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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교육’의 정체성 정립이 더 시급하다
‘K-교육’의 정체성 정립이 더 시급하다
  • 김병희
  • 승인 2023.02.13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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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다. K-컬처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K-팝, K-드라마, K-무비, K-웹툰, K-뷰티, K-푸드, K-패션 등의 K콘텐츠가 세계인의 생활 속에 침투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주 발행하는 정부 기관지의 제호도 <위클리 공감>에서 <K-공감>으로 바꿨다. ‘위클리’가 ‘주간’이란 뜻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는데 <K-공감>으로 바뀌니 한류 문화를 모두 아우르는 듯 하고, 코리아에 공감한다는 의미도 느껴진다.

그런데, 교육 영역을 아무리 둘러봐도 K-교육이라고 내세울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 평가의 잣대를 다양하게 강요해왔다. 평가 준비를 하느라 대학의 관계자들은 골병이 들었다. 그러나 교육부 공무원들은 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 때마다 새로운 기획안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승진도 했을 것이다.그런데 정작 대학은 단기적인 재정 지원과 평가에 통과했다는 안도감 외에 장기적 차원에서 얻은 게 없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1일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의 권한을  지자체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라이즈 체계를 안착시키기 위해 2년 동안 5개 안팎의 비수도권 지자체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대학재정지원사업도 2025년부터 라이즈 체계로 통합하는데, 예산의 50% 이상을 지자체에 넘길 예정이다. 지자체는 2조 원 이상을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지자체가 지역발전 계획과 대학 특화 분야를 고려해 라이즈 계획을 제출한 후에 교육부가 지자체와 협약을 맺는 구조이다.

교육부는 또한 ‘글로컬 대학’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2027년까지 지역 대학 30곳을 선정해 특화 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하도록 재정과 규제의 특례를 지원한다. 학문 간의 융합, 학과의 구조 개편, 교원의 인사 개혁 같은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지역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에는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세계적인 지역대학 육성이지, 무엇이 특화 분야인지 분명치 않다. K-교육이라 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특화 또는 특성화 분야에 대해서 대학 사회의 여론을 두루 수렴하는 일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첨단 인재양성 분야로 적시한 항공·우주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헬스, 첨단 부품·소재, 디지털, 환경과 에너지 분야는 세계 각국에서 공통으로 중시하는 분야다. 한국만의 특화 분야라고 하기 어렵다. 

K-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까지 문체부에서 콘텐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간섭을 최소화한 정책이 주효했다. 정부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영국 정부의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이미 세계의 문화예술계에서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교육부도 대학 정책을 수립할 때 팔 길이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간섭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학문 간 융합, 학과의 구조 개편, 교원 인사 개혁이란 기준만으로 글로컬 대학을 선발한다면, 서류상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혁신으로 끝나고 말 것이 분명하다. 무늬만의 융합인 무조건 섞어찌개의 실패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K-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 도출만을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K-교육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K-교육 콘텐츠의 씨앗을 발굴하고 난 후에 물과 거름을 주고 꾸준히 가꾸며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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