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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김경화
  • 승인 2023.02.06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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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그리스 신화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독한 강도가 나온다. 그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로 아테네 교외 언덕에 살면서 강도행각을 했다. 그가 사는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그는 지나가는 무고한 행인을 붙잡아 그 침대에 눕히고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어 길이를 맞추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힘을 가해 늘려 맞추었다고 한다. 어쨌든 간에 그 고통으로 사람은 죽게 마련이다. 만약 운 좋게도 키가 침대와 딱 맞는 사람이 있다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침대에는 침대 길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 그 어느 누구도 침대에 키가 딱 들어맞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었다. 즉 명백한 사실은 ‘프로크루스테스는 이미 무고한 행인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은 자기에게 닥친 끔찍한 재앙을 피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악행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서 그 종말을 맞이하는데,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가 무고한 자들을 죽였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죽이게 된다. 

이러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표현은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는 횡포나 독단, 독선과 아집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이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쇠침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합리적 기준’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래 사람들은 얼굴 생김새도 천차만별이고 키나 몸무게, 체질, 혈액형, 성격 유형 등 타인과 다른 점이 무수히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견해 역시 그만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것을 무시하고 자기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고치려고 하거나 남에게 고통을 주면서 자기 주장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새로운 ‘프로크루스테스’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만의 틀을 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들의 ‘자유’와 ‘다양성’을 무시하는 프로크루스테스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은 영역은 어디일까? 첫째, 선거로 선출된 정치인들 중에 ‘프로크루스테스’들이 많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시장이나 도지사 등 광역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쇠침대’를 양보할 생각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둘째, 사법권력을 담당하고 있는 법원이나 수사권력의 핵인 검찰이나 경찰, 그리고 행정부 관료들도 국민의 봉사자를 자처하면서도 그들만의 ‘쇠침대’는 더욱 강고하게 받들고 유지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데 인색하다고 생각된다. 그들도 역시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법조개혁이나 검찰개혁의 대강에는 구성원과 국민들이 거의 동의하고 있지만, 그 현실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아직 미흡한 것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셋째,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계, 끊임없는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노동계와 언론방송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수사회의 경우도 혁신과 변화의 바람 와중에도 ‘프로크루스테스’들이 적잖이 존재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아마 다른 직역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학생을 상대로 하는 교육에 임하여 절제와 겸허한 마음으로 소통과 협력, 상생, 포용의 마음가짐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반성적인 성찰을 해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 해 1일 신년사, 2일 신년 인사회, 3일 첫 국무회의에서 잇따라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여기다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까지 언급하여 선거제도 개혁까지 포함해 국정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노동개혁·교육개혁·연금개혁·선거제도 개혁은 우리 사회 구성원인 시민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해가 엇갈리는 난제 중의 난제이자 시민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특히 시민들의 미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로 다가온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맞닿아 있어 ‘복합적 난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난제를 대함에 있어 섣불리 접근해서는 일을 그르칠 우려가 크다. 과단성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회 구성원들간에 소통과 협력을 기반으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정치권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시행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민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 관련 당사자, 시민들과 함께 개혁방안 마련과 시행을 위해 담대한 논의와 타협을 해야 한다. 저마다 조직 내에 ‘프로크루스테스’들이 개혁의 대장정에 방해를 끼칠 수 없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다시 떠올리기를 권한다. 이것은 “백성은 강물이며,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이므로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이 한 나라의 지도자를 세울 수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니, 우리 헌법상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뜻의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나타낸다. 

그래서 위정자들은 국민을 대할 때  “숲이 우거지면 새가 날아든다”는 포용과 상생의 철학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즉 대통령과 관료, 정치인들은 ‘숲의 마음’, 협력하고 상생하는 나무들처럼 소통과 협력, 대화와 타협에 영혼을 담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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