는 불법사이트 ‘Library Genesis’의 홈페이지 모습.
대학 전공 교재 등 각종 학술 자료가 무료로 올라오는 불법사이트 ‘Library Genesis’의 홈페이지 모습.

미국의 대학교재 디지털 불법 복제 실태는 어떨까. 영문 교재 출판 시장이 큰 만큼 온라인에서 불법 PDF 파일을 구하기도 쉽고, 관련 사이트도 다양하다. 구글에  『The Functions of Social Conflict(사회사상사, 루이스 코저 저)』를 검색하자 연관검색어로 PDF가 따라붙는다. 몇 번의 클릭으로 책을 스캔한 PDF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뉴저지시립대학 일러스트레이션과 3학년인 릴리(가명)는 지금까지 교재를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재가 너무 비싸다. 한 권에 100달러나 한다”며 “불법 PDF 파일을 내려받는 사이트가 잘 돼 있어 주위 친구들도 다 거기서 다운받는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 교재 평균 비용은 105.37달러로, 한화 약 13만 원에 가깝다. ‘에듀케이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교재는 개정판이 새로 나올 때마다 평균 12%씩 가격이 인상된다.

미국대학서점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의 교재 지출이 24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강의자료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약 11%의 응답자가 불법 PDF 교재를 구했다.

캐나다, “교재비 포함 생활비 지원”하기도

캐나다 사례를 보자. 연수(가명)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리학과로 유학을 갔다. 지난 학기 연수가 들은 수업은 총 5과목. 이중 교재가 있었던 수업은 3과목이었다고 한다. 연수는 2권의 교재는 샀고, 나머지 한 권은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Libgen’이라는 불법 교재 사이트에서 내려받았다고 했다.

“캐나다는 전자책을 한국 대학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며 “bookself, BibliU 등 다양한 앱으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다”고 B는 말했다.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수업들은 논문이나 기사, 교수가 직접 작성한 강의자료 등을 사용하고, 미니 테스트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따로 있다고 언급했다.

캐나다 대학에서 교재 구매를 위한 지원이 있냐고 묻자 연수는 “학기 초에 생활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데, 생활비 안에 교재비도 들어가 있다”며 “이외에도 대학에서 교재를 중고로 구매해서 학내 서점에서 팔기도 한다. 하지만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가끔 학교에서 교재 PDF버전을 구매해서 온라인 도서관에 올려두기도 하지만 이 또한 드문 사례”라고 연수는 덧붙였다.

사진3=“스기타는 아마존에서 2천970엔에 사야하는 『경영학 입문』을 메루카리에서 구매하면 899엔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기타는 "아마존에서 2천970엔에 사야하는 『경영학 입문』을 메루카리에서 구매하면 899엔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릿교대 경제학과를 다니는 스기타(가명)는 2020년에 대학을 입학한 코로나세대이다. 스기타는 지난 학기 교재가 있는 수업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수업 절반은 교수가 직접 강의자료를 만들어서 PPT나 PDF 파일로 올렸다”고 말했다. 교재 30%는 메루카리(メルカリ: 중고거래 플랫폼)라는 앱을 통해 중고로 구매하고, 나머지 교재는 아마존 킨들에서 전자책으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300페이지가 넘는 교재를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볍게 갖고 다닐 수 있어서 되도록 전자책을 구매한다고 스기타는 말했다.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4학년인 카에데(가명)는 지난 학기 5개 수업 중 3과목만 교재가 있었다. 한 과목은 외국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PDF 파일을 내려받았고, 나머지 두 권은 종이책을 구매했다. “종이책 교재 안에 즉석 복권처럼 긁으면 나오는 코드 번호가 있다. 그 코드가 있어야 온라인에서 수업 관련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재를 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카에데는 ‘생활협동조합(大手前大学生活協同組合)’을 언급하며 “생협에서 교과서를 사면 5% 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다인 기자  sh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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