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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5] 입에 넣기 전 기생충의 존재를 의심하라, 열빙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15] 입에 넣기 전 기생충의 존재를 의심하라, 열빙어
  • 권오길
  • 승인 2023.02.0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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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빙어
열빙어. 사진=위키미디어

하루는 아들이 알이 가득 찬, 빙어만 한 배불뚝이 바닷물고기를 몇 봉투 사 왔다. 아내도 처음 본다면서 요리를 하는 데 무척이나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는 이날 아들이 사온 생선을 과거 일식집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이 생선의 이름을 물어봐, 일본말로 ‘시샤모’라 부르나는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래서 감히 말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것을 맞닥뜨리면, 호기심을 가지고 글을 쓰니,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 모으면서 새로운 것도 배운다. 글을 쓰면서 호기심과 앎을 새로 채울 수 있으니 그래서 나는 참으로 복된 사람이렷다! 

알고 보니 아들이 사온 물고기의 이름은 캐나다에서 수입한 알배기 ‘열빙어(熱氷魚)’였다. 열빙어를 북한에서는 천광어(天光魚)라 하며, 열빙어(Mallotus villosus)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엇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주로 태평양이나 대서양 북부, 또 북극해에 분포한다. 열빙어(capelin)는 어릴 때 플랑크톤을 먹고, 더 크면 크릴(krill)과 갑각류들을 먹는다.

산란할 나이인 서너 살이 되면, 봄에 큰 무리를 지어서 해안가(연안)로 이동하고, 얕은 모랫바닥에 산란하고 죽는다(수컷의 경우 100%에 가깝게 죽는다). 그리고 수컷의 배 부분은, 알을 낳는 시기엔 혼인색(婚姻色, nuptial coloration, 양서류·조류·어류 등의 동물에서, 번식기에 나타나는 피부의 빛깔)으로 무지갯빛이다. 수컷의 몸길이는 20cm이며, 암컷은 최대 25.2cm에 달하고, 등은 올리브색이고, 측면은 회색으로 옅어진다. 

아이슬란드(Iceland) 근방의 열빙어는 계절마다 이동(seasonal migrations)하는데, 겨울과 봄철에는 노르웨이(Norway)이 연안까지 이동하여 산란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먹이를 찾아 북으로 이동한다. 열빙어는 번식력이 아주 왕성하며, 주된 산란 시기는 봄이지만 여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수놈은 산란이 일어날 즈음이면 수심이 옅은 피오르드(fjord, 협만, 峽灣)에 먼저 모여들고, 암컷은 성숙할 때까지 깊은 곳에 머물다가 완전히 성숙하면 산란장으로 이동하며, 산란은 밤에 2~100m 깊이의 모래나 자갈밭에 한다. 종류에 따라서는 조간대나 수초에 떼지어 산란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뜨며, 다음 해 같은 자리에 산란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컷은 일생에 번식을 딱 한 번만 하므로(semelparous) 번식이 끝나면 곧바로 죽는다.

열빙어는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대부분 어획하는 어종으로 북대서양 대구(Atlantic cod), 대서양대구, 대서양고등어, 살오징어, 바닷새들의 먹잇감(사료어, forage fish)이다. 그리고 청어(herring)와 열빙어는 서로 경쟁 관계로, 청어가 열빙어 새끼를 다 잡아먹어 열빙어가 팍 줄어드는 수도 있다. 그리고 캐나다 퀘벡(Quebec)지방에서는, 여름에 해안에 열빙어가 많이 몰려와 그물이나 물통으로 퍼 담을 정도라 한다. 

열빙어 살은 청어 맛과 비슷한데, 보통 구이로 해 먹는다. 알이 찬 녀석을 통째로 굽거나 튀겨서 뼈째로 먹으며, 술안주로 제격이다. 맛은 고소하고 약간 비릿한 것이 꽁치나 멸치와 비슷하고, 식감은 구운 생선알 특유의 아작아작한 식감 그 자체이다. 최고로 평가받는 열빙어는 알래스카산 열빙어로, 산란기엔 뱃속에 알이 꽉 차는데, 살보다 알이 많은 생선이다. 문제는 열빙어알이 날치알보다 훨씬 싸기에 날치알과 섞어서 날치알로 팔린다. 또한 최근에는 동결건조한 열빙어가 반려동물 간식으로 제법 인기몰이를 하는 중인데, 특히 고양이 간식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라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열빙어 어획량의 90% 이상이 여름이기에 기생충인 아니사키스(anisakis)가 발견되므로 꼭 잘 익혀 먹어야 한다. 참고로 아니사키스는 고래류 등 바다 포유류나 바닷물고기들을 생식하여 감염되는 회충(蛔蟲)의 일종인데, 섭취 후 몇 시간 만에 심한 복통 등이 일어난다. 

일식집에서는 열빙어로 시샤모를 만들어서 손님께 내놓는다. 사진=위키미디어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빙어 닮은 시샤모(しゃも, 柳葉魚, shisamo) 물고기를 좀 보자. 시샤모와 열빙어는 다른 생선이며, 일본에서 시샤모가 인기는 좋은데 귀하다 보니 값이 비싸서 시샤모 대용(유사품)으로 열빙어를 판매할 정도라 한다. 시샤모는 열빙어와 같은 바다빙엇과의 물고기로 몸길이는 15cm 정도이고, 가늘고 길며, 옆으로 평평하다. 등은 엷은 노란색이고, 배 쪽은 은백색이며, 주둥이 끝이 뾰족하다. 가을에 홋카이도의 태평양 연안 하천에 이르러 알을 낳는다. 다시 말해서 시샤모는 북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흔하게 잡히지만, 알을 낳기 위해 민물로 회유하는 습성이 있어서, 실제로 일본에서는 10월과 11월, 홋카이도의 쿠시로 강어귀에서 포획한다. 

보통은 소금에 절여 말린 뒤, 나란히 대나무 꼬챙이에 꿰었다가 석쇠에 구워 먹는다. 석쇠에 구운 시샤모는 바삭바삭하고, 불 냄새(탄 맛)가 나며, 짭짤하고, 깊은 풍미를 지니며, 약간 쌉쌀하고 탄 뒷맛에 질감은 쫄깃하다. 시샤모를 꼬챙이에 꿰어 햇빛에 말리면 물고기의 단백질이 발효하여 아미노산이 되면서 우마미 맛을 낸다. 참고로 음식 맛을 옛날에는 4가지(단맛, 쓴맛, 짠맛, 신맛)로 나눴지만 요새 와서는 시원한 다시맛국 맛인 ‘감칠맛(우마미=umami 맛)’을 더해 5가지로 나눈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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